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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대형 영화 배급사들의 영화 개봉 시기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는 그동안 관행처럼 목요일 개봉을 준수했는데 최근 들어 화요일에 개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요일 개봉이 대형 영화배급사가 돈 되는 영화를 밀어주기 위해 생긴 변칙이라는 지적이다. 대형 배급사는 “관련 법 규정이 없다”라고 해명하지만 영화계는 불공정 출발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 ‘독전’·’챔피언’ 화요일 꼼수 개봉
관련 법 규정 없어…근본적 해결방안 필요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 해외 메이저 직배사 영화들의 연이은 변칙 개봉으로 영화계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한국 영화 중 최장기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배급 NEW)’은 지난달 22일 목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화요일에 변칙 개봉했다. 이는 당초 개봉 예정일인 지난달 24일에서 석가탄신일로 개봉을 2일 앞당긴 것.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2일 ‘독전’은 개봉 첫날 공휴일 관객을 흡수하며 37만6543명의 관객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개봉 17일을 맞은 6월 6일에는 403만4874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 2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소규모 영화, 설자리 잃어”…몸살 앓는 영화계

대형 배급사들의 변칙 개봉에 업계 관계자들은 소규모 영화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감독 J 씨는 “‘독전’이 공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대거 영화를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며 “일부러 흥행을 위해 개봉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J씨는 “영화 개봉일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목요일 개봉이 관례다. 대형 배급사들의 계속되는 변칙 개봉 꼼수로 전 주에 개봉한 소규모 배급사 영화들이 7일 최소 상영 보장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변칙 개봉은 업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영화감독 K씨는 “수요일 개봉은 하루 일찍 개봉해 신작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영화관람 지원 정부 정책이 집중되는 ‘문화가 있는 날’이 수요일인 점도 변칙 개봉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 영화 상영에 관한 표준계약 기준을 설정하고, 작은 영화라도 지정된 극장에서 개봉일로부터 최소 7일 동안의 상영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화관에서 최소 상영을 보장하지 않고, 계약에 없는 교차 상영을 실시할 경우에는 상영되지 못한 일수의 2배만큼 추가로 상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변칙 개봉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유튜브 구독자 27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 전문 유튜버 ‘발없는새’는 ‘독전 가이드 리뷰’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인피니티워와 데드풀이 점령했던 극장가에 모처럼 한국 영화가 나타나 반격을 펼치려고 한다. 그래선지 (영화 ‘독전’이)부처님 오신 날을 틈타 뜬금없이 화요일에 개봉했는데도 별말이 없다. (‘챔피언’도 화요일에 개봉하더니) 예전 같으면 변칙 개봉이라고 비판했을 법도 한데 워낙 한국 영화의 흥행이 저조하기 때문인지 조용하다”라고 언급했다.

박스오피스 20위권 영화 중 변칙 개봉 15편 달해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독전 외에도 목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개봉한 영화는 올해 1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박스오피스 20위권 영화 중 15편에 달했다. 이 중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가 4개로 가장 많았다.

이 기간 배급사별로 목요일에 변칙 개봉한 영화는 배급사 별로 ‘CJ엔터테인먼트’ ▲1987 ▲그것만이 내세상 ▲골든슬럼버 ▲궁합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죄와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처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블랙 팬서 ‘이십세기폭스’ ▲데드풀2 ▲메이즈러너:데스 큐어 ‘쇼박스’ ▲곤지암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리틀 포레스트 ‘워너브라더스 픽처스’ ▲레디 플레이어 원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쥬만지:새로운 세계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사라진 밤 등이다.

박스오피스 21위(6월 4일 기준)에 자리 잡은 ‘챔피언(감독 김용완·제작 코코너·배급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역시 근로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화요일에 변칙 개봉했다.

“법 규정 없어…공휴일 개봉으로 관객 몰이”

독전의 배급사 NEW의 홍보팀 관계자는 “변칙 개봉과 관련해 법적인 규정이 없고, 독전을 더 많은 분께 선보이기 위해 석가탄신일인 22일을 개봉일로 확정했다. 워낙 기대감이 높았던 영화다. 실제로 6월 6일 현충일을 포함해 (공휴일에)많은 관객이 영화를 찾았다”라고 개봉일을 앞당긴 이유를 밝혔다.

모 소규모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사실 변칙 개봉 금지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소규모 배급사도 서로 눈치를 보다가 수요일에 개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목요일 개봉 원칙을 깨고 앞당겨 개봉하면 다른 영화들이 일주일 상영을 사실상 보장받지 못하고 하루를 손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한 영화나 배급사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제도나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법적인 제재 등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 언론과 영화 산업계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라는 미지근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이처럼 변칙 개봉이 시장 선점 등 업계 질서를 파괴하는 영화산업 불공정행위의 새로운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고 영화계 내부의 합의된 규칙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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