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지수’와 ‘블랙-리스트’ 그게 그거 아닌가
‘JP-지수’와 ‘블랙-리스트’ 그게 그거 아닌가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8-04-13 20:52
  • 승인 2018.04.13 20:52
  • 호수 1250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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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장관 등 고위관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요주의 인물명단)’ 작성 죄로 7명이 감옥에 갔다. 김기춘 전 박 대통령 비서실장은 주도적으로 좌편향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 블랙-리스트와 관련, “다시는 이와 같은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해서도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듣거나 피해 입으신 분들을 만나면 늘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도 못 된 오늘 다시 문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주미한국대사관 경제공사 직에 응모했다. 정부 자격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우편향 단체 활동과 논평 탓으로 탈락되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청와대 직원이 “보수적인 단체에 가 계신다거나 했는데 왜 갑자기 이 정부에서 경제공사를 나가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다. 여기에 최 교수는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라며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는 후보인지를 가리는 것은 당연한 검증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이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 논리대로 간다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좌편향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도록 배제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할 수 있다. 문 정부가 우편향 인사를 탈락시킨다거나 박 정부가 좌편향 인사·단체를 배제한 거나 그게 그거라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최 교수가 우익 성향 때문에 경제공사직에서 탈락된 것은 그의 항변대로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적폐 청산’에 이어 정부 관리들을 불안케 하는 ‘JP-지수’도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와 무관치 않다. ‘JP-지수’는 적폐(JP) 지수의 약자라고 한다. ‘JP-지수’는 지난 정권 때 우편향 정책을 집행한 실적을 말한다. 우편향 정책 집행에 깊이 관여했을수록 ‘JP-지수’는 높아진다. ‘JP 지수’가 높아지면 “부역자”로 찍혀 ‘적폐 청산’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청산 대상으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여, 우편향 안보교육 DVD 배포, 비선조직 통한 노동개혁 방해 등이 꼽힌다. 문 정부의 JP-지수‘에 기반한 ‘적폐 청산’ 대상도 ‘블랙-리스트’ 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JP-지수’는 명단으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게 다를 뿐이다. 
정부 관리들 중에는 ‘JP-지수’ 공포로 복지부동 작태가 확산된다고 한다. 국가 공복으로서 소신껏 그리고 열심히 국가정책을 집행했다가 다음 정권에서 ‘JP-지수’가 높아져 ‘부역자’로 찍히거나 감옥에 간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행정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마비시키기에 이른다.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일부 국민들은 4년 후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경우 문재인 정권 때의 “적폐 청산”을 모방해 문 정권 청산 보복에 들어가지 않겠나 예견한다. 다음 정권의 ‘적폐 청산’대상으로는 문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의 문제, 탈원전 추진 과정에서의 편볍 동원 의구심, ‘적폐 청산’ 대상자 선별과정에서의 편파성 등 거론하자면 한이 없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 청산’으로 2022년 차기 정부도 ‘JP 지수’가 높은 관리들을 “직권남용죄” 등으로 감옥에 보낼 수 있는 선례를 남겨주었다. 망국적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다시는 블랙-리스트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블랙-리스트적 인사 관리’부터 중단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악순환 고리를 여기서 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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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