농협 한국판 골드만삭스 꿈꾸나?


“농협은 그 자체가 파워다. 전국 각지에 조직이 있어 농협이 힘이 센지, (대통령인) 내가 힘이 센지 아직 모르겠다.” 거대공룡 농협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현재 농협은 설사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다. 심지어 정부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마저 “농협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해졌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이에 본지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온갖 비리로 뒤엉킨 농협중앙회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키로 했다.

농민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농협이 ‘돈 되는’ 신용사업부문에만 열중하고 있어 농·어민의 이목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농협개혁위원회 제6차 회의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A4용지 22장 분량의 이 문건은 크게 조합 개혁과제와 중앙회 개혁과제로 나뉜다. 이중 농협의 ‘한국판 골드만삭스’ 꿈은 중앙회 개혁과제에 속한다.


돈 벌이에만 급급

농협 전략기획단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농협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 모두 두 가지 사항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세계적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지주사 전환 체제의 도입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해외 신시장 진출 및 해외 농업자원 개발에 대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농협의 ‘한국판 골드만삭스’에 대한 꿈은 오랜 시일이 걸릴 듯하다. 과제분류란에 모두 중장기 과제로 적혀있는 탓이다.

우선 문건은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는 첫 걸음을 지주사 체제 도입에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은행 M&A 등 대형화와 금융선진화를 통합 중앙회 신용사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논했다.

여기에 최근 좌절된 자동차 보험 진출도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이로 봤을 때 자동차 보험에 대한 농협의 러브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중장기 과제를 맡은 부서는 기획실과 금융기획부, NH보험기획부. 문건에 따르면 이들 세 부서는 앞으로 세계적 선진 협동조합금융그룹에 대한 연구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사업 분리방안과 연계해 금융지주회사체제 구축을 추진, 전환하는 방안을 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문건은 농협중앙회의 외부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100%까지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비고란을 통해 문건은 “지주회사 도입은 단기과제로 추진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추진하라”고 지적, 농민사회의 반발이 극심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농민은 언제나 뒷전

이러한 농·어민의 반발을 예상했음에도 농협의 신용사업부문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실제 농협은 최근 ‘한국판 골드만삭스’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2월 농협은 뉴욕지점 및 상해사무소 설립에 관한 국내인가를 획득, 5월 해외 금융감독기관에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처럼 농협의 해외진출 전략은 ▲1단계로 뉴욕·상해에 글로벌네트워크 거점을 확보하고 ▲2단계로 동아시아 등 신흥개발국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3단계로 현지법인 설립 및 현지 은행 M&A 등 본격적인 현지영업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속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갈 뿐이다. “언제나 농민들은 뒷전이고 돈만 밝히는 농협에 이젠 신물이 난다”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와 관련 전국농업인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은행업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해외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은 본연의 사업보다는 금융업으로 돈벌이에 나서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해외 진출이 과연 농어민들의 절박한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을 주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을 하는 곳은 전국농업인 뿐만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한 의원은 “중앙회는 신용사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지만 진정 누구를 위한 경쟁력 확보인지 궁금하다”면서 “농협법 최대봉사의 원칙 조항을 보면 조합과 중앙회는 영리 또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협중앙회는 자기 자본 규모로 세계 2위인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꼴처럼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이는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립과 조합원 삶의 질 향상보다 금융지주회사 꿈에 부풀어 기득권만 추구하는 공룡 같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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