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내우외환 막후

현대해상 ‘오너의 귀환’이 실현될까?. 하종선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이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 로비혐의로 구속된 이후, 재계를 중심으로 정몽윤 이사회 명예회장의 경영복귀설이 번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하 사장의 재판결과 여부가 정 회장 컴백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이사회 체제가 기업 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일부 여론의 지적도 정 회장의 ‘경영복귀설’에 힘을 불어넣는다. 이사회의 원탁토의로는 대내외 사업을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몽윤 회장의 경영복귀설은 지난해 11월 15일 하종선 사장이 검찰에 구속된 직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하 사장은 ‘법무법인 두우’의 변호사로 재직하던 당시 론스타측을 대신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관계에 로비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해상은 하 사장의 구속수감에 따른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에 대비, 임원회의를 통해 각 부문별 총 책임자들이 담당업무를 총괄하고 회사의 중요 사안들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경영체제는 정 회장 복귀설의 배경이 됐다. 또 이사회 내에서 결재권을 가진 임원들의 발언권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장석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의장의 발언과 결정권이 보다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 현대해상의 이사회의장은 정 회장이 맡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오너이자 이사회의 의장인 그에게 권한이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사회 중심의 비상경영체제 전환 자체가 그의 경영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컴백, 정 회장에겐 부담
한편으로 정몽윤 회장의 측근을 비롯한 현대해상 내부에서는 그의 경영일선 복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 회장은 96년 당시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떠났다. 현재 현대해상의 등기임원이자 이사회의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그가 법적 책임을 떠안는 대표이사를 맡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현대해상 관계자 역시 “(회장님은) 현재 이사회의장직을 수행하며 직·간접적인 경영참여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하 사장의 거취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복귀를 결정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그의 경영복귀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으로선 CEO의 부재가 오래 지속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 사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길어지는 만큼 경영에 크고 작은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중심의 비상경영체제가 유지되면서 하 사장 중심으로 추진되던 대내외 사업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외부인사 영입가능성
현대해상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국 내 지점설립과 미국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 역시 진전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하 사장은 취임과 함께 고객만족과 현장중심의 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으로선 하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 사장이 ‘하야’하게 된다면 임원인사를 통한 내부 승진이나, 전문경영인을 스카우트하는 외부수혈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외부인사 영입설이 퍼지기도 했다. 현재 현대해상 경영진들 사이에서 후임으로 허정범 하이카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사장 내정을 유력시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현대해상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현대해상측 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 사장의 부재를 두고 인사변동과 관련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허정범 사장 영입설’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능력있는 부문별 부사장들의 승진이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외부인사를 데리고 와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경영복귀설’에 모르쇠로 일관
외부의 추측과는 달리, 현대해상은 정 회장의 경영복귀설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하 사장의 거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지금의 상황에서 (사장님) 임기에 영향을 줄만한 요소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이사회 중심의 비상경영체제 또한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대해상은 부문장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대표이사가 외부적으로 경영활동을 하지 않는다. 보상은 보상 부문장이, 마케팅은 마케팅 부문장이 담당하는 보다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하 사장의 구속이후 현대해상은 회사 내 업무를 5개 부문의 임원들이 결재하고 중요 사안에 대해 수시로 이사회의 승인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하종선 사장의 대표이사 직은 유효하다. 그의 사장임기 역시 2007년 11월까지로 1년 남짓한 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 재기되고 있는 ‘책임론’의 비중이 커진다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수사결과를 떠나 로비활동 연루설로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여론과 회사안팎의 비난 때문이다.


하 사장 퇴진, 아직 유동적
현대해상은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 15일자 공시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과 관련하여 하종선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대표이사 취임 전인 변호사 신분으로 있을 때 발생한 것으로 현대해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거취를 결정짓는 또 다른 변수도 있다. 하 사장과 정 회장과 서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두 사람의 관계가 정 회장의 경영복귀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월 16일, 정 회장은 현대해상 본사를 포함한 계열사 등 1만 2,000여 명의 현대해상 임직원과 설계사들에게 경영서신을 보냈다. 서신에서 정 회장은 “하 사장이 개인적인 일로 검찰에 구속수감됐지만 수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결정되지 않은 문제를 갖고 (하 사장)거취문제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해 하 사장의 구속수감과 맞물린 자신의 경영복귀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하 사장이 취임한 이후 회사의 경영실적이 크게 좋아졌다”며 “임직원들도 하 사장의 노력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고 말해 표면적으로는 하 사장에 대한 신임에 큰 변화가 없음을 천명했다. 무엇보다 검찰수사가 현재 진행중에 있다는 사실이 하 사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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