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벨상 위해 미군 철수·CVID 포기 말라
트럼프 노벨상 위해 미군 철수·CVID 포기 말라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8-06-15 15:45
  • 승인 2018.06.15 15:45
  • 호수 1259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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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북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사람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 창출을 위한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싱가포르 성명은 김정은에게 끌려간 세계사적 양보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동행”하기보다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더 이상 농락당하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25년간 북한과 대화하면서 합의했고 막대한 돈을 지급했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작년 10월 비판하였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 행정부들이 미·북관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자신이 바로잡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한 그는 자기가 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CVID를 두고 한 말이다. CVID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김정은과 발표한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은 “엉망진창”이었다. 우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CVID가 빠졌다. CVID는 북한이 극구 반대했던 요목으로 트럼프가 양보했음을 입증한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북한과 채택한 9.19 공동성명은 CVID를 넣었다. 당시 9.19 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를 공약했다’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명시 했다. CVID의 ‘검증’이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싱가포르 성명에는 그 주요 대목이 없다.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동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에 있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CVID와 북핵 폐기 시간이 반드시 명기되었어야 옳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동성명은 지난 4월27일 문재인·김정은의 ‘판문점 선언문’처럼 핵 문제를 뒤로 미루고 얼버무려버렸다, 단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며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그쳤다. 
그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섬뜩한 말을 토해냈다. 그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값비싼 전쟁 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북침 전쟁 놀음”이라는 주장을 트럼프가 복창해준 셈이다. 지난 25년간 북핵 폐기 협상과정에서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 한 바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동에서 김의 요구대로 따라갔음을 실증한다. 북한 로동신문의 13일 자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트럼프가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김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다. 또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미국이 먼저 “신뢰구축 조치를 취해나간다면, 북한도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비핵화)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김정은이 미국의 ‘선 북핵 폐기-후 보상’을 거부하고 ‘선 보상-후 핵폐기’를 고집했음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굴복한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외교적 업적을 가시적으로 조작해 내기 위해서이다. 트럼프는 노벨상을 수상하고 외교적 업적을 과시하려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보장된다는 인상을 연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싶다. 트럼프의 그런 의중을 간파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자기의 요구사항들을 들어주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깬다고 협박, 모든 양보를 받아 냈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이 아니다. 트럼프가 노벨상과 외교 업적을 위해 한국의 안보를 희생시켜 가면서 김정은에게 끌려간 ‘세계사적 양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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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