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분쟁으로 야기된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기업경영에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가 일본기업과 직접 거래하고 있는 109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일관계 악화로 현재 기업활동에 영향받고 있다는 기업은 전체의 15.6%에 불과하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응답기업의 과반수가 넘는 55.0%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해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되더라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기업도 45.0%에 달해 정치, 외교문제를 경제문제와 별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대일 수입기업(47.2%)보다 대일 수출기업(62.7%) 등 일본과 직접 교역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았다.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부문별로는 관광·문화와 투자부문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관광·문화산업의 경우 ‘위축될 것’이라는 응답이 89.9%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영향 없다’는 의견은 10.1%에 그쳤다. 일본기업의 한국투자에 대해서도 ‘위축될 것’이라는 응답이 80.8%를 차지한 반면 ‘영향 없다’는 의견은 19.2%에 불과했다. 이는 관광산업이나 외국인투자 측면에서 일본으로부터의 유입이 유출보다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반면 대일수출과 대일수입의 경우 ‘위축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64.2%, 59.7%로 조사됐으나 ‘영향 없다’는 응답도 35.8%, 40.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한일관계 악화가 일본기업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화될 경우 대응방안으로는 ‘거래처 변경(30.0%)’이나 ‘독자 기술개발(11.7%)’ 등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기업이 41.7%로 나타났으며, ‘현상태 유지(56.7%)’나 ‘미결정(1.6%)’이라는 응답은 58.3%로 조사됐다.

최근 일각에서 전개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항의표시 단계에 그치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된다(50.5%)’와 ‘한일관계를 더 악화시킬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37.2%)는 의견이 전체의 87.7%를 차지하였으며, ‘일본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강력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1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한일 FTA 협상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정상화때까지 늦춰야 한다(51.4%)’는 입장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48.6%)’는 의견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과반수에 가까운 45.9%가 ‘부품·소재산업 국산화’를 1순위로 꼽았으며 ‘수입시장 다변화(28.4%)’ ‘대일수출 확대(16.5%)’ ‘일본기업 투자유치 활성화(9.2%)’의 순으로 응답했다.

향후 한일간 경제협력 방향에 대해서는 경제협력을 지속하거나 오히려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경제협력관계는 지속되어야 한다(60.6%)’와 ‘오히려 경제협력관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27.5%)’는 의견이 전체의 88.1%로 나타났다. 반면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경제협력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11.9%에 불과했다.한편 대한상공회의소의 이번 조사는 일본과 거래를 하고 있는 서울 소재 한국기업 109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3월25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됐으며, 조사방법은 전화 혹은 이메일, 팩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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