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점점 야박해져 가고 있다. 자기만,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하다.

세상은, 지식이든 재물이든 그 무엇이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공생의 장이거늘, 어찌하여 전쟁으로 난장판이 된 나라를 떠나 오갈 데 없이 떠돌다 머나먼 우리 땅을 피난처로 택한 사람들을 내몰 수 있다는 말인가.

예멘 난민 이야기다.

끊임없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나라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불안하기만 한 예멘 국민들은 살 길을 찾아 오래전부터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우리나라 제주도. 최근 그 숫자가 갑자기 많아지자 정부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

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받아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난민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EU는 난민들을 적극 수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난민 문제가 자국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자 하나둘씩 난민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난민들이 ‘물에 빠진 놈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놔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국가에게 먹고 입을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까지 달라고 떼를 쓴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 난민들까지 챙겨줄 여유가 없는 국가들은 결국 다른 국가에게 난민들을 서로 떠넘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난민들 도와주다가는 자국마저 거덜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이제 더 이상 난민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좋든 싫든 난민 문제가 현실이 됐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제주도는 난민신청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난민법을 개정하고 재외공관 비자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난민심사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단다. 또 법무부는 제주도에 예멘의 난민 신청자들이 대거 들어오자 신규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비자 없이 입국한 난민신청자들이 제주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한하고 비자 없이는 입국을 못 하는 나라에 예멘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예멘 난민의 유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EU 국가들처럼 국가이기주의 움직임에 동참하겠다는 말이다.

정말 잘하는 일일까? 새삼스럽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진부한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탈북자들 상황과 비교하기도 싫다. 그저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볼 따름이다.

우리는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다른 나라들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잘나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우리가 열심히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은 그들이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가 잘나서 그렇게 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구리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보은(報恩)할 줄 알아야 한다. 설령 그 대상이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준 일이 없다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세상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리가 난민이 되어 예멘이라는 나라로 탈출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일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말라. 남의 나라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지금 남을 도울 수 있는 나라가 됐듯이 예멘의 난민들이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지 어찌 알겠는가.

자국이기주의가 지나치면 별 희한한 일도 발생한다. 요즘 미국이 그렇다. 무시무시한 연쇄살인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난리를 치는 나라가 미국이다.

백번 양보해서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이유로 국경지대에 장벽을 쳐 불법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막겠다고 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불법 이민자들을 잡아놓고 어린 자식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놓다니. 거센 반발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으나 인권을 그리 중시한다는 미국이 어쩌다 이런 해괴한 생각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도 미국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자국이기주의가 지나치면 그보다 더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헌에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목적으로’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하늘 아래에 있는 사람 모두 더불어 잘 살게 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가?

장성훈 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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