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후 ‘화학섬유’분야에서 줄곧 경쟁 관계유지최근엔 코오롱의 BMW판매에 효성서 벤츠로 도전장60년대 이후 줄곧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효성 vs 코오롱’. 최근 효성이 국내 수입차 판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다시 한번 양사간 ‘라이벌관계’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섬업계’ 라이벌인 효성과 코오롱은 최근 타이어 코드와 나일론 필름,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부문에서도 주도권 경쟁을 벌이거나 마찰을 빚어왔던 사이. 이번에 효성이 수입차 시장을 선점한 코오롱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며, 또다시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양사간 ‘라이벌 관계’를 들여다봤다.

‘화섬업계’의 양축인 효성과 코오롱은 매출 규모면에서 4조원을 넘어서면서 각각 재계서열 21위와 26위를 달리고 있는 중견기업들. 효성은 나일론 등의 화학섬유(이하 화섬)와 중공업 등을 핵심업종으로, 코오롱은 화섬을 비롯, 패션, 유통, 건설 등을 주력 업종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기업은 주력업종인‘화섬’부문뿐 아니라 주요 사업부문마다 충돌을 하며 30여년간 라이벌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두 기업은 타이어코드, 나일론 필름,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서로 상대방과 사업이 겹치는 분야에 진출하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특히 최근 효성이 수입차 판매시장에 진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코오롱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효성은 지난달 17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와 국내 판매 딜러 계약을 체결, 지난 98년 아우디 폴크스바겐 판매업을 포기한 후 5년만에 다시 수입차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BMW를 판매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코오롱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벤츠 VS BMW’의 싸움 못지 않게 판매를 주도할 ‘효성 VS 코오롱’간 경쟁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효성은 우선 영업력 강화를 위해 내년 초, 강남 뱅뱅사거리에 경정비설비를 포함한 1,000여평 규모의 전시장 전용 건물을 오픈하고, 내년 상반기 중 사당동 부근 2,500여평 부지에 최신설비를 갖춘 강남 최대규모의 A/S센터를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효성은 “수입차사업을 무역부문내 단독법인 형태로 출범하고 수입차 전문경영인을 영입, 향후 5년 내에 연간 2,000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0%이상 증가하는 등 수입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무역부문의 내수시장공략을 통한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수입차 사업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라이벌인 코오롱이 BMW 판매사업을 통해 3,000여억원 가까이 매출을 기록하는 등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효성도 수입차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은“세계 1위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타이어코드를 비롯해 에어백, 시트밸트, 카매트 등 자동차 소재 관련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며 “특히 지난 87년부터 98년까지 수입차 사업을 추진한 적도 있어 수입차 시장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인력도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코오롱과의 연계를 내심 경계하는 분위기다.이에 반해 코오롱측은 효성의 수입차 부문 진출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겉으로는 태연한 입장이다. 그러나 효성의 자금력과 수입차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가볍게 볼 수 없어 내심 긴장하고 있다.

이번 ‘수입차’ 격돌뿐 아니라, 효성과 코오롱은 그간 ‘나일론 필름’시장을 놓고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다. ‘나일론 필름’시장은 음식물 포장재료, 음료팩으로 쓰이며 최근 시장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분야. 현재 300억원대의 시장규모인 나일론 필름 부문은 코오롱이 50%대, 효성이 30%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 이에 효성은 지난해부터 나일론 필름시장에 대한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일론 필름’을 놓고 지난해 효성과 코오롱간 일대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격전지는 10%대 점유율을 보였던 고합의 당진 나일론 필름 공장. 코오롱은 지난해 공장 인수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효성이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 효성은 “코오롱이 고합 공장을 인수하면 사실상 독과점 기업이 된다”며 강력 반발했고, 이로 인해 두 기업간 정면충돌이 빚어졌다.‘그룹 자존심’을 건 사투는 결국 승자 없이 끝나고 말았다.

효성의 끊임없는 이의제기에 코오롱은 독과점 조항에 걸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부 생산라인을 제 3자 매각결정을 받아야 했다. 코오롱도 이에 효성을 의식, 당진공장을 다국적기업인 하니웰코리아에 넘기며 묵은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두 그룹간 감정싸움으로 다국적기업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최근 수입차 시장의 진출과 나일론 필름시장의 신규투자 등이 코오롱을 염두에 두고 ‘복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억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효성은 2004년 하반기까지 경북 구미와 중국 절강성에 각각 연간 7,000t 규모의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을 신축, 증설한다고 최근 공언해왔다.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수입차시장 진출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고합 공장 부문에 대한 두 기업간 감정의 골은 이미 사라졌다. 나일론필름 시장 투자는 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간 경쟁은 양사의 주력분야인 ‘화섬’분야에서도 뜨겁다. 코오롱은 최근 설비 증설을 통해 올해말까지 스펀덱스 생산 규모를 연산 1만t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스펀덱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 부문 국내 1위를 점유하고 있는 효성과의 대결을 불사할 태세다. 이밖에 타이코드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등에서 불꽃 튀는 격돌을 벌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60년대 이후 화섬, 섬유 등 주력업종이 비슷한 두 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두 기업이 나일론 필픔, 디스플레이, 수입차 등 신규사업 투자분야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앞으로도 라이벌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효성과 코오롱 관계자들은 “특별히 ‘라이벌’이라고 의식해 본 적이 없다”며 “불황에 직면해 있는‘화섬업계’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을 때이며 ‘선의의 경쟁’으로 봐 달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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