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6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사유가 소멸된 데다 경영 공백에 따른 부정적인 파급효과, 건강상태 등을 감안해 보석신청을 받아들였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정 회장 보석 이후 현대차는 달라지고 있다. 어둡던 그림자를 벗고 투명경영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 계열사별 자율경영 등 후속대책을 마련하여 투명한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정몽구 회장)의 경영상태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정 회장의 구속으로 현대차 경영이 표류했다. 지난 29일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이미지 재고를 위해 다각도로 전략을 마련했다. 내부제보자의 제보가 단초가 된 비자금 사건으로 불거진 정 회장 구속·정의선 사장 불구속이란 사상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브랜드 인지도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이를 신속하게 회복하고 글로벌 메이커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MK 병상 경영…주요사업 추진

정 회장은 병상 경영을 한다. 그간 서울구치소에 구속됐을 때는 하루 15분 면회밖에 허용되지 않아 사실상 경영상 결단이 어려웠다. 보석으로 석방되어 현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라서 병상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 현대차는 지난 29일 긴급 임원회의를 갖고 정 회장 부재기간 차질을 빚었던 사업 목록과 향후 대처 방안 등을 정리해 보고했다. 정 회장은 그간 공백으로 미뤄뒀던 해외공장 착공 등 주요 사업들을 속속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사업으론 이미 투자 계약을 체결한 체코공장, 조지아주 공장의 착공식 일정을 조만간 잡고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착공식 일정이 잡히면 투자 자금 조달 방법과 현지 책임자 인사 발령 등이 순식간에 이뤄질 것”이라면서 “한두달 착공이 지연됐지만 현지 파트너와 신뢰만 회복되면 충분히 공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준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워낙 시급한 현안들이 많아 ‘병상경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해외공장 건설 프로젝트 차질과 해외딜러 동요 등으로 인한 해외판매 부진, 브랜드 이미지·신뢰도 추락, 노조 파업 등 모든 사안이 정 회장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령인 정 회장의 지병이 악화됐고 재판중이라는 점을 고려, 이전과 달리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최종 결정과 조율을 하는 ‘역할 분담’ 경영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지배구조 갖춘 기업 지향

현대차는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기업’,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적 방안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우선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기획총괄본부 축소, 윤리위원회 신설, 이사회 권한 강화 등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1조원 사회 환원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지을 전망이다.

법원은 정 회장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그룹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고 현대차도 ‘투명한 경영’을 약속했었다.현대차 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영전반에 걸쳐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경영성과는 물론 지배·경영구조에서도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회장 석방과 함께 현대차 그랜저(현지명 아제라)가 미 J.D.파워가 실시한 상품성 만족도인 ‘어필(APEAL)조사’에서 대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고 투스카니는 소형 스포티카 부문에서 사이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의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면서 “무엇보다 먼저 지난 4월 정 회장 구속 직전 국민에게 약속한 사재 1조원의 사회 환원과 협력사 지원, 일자리 창출, 계열사 자율경영체제 강화,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을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한 그는 “정 회장 1인에 의존하는 ‘황제경영’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재계와 일반인 모두 현대차가 정 회장의 석방을 탄원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이제부터 현대차가 ‘황제경영’의 전횡을 벗고 투명 경영을 통해 이들의 기대에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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