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삼불망> 우종철 지음 / 출판사 승연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역사를 수놓은 씨실과 날실 사이에는 정치적 리더십을 가진 출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포용 리더십을 배워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기도 하고 민심을 모아 극적인 위기를 헤쳐 나가기도 한다. 또 이러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반추해 한 시대를 조망하기도 하고 시대를 풍자했던 사조를 예측하기기도 한다. 

역사적 시기 중 고려의 대표적인 리더십을 조명한 신간이 출간됐다.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의 ‘역사소설 삼불망’은 고려를 대표하는 정치가이면서 외교가, 대학자이며 시인인 ‘익재 이제현’을 대상으로 역사적 전거를 찾아 소설적 기법으로 다룬 책이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잃어버린 고구려의 옛 강토를 찾는 꿈을 실현한다는 국시를 정하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며 강성했던 시기다. 북방의 유목, 수렵민족인 거란, 여진이 차례로 중원의 한민족을 압박해 지배권을 장악하려 했던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했다. 

국제적 정세에서 고려는 특이하게 원 간섭기가 있었다. 고려가 대몽 항쟁 끝에 강화를 성립시킨 1259년부터 반원 운동을 성공한 1356년까지 97년간을 그렇게 부른다. 원 간섭기는 우리 역사에서 일제강점기 35년을 제외하면 외세의 간섭이 가장 심했던 시기였고 그에 따라 고려 내부에 정치 변동이 매우 극심한 시기였다. 원 간섭기는 비록 삼별초의 항쟁으로 구겨진 민족적 자존심을 일부 되살렸지만 우리 역사에서 잊고 싶은 수치스러운 역사 이기도 하다.

책 제목에서 ‘삼불망(三不忘)’이란 공자가 ‘계사전(繫辭傳)’에서 국가의 안정과 융성을 위해 지도자와 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보이지 않는 율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삼불망이란 “나라가 안정되고 편안하더라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고 나라가 잘 유지되고 존속되어 가더라도 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 해도 전란이나 혼란이 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속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고려의 귀족사회는 12세기에 이르자 ‘삼불망’을 망각하고 지배층 내부의 대립과 분열이 심해졌다. 고려의 수치스런 역사의 흔적이기도 한 원간섭기를 거의 살다간 이제현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수난기 속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고자 했던 동시대의 선비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유배된 왕을 구해내기도 했으며 부원들이 고려를 원나라의 일개 성(省)으로 하려는 음모를 분쇄해 한반도가 오늘의 중국이 되는 것을 막아내기도 한 인물이다. 고려 말기의 폐단을 성리학적인 해법으로 해결하였으며 공민왕 때는 네 번에 걸쳐 수상을 역임하면서 반원 운동을 성공 시켜 원간섭기를 종결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과거의 역사 속 현자 중 서애 유성룡은 “이제현은 덕(德), 공(功), 언(言)의 세 장점을 고루 갖춘 고려 500년 동안의 유일한 유가적 인물이다"라고 평했으며 목은 이색은 “몸은 해동(海東)에 있으나 이름은 세계에 넘치며, 도덕의 으뜸이요 문장의 조종(祖宗)이다”라고 손꼽을 정도로 우국충정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고려왕조와 백성을 구하는 데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저자 우 소장은 “80평생 명리를 취하지 않고 한길만을 달려온 이제현을 조명하면서 우국충정을 불러온 그의 길을 따라 우리가 현재 역사에서 배워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했다. 또 희로에 움직이지 않는 대쪽같은 인생을 살다간 이제현이기에 사후 640년 이 지난 오늘도 그의 붓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자는 14세기 고려를 이끈 이제현의 의로운 삶을 통하여 한 정치인의 경륜과 애국심이 저물어 가는 고려 왕조와 민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1960년 경북 봉화군에서 태어나 단국대 행정학과와 같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제14대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 사회 문화 담당관 이한동 국무총리 보좌관, 웅진대학교 겸임교수, 뉴데일리 논설위원, 일요서울 논설주간, 민주평통 자문회의 상임 위원,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평화문제연구소, 통일한국포럼 이사, 자하문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저서로는 ‘생명 도시 봉화, 미래를 열다’, ‘신뢰와 원칙’, ‘중국 4천년 역사를 이끈 포용의 리더십’ ‘역사에서 배우는 포용의 리더십’‘민생 정부의 약속과 책임’이 있으며 다수의 논문과 칼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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