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오명 받는 웅진그룹 실체-제3탄

사업 분야를 전방위로 확대하며 연 매출 2조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웅진그룹이 최근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하며 건설부문을 강화하는 등 저돌적인 인수합병(M&A)을 실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활발한 신사업 진출로 사세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면에는 기업의 주요 성장엔진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 웅진씽크빅이 각종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적이다.
다단계 방식으로 교사를 모집하고 다른 교사를 데려올 시 불법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계약직 신분(개인사업자) 교사들은 언제든지 계약해지 될 수 있다는 신분적 약점을 이용당해 영업 강요에 못 이겨 ‘가라’(유령회원)로 회원을 모집하고 회사에 접수 후 교사들이 가라 회비를 대납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웅진씽크빅 직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연재기획 3탄으로 웅진씽크빅을 집중 조명한다.


웅진씽크빅이 계약관계인 교사들의 신분상 약점을 이용해 이들에게 부당영업을 강요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당 영업 거부자는 계약 해지로 신분 위협”

웅진씽크빅 피해교사들은 공통적으로 ▲학습지를 그만 둔 학생의 회비를 교사가 대신 내도록 강요(속칭 ‘홀딩’) ▲가짜 신입회원 등록 강요(속칭 ‘가라회원’) 등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씽크빅 서울 A지국 이지연(가명)씨는 “현장 관리자들 중 일부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실적이 부족한 교사에게 다가가 실적을 대신 올려주는 조건으로 은근히 성상납을 요구하는 등 회사의 부패 척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며 “부당 영업과 강제업무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에겐 신분상의 약점을 이용한 해고의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지국에서 교사들에게 부당 영업을 강요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계약 해지로 신분상 위협을 가한 사실이 상당수 제보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 B 지국 김숙희(가명)씨는 “관리자들이 하나 같이 회원을 무리하게 확장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기존회원의 휴회(회원을 정리하는 일)를
내지 말라고 강요해 교사들의 피해(대납)를 유발 시키고 있다”며 “교사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기 위해 항의하면 어차피 너희들은 계약직 신분이니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고 밝혔다.


웅진씽크빅 횡포 심각한 수준

K지역 A지국에 근무했던 박명자(가명)씨는 “평소 실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휴회가 된 00개 과목에 대해 처리를 요구하자 휴회를 내면 팀장을 달고 정식직원이 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니 차라리 그만두라” 압박했다며 “가라(유령회원)와 휴회, 관리자의 협박에 시달리는 생활이 너무 비참하고 분통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학습지 교사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김홍석 팀장은 “웅진씽크빅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벌인 후 조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있다” 며 “최종결과는 늦어도 8월 전에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자세한건 그때가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일부 방판(다단계) 계열사 관련 및 피해사례 조사를 위해 시민단체와 현직 교사들을 수소문한 결과 제보가 120여건 들어왔다.

김성희(가명)씨는 “K지역 A지점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동안 회사 측의 가라(유령회원) 강요에 의해 1500만원 이상의 빚을 진 뒤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그만두었다”며 “회사 측에 이야기 해봐야 개인사업자인 신분을 악용해 오히려 편법을 썼다는 이유를 들어 회사측에 손실을 끼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식으로 소문이 파다해서 조용히 덥기를 유도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D지역 B지점에서 근무하는 최선영(가명) 씨는 “1주일에 몇 명 이상 회원등록을 받아내지 못하면 팀장 내지는 국장 면담을 하고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면 가라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혹 학생이 돈을 안내고 휴회하면 교사가 밀어 넣어야 하고 본인이 휴회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고백했다.

씽크빅 교사들은 회사와 연 단위로 계약을 하고 학생을 모집해서 관리하는 신분으로 일을 하는 개인사업자다. 개인사업자면 회사의 관리 감독 없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일한 만큼 돈을 받으면 되는데 일단 계약을 하고 나면 그럴 수가 없다. 휴회가 난 학생이 있어도 회사에서 받아주지를 않는다.

결국 그 학생의 회비까지 교사가 대납해야 한다. 새 회원을 입회해야 하는데 입회할 학생이 없으면 친인척부터 시작해서 기존회원의 형제와 아는 아이를 입회한 것처럼 꾸며 입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짜회원의 회비를 교사가 물어내야 한다.

회사의 압박이 없었다면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회사의 불이익이 되는 건수로 관리자와 대면할 경우 온갖 수모와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는 직원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윤리경영팀이 7~8명 있어 이들이 일부 직원들의
부당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 감찰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직 지국장 출신 이명성(가명)씨는 “실제로 윤리경영팀이 있다고는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한 먼저 내사하는 경우는 없다”며 “회사는 사실상 압박을 통한 가라 회원 늘리기 등의 행위가 영업이익이 되는 원천임을 알고 있기에 방치해 두는 것일 뿐이고 명목상의 조직일 뿐”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단 몇 명이서 감사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개인사업자 취약한 신분 들춰

웅진씽크빅에 소속된 교사는 1만명가량 된다. 대학졸업생부터 주부까지 여성이 대다수인 이들 교사들은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정방문을 해 학습지를 통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교사들은 개인사업자등록을 통해 회사와 위탁계약을 하며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일체 없다. 사실상 산업현장도 아닌데 학습지 교사들에게 상해보험을 가입해준다고 한다.

이들은 성과에 따라 수당을 받는 ‘특수 고용직 노동자’이다. 따라서 회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등 신분상 불이익이 발생한다. 회사의 부당영업 강요 등은 이처럼 취약한 신분에 의해 발생한다.

전수정(가명)씨는 “회원이 줄면 독촉전화와 면담을 통해 압박감을 주고 실적이 저조하면 친척이라도 동원해서 가라를 접수한다”며 “일부 관리자들은 인신공격성 발언 등으로 모멸감을 주고 나아가 가정사까지 들먹이며 실적을 강요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하소연을 할 노동단체인 노조조차도 설립할 수가 없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웅진 “가짜회원 떠안을 이유 없다”

웅진을 포함한 학습지 회사들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96년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는 판결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고 있으며 노조는 법외노조로 존재하고 있다.

노조는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학습지노동조합 이현숙 위원장은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라 분리하고 실제 업무지시를 받고 회비를 입금 시킨 후 월급을 받는데 그런 개인사업자가 있느냐”며 “노동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한 투쟁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웅진 관계자는 가짜 신입회원 강요와 탈퇴 회원 떠안기 등은 일부 소수에 국한된 것일 뿐 회사가 부당 업무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씽크빅은 윤리경영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당한 업무를 지시한 관리자가 있으면 회사에 신고하면 되는데 왜 신문사에 제보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서울 H지국 박혜진(가명)씨는 “신고를 하면 당장 지국장에게 압력을 가하고 그렇게 되면 개인사업자라는 신분을 이용, 해고한다고 협박하는데 어떤 사람이 신고하겠느냐”며 “팀장급부터 분기별로 학생모집 비율에 따라서 수수료가 35~50%까지 달라지는데 어떤 사람이 영업을 강요하지 않겠느냐”며 제도를 비난했다.



#웅진 전직 간부의 고백성사 “부당 영업 강요 사실이다”

서울 모 지국장으로 근무했던 김수성(가명)씨를 만나 실제로 간부의 입장에서 어떤 강요를 하게 되고 어떤 것 때문에 신입회원 모집 강요를 종용하게 되는지 물어봤다.

“씽크빅의 조직은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본사(본부장)- 지역단(단장) 총 4개의 지역단이 있고, 총국(총국장)-지국(지국장)-팀장-조장-선생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국장은 매달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문책성 브리핑을 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장들은 죽기 살기로 교사들에게 영업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근무환경 때문에 교사가 자주 그만 둠으로써 국장의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본사차원에서 교사를 한명 추천한 사람에게 10만 원을 인센티브제로 월급 외
에 지급한다.”

실제로 일선지국에서 제보한 제보자들에게 확인한 바 어떤 곳은 더 주는 곳도 있는 형편이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는 가라와 휴회 홀딩 때문에 월급을 타더라도 교사가 메워야 하기에 오히려 빚을 지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

“하나의 예를 들면 선생이 휴회(학습지를 그만둔 학생분)를 95개 했다고 가정하면 과목당 34000원이니까 총 300만원이 넘는 돈이다. 이 돈을 지국에서 홀딩하면 결국 교사가 그 돈을 메워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한번이면 괜찮지만 몇 달간 지속될 경우에는 큰 빚을 지게 된다. 보통 한교사가 가라 30과목은 기본으로 가
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부당영업을 강요당하면서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팀장만 되면 모든 것이 다해결된다고 믿고 본사도 그렇게 교사들에
게 비전을 심어준다.

직원모집 광고도 허위 사실이 대부분이다. “전단지에는 씽크빅 선생은 1주일에 2번 출근, 나머지는 재택근무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단지 작업에다가 직투(전단지를 들고 집집마다 광고를 부착하거나 투입)하던지 무진(학교 앞에 가서 학생들에게 전단지를 배포)
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1주일을 내내 출근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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