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 시장’에서도 인정받을까?

- 경쟁사 토요타 자회사 ‘히노’와 제휴 이어 미국 ‘내비스타’ 인수설 ‘솔솔’
- 타 자동차 기업들 잇따라 인수…기술력과 전문인력 등 확보 위한 포석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자동차의 명가’로 알려진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이 상용차 시장도 확장 공세 중이다. 유럽 최대의 브랜드로 미국의 GM, 일본의 토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최고의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기존 승용차 외에 트럭 부문을 강화해 종합 상용차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그간 한 사업부 단위로 운영했던 트럭 부문을 별도의 기업인 ‘폭스바겐 트럭&버스’로 출범시켜 현재 상용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임러와 볼보에 도전장을 내민 것. 또 토요타 그룹의 상용차 제조사인 ‘히노(HINO)'와 제휴를 맺는 등 상용차 시장 진출의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른 바 ‘딱정벌레차’로 유명한 폭스바겐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낸 자동차 기업이다. 폭스바겐 소형차와 고유가 시대 친환경차 개발 목표가 적중하며 약진했던 것.
 
2012년 한 해 동안만 전 세계에서 900만 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폭스바겐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5%를 경신하며 토요타와 GM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폭스바겐 그룹을 이끌고 있는 마틴 빈터콘 회장은 “그룹의 장기 비전인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전략 2018’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며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신차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20g/km이하로 낮추는 등 폭스바겐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매년 40종이 넘는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 폭스바겐 그룹은 당분간 승승장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하나의 사업부 규모로 운영해 온 트럭 부문을 떼어내 별도의 기업으로 출범시켜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는 기존의 승용차 부문에 더해 트럭, 버스 등 상용 부문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상용 부문의 분리 독립 방안으로 트럭 사업부에 대해 독일식 유한책임회사(GmbH) 또는 유럽식 유한책임회사(SE)로의 전환을 염두에 뒀었다. 유한 책임회사 또는 유럽식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전환 후 회사채를 발행해 독자적으로 자본을 조달토록 하려 한다는 것. 이후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한 다음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도 검토됐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폭스바겐의 상용 부문의 강화가 조직의 활성화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상용 부문 강화로 브랜드 경쟁력 제고
 
회사를 분리 독립할 경우 독자적인 자본 조달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상용 사업부가 인수한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폭스바겐 상용 사업부는 독일의 만과 스웨덴의 스카니아를 인수하면서 트럭, 버스 부문 역량을 한층 강화한 바 있다.
 
결국 폭스바겐은 상용차 자회사인 ‘폭스바겐 트럭&버스’가 출범하면서 상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4월 들어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폭스바겐 트럭&버스’는 지난 4월 12일 일본 토요타 그룹의 상용차 제조사인 ‘히노(HINO)'와 제휴를 맺고 손을 잡았다. 4월 16일에는 미국의 상용차 제조사인 ’내비스타(Navistar)‘를 인수할 것이라는 발표도 나왔다.
 
폭스바겐이 경쟁사인 토요타 등 타 자동차 기업들과 손을 잡은 배경에는 상용차 기술력과 전문인력 등의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토요타 역시 상용차 시장의 축소와 환경 규제, 자율주행 등 시장 변화의 여러 필요에 의해 폭스바겐과 제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의 한 관계자는 “신규 분야나 기존 분야와 관계없이 다양한 영역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상용차 관련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성해 관계 기업들이 교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향후 ‘폭스바겐 트럭&버스’는 히노 측과 함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자율주행 등 기술 개발과 부품 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신기술 연구와 개발을 두 회사가 함께 공동으로 지휘하거나 각각 판매 점유율이 높은 시장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폭스바겐은 유럽, 히노는 아시아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양측은 제휴를 통해 취약지 진출에도 공을 들일 예정인 것.

또 2016년 9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내비스타의 지분 16.6%를 2억5600만 달러(약 2731억 원)에 사들인 바 있는 ‘폭스바겐 트럭&버스’가 미국 트럭 제조사인 내비스타를 통째로 사들일 것이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4월 16일 보도하면서 내비스타 완전 인수설이 업계 내에 돌기도 했다. 내비스타를 인수하면 북미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화된다.

폭스바겐은 이제 막 출범한 ‘폭스바겐 트럭&버스’를 신규업체에서 장기적으로 성숙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독일 국민차에서 종합 자동차 그룹으로
 
지난 2015년 9월, 디젤가스 누출량을 속였다가 잇단 리콜과 벌금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는 폭스바겐은, ‘폭스바겐 트럭&버스’ 출범으로 분위기를 일신할 방침이다. 또한 그간 승용차에 집중해 왔던 경영방침을 바꿔 앞으로 상용차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폭스바겐 트럭&버스’를 출범시키면서 세계 최대 트럭 생산기업인 독일의 다임러와 스웨덴의 볼보에 필적할 글로벌 상용차 회사로 키우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그간 다소 미진했던 상용 사업부를 독자적인 형태의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자사의 핵심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비롯해, 프리미엄인 아우디와 벤틀리, 최고급 스포츠카인 부가티와 람보르기니, 대중차인 세아트와 스코다, 지난해 인수한 포르쉐, 그리고 만트럭버스에 대형 트럭인 스카니아와 폭스바겐 트럭&버스까지 모두 열 개가 넘는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1937년 아돌프 히틀러의 명령으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설립된 ‘국민차 준비회사’에서 출발한 폭스바겐은, 동그란 원 안에 V자와 W자가 새겨져 있는 엠블럼으로 유명한데 이는 독일어 ‘국민을 위한 차(VolksWagen)’의 약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놀라운 완벽함’, ‘끊임없는 혁신’, ‘인생의 동반자’, ‘인류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네 가지 핵심가치에 걸맞게 튀지 않지만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그리고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폭스바겐만의 스타일은 그간 명품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국민을 위한 목적으로 태어나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폭스바겐.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자회사 ‘폭스바겐 트럭&버스’가 상용차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메이커로서 자리할지 자못 기대가 높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