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빌딩 왜 파나] 차입금 상환 목적...사옥 보유 메리트 감소
[기업들 빌딩 왜 파나] 차입금 상환 목적...사옥 보유 메리트 감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8-06-15 16:20
  • 승인 2018.06.15 16:20
  • 호수 1259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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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전자·부영·휠라·아시아나항공 등이 사옥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사옥에 대한 매입의사를 밝힌 곳도 많아 거래 금액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작업이 후계구도를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경제단체들은 오너 배불리기용이라면 잘못된 선택이라며 매각에 대한 부정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서초사옥 7500억 역대 최고가 예상...휠라 매각 주간사 선정
사옥 매각 나서는 생보사들… 새 회계기준 맞춰 자본 확충


 
<뉴시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타운 내 3개 동 중 한 곳이다.

 
지난 10일 부동산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7일 열린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 본입찰에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을 비롯해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리츠운용 등 국내외 투자기관 10여 곳이 참여했다.

 
사옥 매각 기업 증가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테마섹의 부동산 투자회사로 알려진 메이플트리도 인수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사는 매각 가격이다. 매물로 나온 빌딩은 서초 삼성타운 A~C동 중 삼성물산이 소유한 B동이다. 지하 7층, 지상 32층 규모로 2007년 지어졌다.

 
매각 주관사인 세빌스가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투자설명서(IM)에 따르면 이 건물의 장부가액은 토지(3845억 원)와 건물(1703억 원)을 합해 5548억 원이다. 3.3㎡당 2250만 원 정도다. 

 
관련 업계에서는 매각 가격이 7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3.3㎡당 3000만 원(7400억 원)을 넘어 국내 오피스 빌딩 중 평당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휠라코리아도 서초 본사 사옥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8일에는 글로벌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인 JLL(존스랑라살르)이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다.
JLL은 독점 매각 자문사로서 국내외 투자자 또는 사옥 수요자를 대상으로 마케팅과 매각활동을 병행한다.

 
JLL은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을 진행하게 되며, 잠재 매입자로부터 매입의향서를 오는 8월 22일까지 접수받는다.

 
생보사들도 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KDB생명타워 건물 매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 KDB생명타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자산운용은 상세 실사를 거쳐 하반기에 칸서스자산운용과 매매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새 주인이 된 KB자산운용은 콜옵션 프리미엄 400억 원을 포함해 4200억 원을 지급하게 된다.

 
KDB생명타워는 2013년 9월 준공된 지하 9층~지상 30층, 연면적 7만2116㎡ 규모의 대형 업무용 빌딩이다. KDB생명타워 소유주는 칸서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로 실질적 매각 권한은 KDB생명에 있다.

 
현대라이프도 최근 여의도에 있는 현대카드·캐피탈 사옥1관을 NH아문디자산운용에 176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매각 나선 이유 ‘제각각’ 

 
그렇다면 이들 기업들이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삼성물산이 매각 대금을 어디에 쓸지 예의 주시한다.

 
삼성물산 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비영업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너가의 자금원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휠라코리아는 1999년 준공된 현재 사옥에서 향후 임직원 근로환경 개선 등의 목적으로 시장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보험사들이 사옥 매각에 나서는 것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오는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들은 부채가 급증하게 된다. 재무 건전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또한 새 제도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지금보다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저수익 부동산을 내다팔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전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거품 논쟁이 붙은 데다, 사옥 가격의 상승률도 예전만 못한 상황도 한 몫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