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대북 전문가 3인방이 말하는 ‘포스트 北美 관계’
대미·대북 전문가 3인방이 말하는 ‘포스트 北美 관계’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8-06-22 20:07
  • 승인 2018.06.22 20:07
  • 호수 1260
  •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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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번에도 시간 벌기…과거 되풀이할 것” vs “이번엔 달라…조속한 추가 회담 관건”
<뉴시스>
‘고위 탈북자 출신’ 강명도 교수 “‘시기’ 발언 없는 북, 결국 안 한다는 것”
양무진 북한대 교수 “북, 대화할 때 핵능력 완화… 답은 과정에 있어”
민정훈 외교안보硏 교수 “100% 신뢰 힘들지만 北 태도 진지한 면 보여”
‘중국 변수’에 볼턴 재등장 “北, 서둘러야”…“미중 간 역할 분담 중요” 목소리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12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안전 보장을 둘러싼 ‘포스트 북미 관계’가 시작됐다. ‘6·12 센토사 합의’ 직후 본격적인 행동 대 행동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북미회담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으로 날아갔고,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다자 간 외교도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민정훈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 미주연구부 교수, 강명도 경기대 북한학과 교수 등 대북·대미 전문가를 통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짚어봤다.
 
우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기치로 국제사회로 나왔지만 보수 진영과 정치권 일각, 미국 사회에서조차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이 있다.
 
지난 4월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에 대한 국민 신뢰’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가량은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과거에 비해 ‘신뢰’ 응답이 크게 증가(14.7%→64.7%)하긴 했지만, 여전히 의심을 보내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불신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 공공문제연구센터(NORC)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은 북미정상회담이 궁극적으로 북핵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완전한 비핵화? “NO”
vs “적어도 대화 필요”

 
북한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 출신인 탈북자 강명도 교수는 이러한 시각과 궤를 같이 했다. 강 교수는 지난 21일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시간 벌기용이고, (지금 행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미회담과 폼페이오 방북 등 북미 간 대화가 분주하게 진행됐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게 없다”면서 “완전한 비핵화? 북한이 비핵화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 한다고는 하는데 ‘언제’ 한다는 말은 없다는 것, 그건 결국 핵 폐기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정훈 교수는 현재의 북한 태도가 진지하게 볼 만한 요소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통화에서 “어느 나라나 100% 신뢰하는 것은 힘들다”라고 전제한 뒤 “이번엔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 체제로의)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변경해 대대적으로 선포한 것은 가장 큰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를 위해선 비핵화를 통해 대북 제재 해제가 필요하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서 나오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는 진지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화를 언급했다. 양 교수는 지난 20일 통화에서 “북한과 대화하고 합의할 때는 적어도 (북한의) 핵능력이 완화 또는 문제 해결로 갔다”며 “예컨대 9·19 공동성명(2005), 2·13 합의(2007), 10·3 합의(2007) 등 이때는 핵 불능화 70-80%로 갔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과정은 다 잊어버리고 결과적으로 뭉뚱그려서 대화도 압박도 했는데 결국 ‘핵이 고도화됐다. 북한과 대화 단절하겠다’는 식으로 대립과 대결로 가면, 핵능력이 더 고도화되고 한반도 긴장은 고조된다”며 “답은 과정에 있다. 결과론적 해석이 아니고 과정론적 해석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金 개인적 신뢰”
vs “압박 메시지일 뿐”

 
비핵화를 이끌 북미관계의 핵심은 결국 ‘신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남북 간, 북미 간 여러 합의가 있었지만 결국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은 서로 간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회담 전뿐만 아니라 회담 이후에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며 김 위원장을 신뢰한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간 어느 정도 신뢰가 구축된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민 교수는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통해서 (김 위원장에 대해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또 직접 얘기해 보니까 진지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교나 인간관계라는 것이 결국 만나서 얘길 하고 얘길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간 대화는) 중요하다고 보고, 트럼프가 개인 친소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그런 측면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 메시지’가 믿음의 측면이 아니라 압박 차원의 메시지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뢰한다는 얘기는 신뢰를 지켜라라는 압박 메시지”라며 “(이는 곧) 약속을 안 지키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여서 (신뢰 발언은) 오히려 강한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유해 송환’ “의미 커”
vs “비핵화랑 무슨 상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안전 보장을 둘러싸고 북미가 행동 대 행동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최근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회담 이후 첫 구체적 이행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6?12 공동 합의문에 담겼던 6·25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이 실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해 상환이 비핵화 이행 과정에 있어 한미군사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조치인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강 교수는 “(유해 송환은) 핵사찰도 아닌데 그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며 “그게 비핵화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행동과 회담 내용 등을 보면 핵 당장 폐기 안 한다는 쪽”이라며 “지금 당장은 안 한다. 그럼 언제 하냐. 20년 30년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거듭 지적했다.
 
반면 양 교수는 유해 송환이 양국 신뢰 구축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고, 북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행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유해 송환은 중요하다. 미국은 장군이 죽는 것보다 일병이 죽어서 유해 송환하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라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잘 나와 있는 것 아니냐. 유해 송환은 값어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훈련 중단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면서 비핵화 촉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유해 송환은 북미 간 신뢰 구축과 우호 분위기 조성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 변수’ 촉각
“韓, 촉진자 역할 중요”

 
한편, 지난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올들어 세 번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향후 북미 고위급 협상에 ‘중국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중국이 한반도에 ‘지분’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입지 강화가 비핵화 속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볼턴의 등장’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대북 강경 발언으로 입지가 약화됐던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속도를 촉구하며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시간 벌기 전략을 의식한 듯 “길게 늘어지는 회담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 무기와 탄도 미사일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도 포기해야 할 극적인 선택에 직면해 있다”며 대차 생화학 무기를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교수는 북미 실무 협상의 속도가 향후 비핵화 과정의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합의 이행 과정에서 추진 동력이 중요한데, 공동 성명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고위급 회담이 빨리 열려야 한다”며 “늦게 열리면 열릴수록 억측이 난무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중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 촉진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 예컨대 한미훈련 중단, 종전 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인데, 문제는 이런 부분이 미 행정부 차원에서는 가능하지만 경제 부분에 대해선 행정부가 못 한다는 점”이라며 “경제 제재 해제 문제는 미 의회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 우려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이 역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결국 중국에 의해 경제 우려가 해소되고, 미국에 의해 안보 우려가 해소되면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북미 관계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촉진자 역할을 적극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통일연구원 현안분석팀은 지난 14일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상호 간 요구사항이 추가적으로 제기되면서 서로의 진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거나 오해가 발생해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향후에도 양자 간 후속 협상을 중재하거나 촉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우선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한 종전 선언을 위해 북미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며, 또한 평화협정 체결을 준비하기 위해 4자 (남·북·미·중) 간 협의를 추진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