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홈에버 깡치기 의혹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홈에버’란 새로운 브랜드로 유통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으나 출범 초기부터 ‘깡치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깡치기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유통시장 질서를 심하게 왜곡시키는 것이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최근 오픈한 홈에버 매장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깡치기’수법을 집중 추적했다.


기자가 A씨의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15일. 최근 새로 오픈하는 홈에버 매장에서 한밤중에 일명 ‘상품권깡’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홈에버 매장서 ‘상품권깡’
A씨의 말에 따르면 ‘홈에버’에서 이뤄지는 깡치기는 상품권으로 전자제품이나 시장성이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소매업자들에게 현금을 받고 다시 파는 일명 ‘상품권깡’이다.

물건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주로 동대문 근처에서 활동하는 ‘깡업자’들.

깡업자들은 동대문이나 명동 등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을 4~5% 정도 싸게 산 후 이 상품권을 이용해 ‘홈에버’ 매장에서 물건들을 사들인다. 특히 깡업자들이 ‘홈에버’에서 물건을 살 때는 대량의 물건을 원가이하로 사기 때문에 다시 이익이 발생한다. 깡업자들은 이 물건들을 인터넷 쇼핑몰이나 용산 등에 되판다. 이 과정에서 깡업자들이 보는 이익은 전체 물건가의 10~15% 정
도. 물론 홈에버 측은 밑지는 장사다.

이같은 ‘상품권깡’은 신용카드처럼 증거가 남지 않아 단속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들어 유행하는 수법이다. 특히 ‘상품권깡’은 제재할 법적근거도 없는 상황이며 단속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유통방식은 탈세로 이어짐과 동시에 소규모 지방가전제품 업체들을 초토화시켜 유통시장의 질서 자체를 왜곡시켜 버린다는데 그 폐해가 있다.

A씨는 “깡치기 업자들도 문제지만 홈에버와 같은 대형유통업체가 암묵적으로 이를 돕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대량으로 사들인 가전제품 등을 원가이하로 깡치기 업자들에게 넘기는 것은 유통시장질서를 파괴해버리고 이 피해는 곧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즉 홈에버가 대량으로 물건을 풀지 않는다면 이같은 폐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대형마트 주변의 영세 상인들이 고전하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행태는 대형유통업체의 또 하나의 ‘모럴해저드’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홈에버’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전제품을 원가이하로 파는 이유.

이에 대해 A씨는 “사업초기에 매출을 부풀려 소비자들이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즉 이랜드가 지난해 까르푸를 인수한 가격은 1조 7,000억원 전후. 이랜드는 이중 1조 4,000억원 정도를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컨소시엄에서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측이나 소비자들에게 초기 매출은 홈에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홈에버 상암점은 지난 12월 오픈 당시 매출이 25억원으로 대형마트 하루 매출액 신기록을 세웠다며 발표했으나 이를 두고 이마트 측과 신경전을 벌인바 있다. 그만큼 시장에 새로 진입한 업체일수록 매출액에 민감하다.


폐장 후 작업
깡치기는 주로 자정을 넘어선 시간에 이뤄지고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단속이나 언론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다. A씨는 “지난해 12월 오픈한 한 매장에서는 새벽 2시경에 매장을 닫아놓고 깡치기를 했으며 또 다른 매장에서는 새벽 3시까지 깡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깡치기가 실제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상품권 수백장을 보이는데서 계산할리 없으며 주로 주차장에서 명세서를 작성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어 현장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에버 노조 내에서도 이러한 깡치기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랜드 노조 홈페이지에는 깡치기 수법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와 있으며 관련한 몇 개의 댓글도 달려있다. 댓글들은 깡치기를 기정사실화한 채 노조가 이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다음은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댓글의 일부.

“지금 뭐하자는 거야? 카드깡하는 회사나 관리자도 나쁜 놈들이지만 이런 걸 떠들고 다니는 노조놈들 더 나쁘다. 싸워도 집안에서 싸워야지. 그래 홈에버가 망하면 그리 좋나?”

“회사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아무리 시정을 요구해도 무시하는데 어떡해요? 회사 망하지 않으려면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눈감아야 하나요.”

이같은 깡치기 주장에 대해 이랜드 홈에버 측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홈에버 한 관계자는 “절대 편법이나 불법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철칙”이라며 “(기자가 제기한) 깡치기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 매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쌓아두고 깡치기를 했다는 제보는 오픈 전날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오면서 매장 밖에 물건을 잔뜩 쌓아둔 것을 보고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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