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역전세난
현실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역전세난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04-27 18:43
  • 승인 2018.04.27 18:43
  • 호수 125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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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갑을 관계 “세입자를 찾습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입주 물량은 많은데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 현상이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전세 가격을 수천만 원씩 내리는데 세입자 들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각각의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 현상 등은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득세한다. 또 해당 흐름이 집값 하락의 전조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자칫 손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수요 물량 증가에 전셋값 하락…깡통전세 현상 심화될까 ‘우려’

역전세난이란 전셋집 공급 물량이 늘었지만 그 수요가 줄어 전세 계약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또 계약 시점보다 전세보증금이 떨어져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이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서울 강남지역 전셋값은 벌써 10주째 내리막이다. 지난해 급격한 가격 상승을 기록하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마저 유독 전세가격에선 하락폭이 큰 터라 역전세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한강이남 11개구)의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월 12일부터 4월 16일까지 10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 전세시장 전체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강남지역의 조정폭이 더욱 심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전세가격이 10주간 0.59% 하락하는 상황에서 강남지역은 1.09% 내려갔다. 강남에서도 알짜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4구를 살펴보면 강남은 지난 10주간 1.29%, 서초는 2.19%, 송파는 1.91%, 강동은 1.80% 전세가격이 내렸다.

단지별로는 억대로 전세금이 하락 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강남구 역삼동 역삼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12월 9억8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2일에는 8억5000만 원짜리 물량이 나왔다.

또 다른 통계를 보면 강북권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전세시장이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북 지역의 전세시장은 8년여 만에 가장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의 전세거래지수는 13.6으로 집계되면서 2010년 1월 4일 이후 8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전세거래지수는 16.5로, 지난해 10월 9일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 계약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 전세거래지수는 0~200 범위에서 움직이며, 0 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없다는 뜻이다.

전국 전세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지난 2016년 10월 마지막 주 이후 전국의 전세거래지수는 단 한 번도 25선을 넘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

전셋값의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이후로 반 년째 약보합세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전세난민, 전세대란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던 서울 아파트의 전세시장도 지난 9일 전주대비 0.03% 떨어졌다.

2012년 8월 6일(-0.01%) 이후 5년 8개월 만에 하락세를 기록한 것인데, 지난 16일 또 다시 전주대비 보합, 전월대비 0.02% 하락했다. 서울의 구별로 보면 이달 16일 기준 서초구와 강동구의 전셋값이 각각 0.35%, 0.24% 떨어졌다.

그 외 광진구, 노원구, 양천구, 송파구, 구로구, 도봉구, 영등포구, 동작구 등의 지역도 전월보다 낮은 전셋값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으로 해당 지역마다 입주 공급물량이 대거 몰려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역전세난이 계속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첫째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선행지수라는 점에서 향후 매매가격이 하락해 깡통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함에 따라 집이 경매에 넘어가 버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경우를 말한다. 더불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당장 싼 집을 찾았다 해도 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집주인 역시 떨어진 전셋값만큼 돌려달라는 세입자들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전세금 반환을 놓고 분쟁이 벌어진다면 대부분 법적 공방을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 일쑤다.

둘째는 시장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향후 가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격만 보고 덜컥 싼 전세 물건을 잡았다가 대출이 많은 집이거나 전셋값이 다시 오를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싼 값에 나왔던 전세 매물이 2년 뒤 재연장 시기가 돌아왔을 때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면  증액된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부동산 중개사는 “전세를 구할 때 여유자금을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