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상권의 최대 상가’로 주목받아온 신도림테크노마트가 천억원대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에 휘말렸다. 신도림테크노마트 분양자모임인 분양계약자협회(이하 분양자협회·회장 남동현)가 계약해지를 주장하면서 시행업체인 (주)프라임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분양자협회와 (주)프라임산업간의 충돌은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있었다. (주)프라임산업이 분양한 신도림테크노마트 공사가 예정보다 3년이 늦은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가면서 완공도 늦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양자들은 (주)프라임산업측에 계약해지 및 공사지체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프라임산업측은 ‘중도금 유예조치’ 등과 같은 실질적인 보상을 이미 해준 상태라며 분양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신도림테크노마트가 송사에 휘말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수지 문제로 착공 3년 미뤄져

문제의 신도림테크노마트 건립계획은 (주)프라임산업이 지난 2002년 초 옛 기아자동차 출고장 부지와 신도림역사 일부가 포함된 유수지 등 1만여평을 매입하면서 막이 올랐다. (주)프라임산업은 현재 광장동에 있는 ‘으랏차차’ 테크노마트에 이은 ‘제2테크노마트 프로젝트’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그 해 5월 지상 25층, 지하 5층에 연면적 10만평 규모로 종합전자쇼핑몰을 세우는 계획을 확정하고, 대대적인 분양에 나서 모두 4,000개 점포와 음식점 등 구내시설에 대한 분양을 마쳤다. 당시 분양에는 프라임산업 직영분 1,000계좌, 용산 등지의 기존 전자상가 사업자 2,500계좌, 일반 투자자 500계좌가 포함됐다.

이처럼 부지개발부터 분양까지 초고속으로 성공한 신도림테크노마트 프로젝트는 신도림역과 지하통로를 연결하는 곳에서 발목을 잡혔다. 신도림역과 연결통로 역할을 할 유수지의 용도변경을 서울시가 불허했기 때문. 이 유수지는 신도림테크노마트사업의 핵심 요소로, 유수지 지하통로가 개설되지 못할 경우 일반 쇼핑몰과의 차이점이 없게 돼 투자메리트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주)프라임산업은 유수지 용도변경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결국 서울시로부터 2004년 7월 건축허가를 받아냈지만 공사는 3년이나 지연됐다. 사실상 신도림테크노마트의 완공시점이 당초 2005년에서 2008년으로 미뤄진 셈이다.

계약해지 요구하는 분양계약자들

공사가 지연되자 당연히 신도림테크노마트를 분양받은 분양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분양자들은 (주)프라임산업측에 ‘계약해지와 보상지연금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신도림테크노마트 분양자협회는 “2005년 하반기에 완공예정이라던 신도림테크노마트가 올해 3월에야 겨우 건축허가가 떨어졌다”면서 “사실상 입점시기가 3년이나 미뤄진 만큼 이에 대한 지연보상금과 계약해지를 원한다”고 말했다. 공사가 3년 가까이 지연됐기 때문에 시행업체인 (주)프라임산업이 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게 분양자들의 주장이다. 이미 분양자협회는 지난달 20일 회사측에 이 같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분양자협회 남동현 회장은 “프라임산업은 이미 분양이전부터 유수지문제로 인해 공사기간이 지체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 회장은 “도시계획설계기본안은 5년마다 바뀌는데, (주)프라임산업측이 1999년 7월에 확정된 도시계획을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면서 “실질적인 도시계획 변경이 2004년 7월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2005년 9월 입주 가능이라고 분양광고를 한 것은 분양자들을 기만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수지 변경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분양을 시작한 것은 바로 2003년부터 변경된 분양관련법 때문”이라며 “당시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인해 1,000여개 이상의 분양물건에 대해서는 ‘선시공 후분양’으로 제도가 변경됐는데,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프라임산업이 먼저 분양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한 “분양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주)프라임산업은 이미 4,000억원대의 자금을 쌓아둔 상태”라며 “한달 이자만도 10억원에 달하는 이 금액을 갖고 있는 (주)프라임산업측으로서는 하루 빨리 공사를 시작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고 흥분했다.

느긋한 (주)프라임산업

그러나 (주)프라임산업은 다른 입장이다. (주)프라임산업 관계자는 “공사기간이 연기됐던 것은 상가활성화를 위한 신도림역 지하 연결통로 때문”이라며 “공사기간이 지체된 것은 인정하지만, 어찌 됐든 공사를 이미 시작한 마당에 신도림테크노마트가 완공된 후 분양자들간에 개인협의를 거쳐 보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또 계약해지 문제에 대해 (주)프라임산업 관계자는 “지하철역과의 연결을 위해 유수지 문제를 서울시와 협상하면서 공사기간이 지체됐다”면서 “귀책사유가 회사측이 아닌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 있었으므로 일부 분양자들이 원하는 무조건적인 계약해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실 신도림테크노마트와 관련한 ‘계약해지 및 공사지체보상금 반환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8월 권혁수씨를 비롯한 일반분양자 25명이 (주)프라임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결과는 (주)프라임산업의 승리로 마무리된 상태. 이에 권씨 등 일반분양자들은 항소를 한 상태다. 이 때문에 (주)프라임산업은 이번 계약해지 요구에 대해서도 상당히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계약자들이 본사를 방문했으나 경영진과의 면담은 거절됐다.

9월 이후 소송 본격 진행

남 회장은 “(주)프라임산업이 광고를 통해 약속했던 입주날짜가 이제 한달 정도밖에 안 남았다”면서 “당초 입주예정시점이었던 2005년 9월이 지나고 나면 분양계약자협회가 (주)프라임산업을 상대로 ‘계약해지 및 공기지체보상금’ 단체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분양자협회는 공정위에 ‘허위과장광고’와 ‘불공정거래약관’ 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즉 공정위의 심사를 통해 (주)프라임산업의 부도덕한 행위를 알린 뒤 이를 토대로 법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것. 남 회장은 “공정위의 심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정소송은 물론, 오는 25일부터 강변역 테크노마트와 신도림역테크노마트에서 ‘(주)프라임산업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 (주)프라임산업은 어떤 기업

당초 호프산업으로 출발했던 이 회사는 지난 1988년 (주)프라임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1994년 당시 쇼핑불모지였던 광진구 구의동에 국내 최대규모의 전자복합상가인 ‘테크노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시작했다. 연면적 7만여평의 대단위 쇼핑센터는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현재 강변역 테크노마트는 강북지역 전자상권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며 용산과 함께 서울의 2대 전자상권으로 불릴 정도다. 이후 (주)프라임산업은 부동산 분야와 관련된 계열사들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부동산 전문그룹으로의 비상을 시작한 것. 특히 프라임산업(부동산 개발)→삼안기술(설계 및 감리)→프라임건설(건설)→프라임개발(건물관리)로 이어지는 완벽한 부동산 계열사와, 이를 뒤에서 받쳐주는 프라임상호저축은행(금융)과 프라임벤처캐피탈(투자)의 하모니는 업계전문가들조차 부러워할 지경이다.

이런 팀워크를 바탕으로 (주)프라임산업은 ‘명동의 아바타’와 ‘광명의 크로앙스’ 등을 잇달아 분양에 성공하면서 부동산 전문개발 그룹으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그러나 프라임산업의 백종헌 회장의 야심은 ‘부동산’만이 아니었다. ‘프라임=부동산 전문기업’이란 이미지가 굳어갈 무렵인 2003년 국내 IT기업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주) 한글과컴퓨터를 인수, 첨단기업으로 본격 변신을 시작했다. 한편 (주)프라임산업그룹을 이끌고 있는 백종헌(1952년생) 프라임산업 회장은 전남대학교를 졸업한 영재. 1975년부터 건설업계에 뛰어 들어 88년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인 프라임산업을 설립, 오늘날의 테크노마트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 신도림테크노마트 분양계약서는 ‘불공정’ 투성이?

신도림테크노마트가 불공정 약관 논란에 휩싸였다. 분양계약자들이 시행업체인 (주)프라임산업과 체결했던 분양계약서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신도림테크노마트 분양자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도림테크노마트 분양계약서의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분양자들이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한 것은 2002년에 체결한 신도림테크노마트 분양계약서 약관 중 제3조4항. 이 약관 조항에 따르면 ‘분양계약자들(을)은 (주)프라임산업(갑)에 지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하등의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분양자들은 “(주)프라임산업이 공사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사실상 분양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무조건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의 노비문서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프라임산업측은 “공사지체 보상금에 대한 협의는 신도림테크노마트가 완공된 이후 개별적으로 협의할 내용”이라며 약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약관과 관련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분양자협회는 “약관내용 대로라면 (주)프라임산업은 신도림테크노마트 완공 이후에도 공사지체보상금에 대한 협의 자체를 묵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분양자들은 약관심사를 요청함과 동시에 지난 2002년 분양 당시 (주)프라임산업의 분양자모집 광고가 허위과대광고라는 점을 들어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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