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되어 돌아온 안철수의 ‘파라독스’
독이 되어 돌아온 안철수의 ‘파라독스’
  • 박아름 기자
  • 입력 2018-04-13 17:29
  • 승인 2018.04.13 17:29
  • 호수 1250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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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양강 구도’ 기대했지만… 7년 전 양보 ‘부메랑’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자기모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년 전 ‘따 놓은 당상’이었던 서울시장직을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하더니 이제와서 박 시장의 시정 운영을 지적하며 스스로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것. 이는 안 후보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자신과 박 시장의 ‘양강 구도’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 안 후보가 본격적으로 1대1 구도가 형성될 시 ‘양보론 카드’까지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안 후보의 전략대로 선거판 분위기가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박 시장의 지지율이 여야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야권 연대의 가능성도 사실상 무산돼 이변이 없는 한 안 후보의 지지율이 폭등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 자체가 본인의 7년 전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처사라고 꼬집는 실정이다.
 
“본인 결정 잘못됐다 인정하는 꼴” 비판 여론 확산
최후의 수단 ‘양보론’ 카드 꺼낼 수도 있지만 효과는 ‘글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바탕으로 지난 5~6일 6.13서울시장 선거 민주당 후보로 박원순 시장을 가정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 후보가 50.3%, 안철수 후보(20.4%), 김문수 후보(16.6%), 신지예 후보(2.2%), 인지연 후보(1.8%)로 집계됐다. ‘없음’은 5.6%, ‘잘모름’은 3.1%. 안 후보와 김 후보 지지율의 합이 37%지만 박원순 후보 지지율과는 10%p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95% 신뢰수준에 ±3.0%p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지자 안 후보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본래 안 후보는 “야권 대표 후보”를 강조하며 박 시장과 ‘양강 구도’를 기대했는데, 정작 여론 조사 결과로는 박 시장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나타낼뿐더러 김문수 후보에게도 바짝 추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 후보의 출마 자체를 ‘역설(逆說)’이라고 보는 시선은 더욱 뼈아프다. 7년 전 박 후보가 서울시장직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양보’를 하더니, 이제 와서 박 후보를 비판하며 스스로 출마를 선언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방증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 안 후보가 기댈 만한 것은 ‘야권 연대’지만 보수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도 사실상 제로다. 안 후보와 한국당 양측 모두 줄곧 부정적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우선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116명이 있는 정당이고 바른미래당은 양당에서 파생된 분들이 모여 급조된 정당이다. 연대라는 건 (상황이) 비슷했을 때 가능성이 있는데 전혀 상대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연대 냄새를 조금씩 풍기는 것은 그쪽(바른미래당)에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도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은 120석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고 바른미래당과는 보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후보를 빼버리면 이는 우리 스스로 보수 주도권을 내어 주는 셈이다. 이런 자충수를 두진 않을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패할 경우 보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홍 대표나 김 후보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한국당이) 만약 3등이라는 독배를 마셔야 한다 할지라도 중도 사퇴 또는 단일화는 없을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상황이라면 3등으로 죽는 것이 낫다. 보수 주도권 경쟁 중인 바른미래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거나 중도 사퇴로 ‘묵시적 연대’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일축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바심을 느낀 안 후보가 결국 ‘양보론 프레임’을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지난 11일 택시기사들과 간담회에서 “내가 초선일 때 택시회사에 갔는데 박 시장에 대한 여러 원망을 들었다. 왜 박 시장을 밀어줘서 당선시켰느냐고 했다”고 7년 전 ‘양보’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박 시장이 7년 전과 달리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평가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당시 안 후보의 ‘양보’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 결정적이다.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보론과 관련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시장 후보를 스스로 양보한 것은 시민을 모욕하는 처사다. 자신이 시장으로서 역량이 있다면 당연히 출마를 했어야 한다. 자신보다 역량이 낮고 지지율도 낮은 사람을 위해 양보를 했다는 것은 서울 시민들을 얕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결국 양보가 아니라 스스로 출마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대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그만둔 것이다. 내가 나가면 되는데 너에게 양보를 했다는 건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후보가 양보론을 내세우는 것은 결국 서울 시민들에게 동정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앞서 말했듯 스스로 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은 시민을 모욕하는 처사다. 당장 박 시장이 물러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가의 한 관계자도 “안 후보가 자신이 7년 전에 양보해줘서 (박 시장이) 당선됐으니 이번에는 자기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시민들에게 윤리적인 우월감과 같은 헤게모니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 그런 것인가”라며 “만약 양보론대로라면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안철수 후보의 편을 들었어야 하지 않나”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