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가 분당 주민들을 과잉진압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분당과 죽전을 잇는 도로 연결 과정에서 분당 주민들이 거세게 저항하자,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900여명이나 동원한 것이다. 또, 과잉 진압 원인을 놓고 ‘지역 이기주의’ 논쟁이 불거지고, 도로 강제개통 이후 토지공사측과 분당 주민들간의 소송 공방전이 벌어져 파문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인시 죽전지구와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을 잇는 도로를 놓고 벌어졌던 분당 구미동 주민들의 저항이 경찰과 토지공사(이하 토공)측의 강제진압으로 5개월여 만에 일단락됐다.

지난 6월10일부터 죽전~분당간 도로연결(길이 7m)을 반대하며 컨테이너 박스로 공사 현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여온 200여명의 분당 구미동 주민들은 토공측의 기습 진압에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0여명의 주민들을 상대하기 위해 경찰 8개 중대 1,200여명과 토공측 용역업체 직원 900여명 등 총 2,100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밝혀져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토공측 용역업체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적으로 진압한 것으로 알려졌다.구미동 주민들은 “공사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새벽에 기습적으로 공사재개를 단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며 “11월 21일에 최종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었는데 토공측은 기껏 3일도 못 참느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주민들은 “토공측이 우리를 ‘지역 이기주의자’ 로 몰아가며 공사를 강행했다.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아 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상황인데, 무조건 찬성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며 불만을 토로했다.그동안 분당 주민들은 도로가 연결되면 엄청난 교통체증과 인구과밀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학교와 생활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죽전지역 주민들이 대거 분당으로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죽전지역의 상당수 학생들이 분당지역 중·고교로 몰려들어 분당지역 학생들은 거주지에서 먼 지역의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미동 주민들은 “토공이 죽전지구 신도시를 건설할 때, 아파트만 짓고 제반시설은 분당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땅 장사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가” 라고 지적했다.그러나 토공측은 분당주민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토공측 관계자는 “과잉진압은 없었다. 공사를 방해한 주민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조금 다친 사람이 생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죽전~분당간 도로개설은 이미 1999년말 죽전지구 개발계획에 반영됐던 사항이고 수도권남부 교통개선 대책회의 때도 수차례 나온 얘기”라고 밝히며 “용인 죽전과 분당 구미동 사이에는 야산이 자리잡고 있어 용인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용인시는 고질적으로 교통난을 겪었다.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 며 공사강행 이유를 설명했다.현재, 왕복 6차로의 도로 연결 공사는 지난 18일 밤 마무리돼 19일부터 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됐다.그러나 구미동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구미동의 한 주민은 “6차선 길가 바로 옆에 아파트가 있는데, 기반시설 없이 차량을 통행시키면 소음 때문에 살 수도 없을 뿐더러, 주민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떨 수밖에 없다” 고 주장하며 “방지턱, 육교설치 등 사고방지대책을 토공과 성남시에 요청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길은 뚫렸지만 후유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공측이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주민대표 4명을 상대로 39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며 이들의 재산을 가압류 조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미동 주민들도 토공을 도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맞대응했다. 이번 손배소를 포함해 현재 토공과 구미동 주민들 간에는 모두 9건에 이르는 고소, 고발 사건이 진행중에 있다.구미동 주민들은 “도로가 이미 개통돼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다. 도로개통은 백 번 양보해도 안전대책마련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 며 향후 투쟁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임을 밝혔다. 구미동대책위원장인 강 모씨는 “토공이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 용역직원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주민 20여명이 부상당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원인제공자인 토지공사가 져야 할 것” 이라고 강조해 이번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토공, 땅장사로 ‘짭잘한 수입’

공공택지 개발후 거액 웃돈 붙여 되파는 방식으로한국토지공사가 ‘땅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택지 개발 등으로 조성한 땅에 거액의 웃돈을 붙여 되팔아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지난 11월 18일 재경부가 집계한 ‘정부투자기관 결산 보고서’ 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침체로 조폐공사 등 14개 공기업의 당기 순이익은 전년과 대비해 16.9% 감소했지만 토지공사는 4,384억원으로 17.8%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그러나 지난해 정부 배당액은 132억원에 그쳐 토공이 용지 매입 및 개발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 고가에 팔아 자기 배만 불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토공은 경기도 성남시 금곡동의 업무용지 961만4,000평을 주상복합으로 용도 변경해 2.1배의 차익을 올리는 등 5년간 토지 용도변경을 통해 약 1,565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이에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집행하는 토지공사가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 공공택지 등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익을 많이 낸 것은 사업이 일정 부분 왜곡돼 있다는 것을 드러낸 셈” 이라고 지적하며 “자기들의 배만 불리고 정부에는 적은 배당을 하고 있는 정부투자기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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