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起承轉) 주한미군 철수
기승전(起承轉) 주한미군 철수
  • 장성훈 국장
  • 입력 2018-05-10 08:48
  • 승인 2018.05.10 08:48
  • 호수 1253
  • 6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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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起)
1985년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 북한은 8년 뒤인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 특별사찰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거세게 압박하자 탈퇴를 유보했다. 그러나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2003년 1월 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3년 후 1차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핵보유국임을 선포하기도 했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발사에 성공했다고도 주장했다.

# 승(承)

그러자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2017년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의 설전이 험악하게 벌어졌다. 미국은 금방이라도 북한에 선제타격을 가할 태세였다.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고조됐다. 국제사회도 미국을 거들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는 점점 높아갔다. 북한의 맹방인 중국도 이 같은 국제사회 움직임에 마지못해 동참했다. 북한의 고립무원(孤立無援) 신세는 불가피해졌다. 

# 전(轉)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위기에 처한 김정은이 2018년 신년사에서 ‘평화’라는 출구전략을 가동한 것.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하고 경색됐던 남북 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 북한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이 남쪽에 내려와 공연했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의 평화 공세를 환영했다. 대북 특사도 보냈다. 이들에게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도 김정은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판문점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이 모든 일이 글자 그대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진행됐다.    

# 결(結)
돌발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라는 성과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자국을 향한 ICBM 개발 중지를, 북한은 체제보장이라는 ‘선물’을 각각 거머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시작된 이 사태의 끝은 무엇일까.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보가 그 답을 제공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일개 학자가 아닌 대통령 특보의 입장에서 한 말이어서 그 무게감이 더하다. 게다가 그동안 그가 한 말들이 실제로 이어진 바가 있어 청와대의 발표대로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그저 개인적인 의견으로 볼 수 없다.
결국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그 단서는 판문점 선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선언문 말미에 나온 비핵화에 대한 부분이 그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에는 있지도 않은 핵을 포기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왜 그랬을까?
선언문이 적시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의 대상은 북한 핵무기는 물론 한국이 아닌 주한미군의 전술핵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북한 핵무기를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전술핵까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듯한 명분이 아닌가.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문 특보의 주장대로 주한미군의 철수가 아니겠는가. 평화협정을 체결한 마당에 주한미군이 계속 한국에 주둔해야 할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이 또한 그럴듯한 명분이 아닌가. 
청와대가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별개라며 진화에 나서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어쩔텐가? 광화문 일대가 또 ‘촛불’로 뒤덮인다면 그 땐 어쩔 것인가? 그래도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