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정착’ 남-북-미-중 가속도 붙은 외교전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확정됐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중국을 극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남을 가졌다. 북한과 미국은 5월 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과 일본의 만남 소식은 없다. 이쯤 되면 ‘재팬 패싱’이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일본이 점차 고립되는 분위기다. 미국과의 친분을 앞세워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론을 주장했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사학스캔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에서 ‘왕따’가 되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급거 4월 중 미국 방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 희망 피력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의 회담이 사실상 타결되는 등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방향이 급속히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데 대해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본 정부가 특히 당혹감을 갖는 것은 국면 전환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데다 변화의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논의 등 일련의 상황 변화에 자신이 소외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국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급거 4월 중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일본 내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위기의 아베 신조 총리
‘사학스캔들+재팬 패싱’ 위기


아베 정부는 현재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모리토모학원 관련 사학스캔들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왕따’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고 인기를 구가하며 올해 정권 연장을 통해 장기 집권 계획을 세웠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모리토모학원은 지난 2016년 재무성으로부터 오사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재무성이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 결재문서를 조작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스캔들은 또다시 일본 정가를 강타한 상황이다.

당초 이 스캔들은 지난해 일본 정가를 강타했다가 봉합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달 2일 아사히신문의 보도로 재점화됐다.

아사히는 재무성의 문서조작 의혹을 폭로하며 사학스캔들에 또 다시 불을 지폈고, 이후 재무성이 의혹을 인정하며 스캔들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닛폰TV 설문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0.0%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13%포인트 이상 빠진 수치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문서조작의 핵심인물인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이 국회 환문(청문회) 출석해 아베총리 부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사가와는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매입 당시 재무성에서 국유지 매각을 담당하는 이재국 국장에 있던 인물이다.

아베 총리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일련의 사학 스캔들은 지난해 여름 절정에 달하며 내각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내린 바 있다. 당시 아베 정권은 개각과 총선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북한의 위협 등 안보 위기를 내세우는 ‘북풍몰이’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4월 남북 및 5월 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현 상황은 다르다. 위기 때마다 북풍몰이로 비리 의혹 물타기를 하며 위기를 모면한 아베 정권에게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는 오히려 악재인 셈이다. 

일본 내 분위기
‘미국에 뒤통수 맞았다’


일본 현지 한 취재원에 따르면 일본의 아베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어떤 정보도 사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전달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접한 일본 정부는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취재원은 일본에서 유명한 친미파 정치칼럼리스트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같은 표현을 써가며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런 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극비 방문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사학 스캔들로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아베 총리에게 한반도 평화와 북미정상회담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4월중 방비 계획을 잡았다. 동시에 북한에도 대화 제의를 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이 북미대화나 남북대화에 끼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북한은 지속적으로 일본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본은 중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과 관련해 “북중(관계) 진전 여부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설명을 제대로 듣고 싶다”며 중국 측에 관련 정보를 요구할 뜻을 시사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총리관저 앞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고위인사의 방중 목적,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끼치는 영향, 일본 정부의 사전 정보 파악 여부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중”이라는 대답을 되풀이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경제 지원받고 싶은 북한


하지만 최근 일본 내 언론에서는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베 신조 총리와의 북일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북한 노동당 간부 등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날 서울 발 기사에서 익명의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김정은 정권이 최근 노동당 간부들에게 “이르면 6월 초에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정부가 최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북측에 타진하고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뒤 6월 초 평양에서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 자료는 지난 2002년 9월 북일 평양선언이 국교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침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한다. 

아사히는 최근 북한 언론이 일본에 대한 비판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사히는 북한 내에서는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 200억 달러든 500억 달러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9월, 그리고 2004년 5월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가 냉각화한 바 있다. 양국은 지난 2014년에는 납치 피해자들의 소식을 재조사하는 ‘스톡홀름 합의’를 체결했으나, 북한은 2016년 조사를 전면 중단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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