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에서 일어난 ‘주폭(酒暴) 사건’…무마 의혹까지?
경찰 내부에서 일어난 ‘주폭(酒暴) 사건’…무마 의혹까지?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06-08 16:51
  • 승인 2018.06.08 16:51
  • 호수 1258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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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단속’ 두고 벌어진 시비, 경찰청장까지 나섰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현직 경찰 지구대장 A씨가 새벽 자신의 관할 구역이 아닌 지구대에 침입, 발차기를 하며 위협하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에게 머리를 들이받는 등 소란을 피웠다. 당시 A씨는 음주 상태였다. 수사당국은 A씨가 현직 경찰 지구대장이라는 점을 들어 엄중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소주 1병 마신 뒤 경찰관에게 발길질·머리 들이받기
이철성 경찰청장 “일벌백계할 것” 강한 의지 표명



지난 8일 만취 상태로 다른 지구대에서 소란을 피운 현직 경찰 지구대장 A경감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이하 광수대)가 맡았다.

광수대에 따르면 경찰은 참고인 진술과 사건이 발생한 지구대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골자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A경감의 휴대전화 영상 삭제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사 후 A경감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 외에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볼 방침이라 전했다.

당초 수사당국은 지난 4일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후 이튿날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으나 변호사 선임 문제로 조사가 연기됐다.

광수대는 현재까지 피해 경찰관 포함 총 9명의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6일 보고 무마 의혹 관련자 B씨, 5일 사건 발생 이후 보고 과정 관련 경찰 1명, 4일 피해 경찰관 등 7명이 그 대상이다.

지난 3일 영등포경찰서 발표에 따르면 A경감은 난동을 피운 당일인 1일부터 대기발령 조치 처분을 받았다.
 
소주 1병에
40분 난동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를 찾은 A경감은 책상을 발로 걷어차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당시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을 향해 발길질을 하며 위협하고, 박치기를 하는 등 약 40분 간 소동을 이어갔다. 사건 직후 A경감에게는 대기발령 처분이 내려졌다.

A경감은 중앙지구대를 방문하기 전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취중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사건 초기 A경감이 근무 중이던 여경을 폭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지구대 측은 지난 1일 경찰 내부망을 통해 사건 경위를 밝히고 상부에서 해당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중앙지구대 관계자라 밝힌 이가 게시한 글에 의하면 지난달 중앙지구대가 불법 노점상을 단속할 때 담당 경찰에게 항의했던 A경감이 앙심을 품은 것이 난동의 이유였다.

당시 인도를 점거하고 영업하던 포장마차를 단속하던 순찰대원들에게 스스로를 A경감이라 자칭한 한 남성이 “포장마차를 왜 단속하느냐”는 항의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경감 측은 자신이 연락한 적이 없는데 이러한 소문이 퍼진 것이 억울해 중앙지구대를 찾아갔다가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수사당국은 A경감과 포장마차 간 이해관계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또한 중앙지구대 측은 A경감이 소란을 피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같은 동료이니 서장에게 보고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동영상 삭제까지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경찰 관계자 B씨가 보고 무마 의혹에 연루돼 있다. 또한 촬영 영상을 지우라고 지시한 의혹에 관해 해당 경찰서 측은 “지시한 적 없다”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물의 눈감는
사회 풍토 개선해야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해당 사건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 경찰청장은 “시대적으로 경찰에서 그런 것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이고 정신없는 사람이며 일벌백계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사건에 관해 을지대학교 일반대학원 중독상담학과 김영호 교수는 “주폭(酒暴·술에 취해 폭력 등을 행사하는 것)이라 정의하기보다는 잘못된 음주문화와 술을 마시고 저지른 행동에 관대한 사회문화(때문에 발생한 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폭의 경우 ‘술을 얼마나 마셨는가’에만 기준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술을 마신 장소가 어디인지’ ‘음주와 관련해 그 사람이 행하는 난동이나 행동의 모습이 어떤지’ 등 음주 상태에 따른 처벌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통상적으로 주폭은 음주상태에서 공공장소나 다중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의 경우)본인의 개인적인 감정 화풀이 개념으로 (사건이) 시작됐다”며 주폭이라고 단정 짓기엔 어렵단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A경감이 음주상태에서 충동적이고 미숙한 대응을 보인 것에 관해서도 술을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주폭 관련 문제를 해당 사건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술에 취한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 또는 소방관 등을 폭행해 상해를 입히는 등 음주 관련 물의는 빈번하게 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 전북 익산에서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 쓰러져 있던 C씨를 구조하려던 여성 구급대원 D씨가 구급차에서 구타를 당해 지난달 1일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했다. 구타 후 약 한 달 만의 일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주폭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상승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관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주폭이 많이 발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제도와 사회적 규범이 주폭·음주 문제에 대해 관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특히 우리나라 법 제도 중 음주 상태를 심신 상실로 보고, 음주 상태일 경우 법적 처벌을 감경했던 것이 사회적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습관성 약물에 대해서는 엄하게 규제하고 사회적 통제를 많이 하지만 음주에 관해서는 굉장히 허용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외국의 경우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다르게 매기거나,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은 고알콜 음료의 경우 전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등 제한을 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음주 가능 장소에도 차이를 보인다. 많은 선진국들이 공원, 다중이용시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허용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별 다른 제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야구장 등 공공장소에서도 맥주를 판매하는 일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음주를 관대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형성된 배경에 관해 김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장소에서 음주에 대해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규제나 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