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6일의 일이다. 지금은 503 수의를 입고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 관련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지금 국민들 중에는 이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하고 생각하는 그러한 분들도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명제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아이디어였다는 항간의 보도도 있어 씁쓸함은 있지만, 통일은 누군가에게는 대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들에게 통일이 대박이 아닌 것 또한 사실이다.
 
통일은 북한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여 궁극적으로는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통일은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회복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가져다 줄 것이다.

통일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상승시키고 경제, 사회, 문화적인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것이 통일의 필요성이 되고, 통일의 당위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대박’의 꿈은 그렇게 쉽게 우리에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할 때 평화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통일과 평화는 함께 가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평화 없는 통일’은 외줄을 타는 광대와 같다. 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고, 위태롭게 보인다.
 
우리의 통일이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들과의 평화체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동북아의 평화체제가 확립되지 않으면 우리의 통일도 위협받게 된다.

‘통일 없는 평화’는 속빈 강정이다. 공허하고 내용이 없어 평화가 깨어지기 쉽다. 그래서 통일과 평화는 함께 가야한다. 통일과 평화가 함께 갈 때만이 우리에게 희망이 싹트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통일대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판문점 남쪽지역에 위치한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이미 양쪽 정상 간의 핫라인도 개설된 상태다.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폐기, 한반도 비핵화, 북미정상회담, 남북 간 교류협력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때, 양쪽 정상들의 이루어 낼 합의도 거의 조율이 끝났을 것이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 문화체육교류, 상호비방금지, 적대적 군사훈련 자제 등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북한 초미의 관심사인 개성공단 재가동,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재개 협상 등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면 곧 ‘통일대박’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보다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제안했고, 한반도비핵화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그의 목적은 핵을 지렛대로 북한체제를 국제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북한에서 완벽하게 핵을 폐기하는 것이다. 양국 간 동상이몽이 시작된 것이다.
 
이솝우화에서 여우와 두루미는 각기 상대방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자신이 먹기 편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상대방에게 골탕을 먹였다. 현재의 김정은과 트럼프는 여우와 두루미다. 이들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통일대박’의 꿈을 이루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 이번 4.27정상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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