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회장과 차남인 신 부회장의 호적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은 1955년 2월 출생한 신 부회장을 그해 4월 한국 호적에 올린데 이어 10월에는 일본 호적에도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출생에 의한 경우에는 22세가 될 때까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귀화한 자)는 그 때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한 국적법에 따라 신 부회장은 한국 국적을 잃고 일본인으로 살아온 것이다.신 부회장은 1955년에 일본 국적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상실했으나, 이같은 사실을 41년간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지냈다. 이에 신 회장 부자는 일본 국적 취득사실을 한국 법무장관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국적법을 위반해 지난 1996년 6월 법무장관의 통보로 한국 호적에서 제적됐다.

이후 신 부회장은 한국 호적에서 제적된지 2개월만인 1996년 8월 다시 국적회복 허가를 받았다. 당시 한국에서 (주)코리아세븐의 부사장으로서 활동 중이었기 때문에 국적상실에 따른 각종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즉시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주목할만한 점은 신 회장 부자는 한국인의 법적 지위로 부동산을 불법 매입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신동빈 부회장은 일본 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1981년부터 1984년까지 송파구 문정동 280번지 30필지의 논밭 1만 8,000여평을 사들였다. 이 땅은 모두 최근 개발계획이 발표된 서울시의 문정종합개발단지에 위치해 있다.

일본인 법적 지위로 한국의 부동산을 매입했으므로 신 부회장은 당시의 외국인토지법을 위반했다. 98년 이전의 외국인 토지법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은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 실수요 범위내의 토지만을 취득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지를 매입한 1980년대 초반 신 부회장은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나 ‘농지법’도 위반했다. 현행 농지법은 외지인의 논밭 매입을 규제하고 있다.또 장남 신동주씨도 같은기간 동안 문정동 390번지 9필지 4,200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신격호 회장에 이어 아들들도 부동산 불법 매입에 가세한 것이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 73년부터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일대 밭 10,000평과 충북 충주시 옥행동 논 15,000평 등 총 43,000평의 농지를 구입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롯데그룹 관계자는 “80년대까지 신 부회장이 유학 등 외국 생활을 많이 하면서 국적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을 뿐”이라며 “신 부회장이 1980년대에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 땅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80년대 당시엔 신 부회장이 외국에 있었고 대리인이 땅을 매입했기 때문에 땅을 샀는지도 몰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당시 땅을 매입할 때 불법 국적 문제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고 정상적으로 등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은 신 부회장에게 있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신 부회장이 부동산을 취득한 시점이 1981~1984년이기 때문에 ‘시효취득’ 기간인 2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의 불법 매입이 확인된 만큼 신 회장 일가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동빈 부회장이 구입한 문정동 땅은…

신동빈 부회장이 구입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280번지. 신 부회장이 매입한 당시 이 일대는 대부분 농경지였고, 도심개발로 이주해온 철거민들의 거주지가 드문드문 있었다. 70년대 이후 강남개발 붐이 일었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낙후된 채로 남아 있었다.그러나 서울시의 낙후지역 개발 일환으로 문정동이 ‘동남권 유통단지’로 선정되면서 이 지역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서울시는 이 일대 15만6,000평을 ‘서울동남권유통단지’ 로 지정 고시하고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할 계획이다.유통단지는청계천 상인들을 위한 이주상가 단지와 화물취급장, 집배송센터, 창고 등이 들어설 물류단지 그리고 복합상업단지 등 크게 3개 단지로 나뉘어 2007년까지 개발된다.이에 신 부회장이 투기를 목적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땅을 미리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측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1980년대에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 땅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 부회장 투기를 목적으로 사들인 것은 아니다” 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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