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마케팅업계의 거두로 불리는 암웨이가 최근 괴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네트워크마케팅시장을 전면 개방한 중국을 잡기 위해 한국암웨이를 정리하고 중국에 진출한다는 것이 괴소문의 정체이다. 이와 관련, 상당수 암웨이 사업자들이 본사에 이를 확인하는 등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암웨이의 철수설은 사실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퍼져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암웨이측의 강력한 부인과 엄청난 매출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소문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암웨이 관계자는 “한국암웨이는 암웨이그룹 내에서 매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 법인”이라며 “한국시장을 포기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의 철수설은 사정이 다르다. 암웨이의 매출이 전기에 비교해 1/3에 달할 정도로 급감했다는 감사보고서가 공개됐고, 암웨이 사업자들의 중국 비즈니스활동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웨이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한국암웨이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다면 지난해 있었던 사업자 대량이탈 사태가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꼬리를 무는 중국진출설

업계의 우려처럼 최근 암웨이는 ‘사업자그룹의 중국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암웨이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 그룹들의 대중국 비즈니스 활동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 그룹들의 국제활동은 개별적인 활동으로 회사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트워크마케팅업계는 암웨이사업자들의 중국진출이 ‘암웨이 철수’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경쟁업체의 한 임원은 “암웨이의 경우 이미 1995년부터 중국에서 암웨이차이나를 운영해왔다”며 “한국과 중국 두 곳에 이미 현지법인이 있는데, 국내 사업자들이 굳이 중국활동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암웨이는 “회사 차원의 비즈니스활동이라면 한국법인과 중국법인이 나서겠지만, 최근 사업자그룹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중국사업은 회사와는 관계없는 개별사업들”이라며 “업계에서 주장하는 중국진출설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중국진출설에 대한 또 다른 근거가 나돌고 있다. 급작스레 변경된 회계기준이 그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 “지난해 배당금 논란을 일으켰던 암웨이가 급작스레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은 연중 2회의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사업철수 이전에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최대한 받아내 보자는 시도라는 것.

실제 암웨이는 지난 3월23일 회계기준 변경 이후 첫 번째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번 회계기준인 18기는 2004년 9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돼 있으며, 17기는 2003년 9월1일부터 2004년 8월31일까지로 잡혀있다. 암웨이는 그러나 “회계기준 변경은 국내 회계기준에 맞추려는 의도일 뿐, 중국진출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서 “그동안 미국식 기준에 따라 회계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에 국내 다단계업체들과의 객관적인 비교가 사실상 어려웠다”고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배당금’ 문제. 업계관계자들은 “암웨이의 회계기준 변경의 근본적인 배경은 바로 배당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암웨이 관계자는 “배당금 문제는 기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확실한 답변을 피해갔다.

인터넷만 있으면 된다?

암웨이의 철수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은 한국암웨이에 국내 생산기지가 없다는 점도 철수요인으로 지목한다. 암웨이는 92년 당시 충북 음성 일대에 제조법인의 부지를 확보했지만, 몇 년째 방치하다가 결국 제조법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국내에 진출할 때 제조와 판매법인을 모두 세웠지만, 제조법인은 이미 문을 닫았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암웨이로서는 대치동에 있는 본사마저 철수한다 해도 급격한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법인을 거창하게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암웨이는 이에 대해 “음성 공장의 경우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와야 하는데, 운송료를 포함해 원가계획을 뽑아본 결과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는 편이 더 저렴한 것으로 결론났다”고 해명했다.

이어 “네트워크마케팅의 특성상 A/S와 사업자 교육 등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하다”며 “암웨이 법인 중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법인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용일 암웨이 홍보차장은 “국내 네트워크마케팅 시장은 확장기에서 성숙기로 변환된 상태”라며 “현재 암웨이의 경영정책도 ‘수성정책’으로 변환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암웨이 철수설도 암웨이의 경영정책변화에 따른 업계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암웨이가 국내 네트워크마케팅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는 한 괴소문들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며 “암웨이의 적극적인 해명만이 중국진출설의 진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보고서發 해프닝

“암웨이 매출 70% 급락?”한국암웨이의 콜센터는 지난 3월23일 엄청난 항의전화로 인해 업무가 마비됐다. 이날 발표된 감사보고서로 인해 부실경영을 탓하는 사업자들의 항의전화로 몸살을 알았기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이 지난 3월23일 발표한 한국암웨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2,241억7,500만원(전기 7,327억8,000만원)으로 전기(17기)에 비해 1/3로 급감했으며,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2.4%(207억5,400만원)와 37.5%(164억2,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직접판매조합은 이에 대해 “매출액이 엄청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은 업체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자들의 이탈이 상당부분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매출액 급감은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체로서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암웨이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암웨이의 매출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바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감사기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감사기간인 18기는 2004년 9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인데 반해, 17기는 2003년 9월1일부터 2004년 8월31일까지다. 즉 12개월의 매출액과 3개월의 매출액을 직접 비교했으니, 엄청난 매출하락을 한 것으로 보인 셈이다. 암웨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일 회계기준변경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사업자들의 항의전화로 몸살을 앓았지만,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3개월간의 회계보고란 점을 인지시켰다”면서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사업자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고 말했다.

13년 절대강자 ‘암웨이의 신화’

91년부터 13년간 맹주자리 지키며 해마다 100% 성장률 기록하기도 13년 동안 국내 네트워크마케팅업계의 맹주로 자리를 지켜온 한국암웨이. 지난 1991년 국내에 상륙한 한국암웨이는 국내 네트워크마케팅업계를 이끌어온 선구자격인 기업체다. ‘불법다단계’란 오명이 낙인찍힌 네트워크마케팅을 새로운 기법과 마케팅을 통해 신유통채널로 변모시켜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마다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1991년 외국투자법인 설립을 신청하며 한국상륙을 시작한 한국암웨이는 1992년 정식 (주)한국암웨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 ‘방문판매에 관한 법률’ 제정과 1999년 (사)한국직접판매조합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국내 네트워크마케팅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714종의 생필품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한국암웨이는 ‘원포원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192종과 파트너관계사의 제품 162종을 취급하고 있다. 암웨이 관계자는 “한국암웨이는 사업초기 ‘피라미드’라는 각종 오명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했다”면서 “세제시장과 생필품, 정수기 사업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면서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웨이에도 시련은 있었다. 1991년 사업 초기 ‘불법 피라미드’로 낙인찍혀 세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것. 당시 ‘네트워크마케팅’은 국내 유통업계에 생소한 마케팅기법이었으며, 관련법률조차 정비되지 않아 1993년에는 암웨이 사업자와 대표이사가 경찰에 체포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1997년에는 ‘세제파동’에 휩쓸리며 ‘좋은생활네트워크’란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당시 세제파동은 암웨이의 세제시장장악에 위기감을 느낀 국내 세제업체들이 암웨이제품과 국내제품을 단순비교한 실험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양측의 감정이 격해지자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양쪽 모두에게 과징금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세제파동 당시 암웨이가 ‘한국여성소비자만족상’에서 금상을 수상했는데 이 과정에서 뒷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기업윤리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이 사건을 두고 “세제파동으로 추락한 암웨이의 공신력을 ‘소비자만족상’을 통해 되살리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암웨이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시장상황이 급변하면서 암웨이의 경영방식도 변화했다”며 “과거와 같은 급격한 매출변동은 줄어들겠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암웨이신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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