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평형대별 차별화

앞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큰 평수’를 사야하는 것일까? 지난해 10·29대책 이후 아파트 시장은 하향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평형별 가격상승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져, 아파트 평형대별 차별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인터넷부동산 텐(www.ten.co.kr)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03년 4월23일∼2004년 4월 23일) 서울(99만8,915가구)과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대 신도시 (30만1,786가구), 수도권(108만1,756가구) 아파트의 평형대별 가격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소형평형보다는 중대형평형의 상승률이 갈수록 큰 것으로 조사됐다.

50평형대 가격 급상승

서울지역에서는 50평형대 아파트가 20.96%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해 가장 많이 올랐고, 다음으로 60평형 이상(17.10%), 40평형대(16.75%)순이었으며, 20평형 미만의 경우는 4.42% 상승하는데 그쳐 넓은 평형일수록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당가격 역시 60평형 이상이 1,652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50평형대(1,542만원), 40평형대(1,222만원), 30평형대(1,018만원), 20평형대(853만원), 20평형대 미만(71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실수요자들이 주로 살고 있는 신도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도시 아파트의 평형대별 상승률을 보면 40평형 이상이 26.19.%의 상승률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으며, 50평형대(26.06%), 60평형대(24.84%), 30평형대(20.95%), 20평형대(11.31%), 20평형 미만대(1.75%)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40평형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값 상승률은 평균 25%인 반면, 20평형 미만의 경우는 1.75% 상승하는데 그쳐 평형대별 차별화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당가격도 60평형대가 1,001만원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지만 20평 미만과 20평형대의 경우는 각각 628만원과 750만원으로 조사돼 심한 가격격차를 보였다. 수도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아파트 평형대별 가격상승률도 60평형 이상(21.20%)과 50평형대(20.30%)의 경우는 20% 이상씩 상승했지만, 20평형미만(9.40%)과 20평형대(9.09%)의 경우는 10%선에도 미치지 못해 대형평형 상승의 절반수준에 머물렀다.

양극화 심화

특히,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9·5 재건축 조치와 10·29 대책이후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9·5 재건축 조치로 인해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강화되자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아진 중대형 평형아파트를 집중 매입해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또한 10·29대책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해 양도세 탄력세율(15%)을 적용해 최고 82.5%의 높은 세율은 물론, 보유세까지 강화키로 함에 따라, 다주택보유자들이 투기목적으로 소유했던 소형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소형평형의 가격하락세가 뚜렷했다는 것. 실제로 10·29대책이후 현재까지의 아파트 평형대별 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20평미만이 -5.42%를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20평형대도 -1.00% 하락했다.

반면 40평형대와 50평형대의 경우는 1.73%와 1.95%가 각각 상승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기간 동안 강남구 개포동 대청 18평은 3억500만원에서 2억5,500만원으로 값이 떨어져 큰폭의 하락을 기록한 반면, 도곡동 개포우성 4차 55평은 11억 7,500만원에서 14억원으로 19%나 값이 뛰어 평형대별 양극화 현상을 뚜렷히 나타냈다. 신도시와 수도권의 서울과 같은 상황이다. 신도시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10·29대책 이후 20평미만(-2.10%)과 20평형대(-0.24%)는 매매가가 떨어진 반면, 40평형대 이상의 대형평형은 4.48%∼5.26%가 상승해 큰 평수일수록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20평미만과 20평형대는 매매가 변동률이 -4.32%와 -0.47%로 각각 값이 하락했지만, 40평형대(3.08%)와 50평형대(1.89%)의 경우는 매매가가 올랐다. 이에대해 텐 리서치팀 김경미 팀장은 “치밀하지 못한 정부정책은 풍선효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며“부동산 이외의 대체투자처를 만들어 4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의 숨통을 트게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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