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는 지난해 이맘 때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에너지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승용차 요일제의 지속적 추진과 기업, 일반가정 및 상가 등 경제 객체들과 서울시 자치구 간의 에너지 협약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 대책은 국민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판명됐다. 2006년 8월 서울시는 30개 기업체와 에너지절약 실천 협약식을 갖고 현판을 제작해 기업 건물에 부착하고 각종 매체에 홍보하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서울시는 그동안 기업이 어떻게 이행했는지 통계자료조차 없는 상태다.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이 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보이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서울시는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의 상승세에 대해 단계별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정책을 수립했다. 이어 시는 이러한 내용들을 담은 보도자료를 2006년 5월 4일 배포했다.

시는 당시 기업부문의 에너지 절약 협약 업체 확대를 이야기하며 대기업, 호텔, 대형할인점 등 에너지 다량 사용업체와 대단위 아파트단지, 대형건물 등의 기기효율 향상부문 등으로 대상기업 확대 추진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발표한 적도 없다”발뺌

또 서울시는 협약사항의 이행 독려 및 시상, 철저한 사후 관리로 절약의 실효성을 제고할 뜻도 당시 내비쳤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시점에서 ‘맑은 서울 추진본부 맑은 서울 에너지팀’을 만들고도 사후관리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할 일이라며 책임전가만 하고 있다. 시 맑은 서울 추진본부 맑은 서울 에너지담당관 에너지팀 이정구 주임은 1년 전 발표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에너지 대책 시행’에 대해 발표한 적이 없다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 주임은 2시간 후 본지에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이 발표 사실도 몰랐던 셈이다.

또한 그는 “기업부분은 기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것일 뿐 실효성에 관한 자료는 조사된 바 없다. 기업의 사후 관리는 에너지관리공단이 할
일로 공단과의 정보 교류에 관한 자료조차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아라고 보도자료와 상반된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어 홍보총괄 팀장과 통화를 요구한 기자의 요구에 홍보총괄팀 담당자는 “일반 공무원들은 자기업무 밖에 모르기 때문에 에너지팀 팀장과 직접
통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함구했다. 그 후 맑은 에너지 관리팀 팀장과의 통화를 의뢰했지만 팀장과 통화는 이루어 지지 않았다. 확인 결과 지난해 8월 시가 에너지절약을 솔선수범해 실천하고 있는 절약 모범기업을 선정, 인증 현판을 제작해서 기업에 전달하고 에너지절약 우수사례를 선정해 각종 매체를 통한 홍보를 약속했으나 이 역시도 전혀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에너지 대책 의미 없어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내세우는 차량 요일제의 경우 실효성을 입증할 데이터조차 시민단체에 제시한 적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요일제는 에너지 절약 차원이 아닌 대중교통의 이용증진을 위한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평가다.

‘에너지 나눔과 평화’의 김태호 사무처장은 “시가 뚜렷한 방안 없는 에너지 대책만 발표하고 있다”며 “더 이상 서울시의 발표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버스 중앙차로 시행, 요일제 차량 운행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의 유효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시가 재정적 부담을 안는 구조로 간다면 이 또한 전시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고 덧붙였다.

지난달 신·재생에너지 양해각서를 체결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친환경을 조성하고 에너지 수입을 대체함과 함께 비용 절감으로 산업 경쟁력을 고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 시장 입장에 동감한다는 게 김 사무처장의 평.

그러나 김 사무처장은 “이제까지 서울시가 보여준 방향은 비용문제에만 국한돼 있었다”며 “중요한 건 국민의 인식전환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고유가시대에 서민들을 상대로 차량 요일제 강화를 위해 전자 스티커까지 동원했지만 이 역시 정보 유출로 인권 침해의 소지 여부만 지적받고 있다”며 시민들이 시 정책을 불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의 지난해 고유가 에너지 대책 발표에도 나와 있듯 지속적 실천 기업과 협약하고 이행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실천 잘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기업도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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