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123] ‘권력형 게이트’ 이용호 2003년 구치소 안 ‘회장실’ 차린 사연
[그때 그 사건 123] ‘권력형 게이트’ 이용호 2003년 구치소 안 ‘회장실’ 차린 사연
  • 윤광제 작가
  • 입력 2018-07-09 10:42
  • 승인 2018.07.09 10:42
  • 호수 1262
  •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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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전 G&G그룹 회장, ‘집사 변호사’ 도움으로 ‘옥중 경영’
20015년 신협 500억대 불법 대출에 연루돼 구속

 
2000년대 초반 특검수사로까지 이어지며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 이용호(당시 45세) 전 G&G그룹 회장이 2003년 구치소에서 변호사의 도움으로 ‘옥중 경영’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998∼99년 인수한 삼애인더스, 인터피온 등 회사들의 구조조정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1년 9월 구속된 이 씨는 2003년 12월 당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 계류 중인 가운데 줄곧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같은 해 11월 안양교도소로 이감됐다.
 
이 씨는 인신 구속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옥중에서 변호사를 통해 경영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증권조회용 데이터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코스닥 등록 기업들을 인수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씨는 김모 변호사를 ‘집사 변호사’로 선임한 2003년 5~10월간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김 변호사를 통해 회사 업무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필요한 사항은 김 변호사의 휴대폰으로 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 당시 검찰은 전했다.
 
이 씨는 2003년 10월 관리하던 차명주식의 처리방안에 대해 ‘채권자와 협의후 현물로 출고’·‘제3자와 장외매수로 지분 추가신고’ 등 내용의 부정문건을 김 변호사를 통해 외부로 유출했다. 검찰수사 당시에도 이 씨는 옥중에서 5건의 경영 지시 문건을 소지하고 있었다.
 
또 이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삼애인더스의 경영권 회복을 위해 이 회사 소액주주들 보유주식과 자신이 매집한 저가의 타사 주식을 맞교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삼애인더스는 스마텔 등 10여개 상장·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이 씨는 삼애인더스 경영권에 애착을 보였으나 결국 2003년 9월 삼애인더스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에 의해 경영권 확보 시도가 저지됐다.
 
이 씨는 이와 함께 자신이 경영하던 G&G 구조조정에서 99% 출자한 구조조정 전문회사 지엠홀딩스를 설립한 뒤 2003년 6~10월 이 회사를 내세워 D사 등 4개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영권, 또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이들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김 변호사로부터 받은 증권조회용 데이터통신 단말기(PNS)를 변호사 접견과정에서 교도관들 몰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 수사관계자는 “증권단말기 사용 시간을 확인한 결과 거의 하루종일 사용한 점에 비춰볼 때 변호사가 오전에 건네준 단말기를 접견실과 감방에서 사용하다 오후에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씨가 매집한 C사 주식은 이 기간에 주가조작 특유의 시세상황을 보이고 있었고, I사 주식 매입과정에서 차명계좌를 통한 시세조종, 공시의무 위반 등 흔적이 발견돼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 씨는 주식 쇼핑에 투입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 제주 모 저축은행 대주주에게 빌려준 자금 60억 원을 회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인신구속 상태에서도 만만치 않은 재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씨는 경남 김해상공회의소 신용협동조합의 수백억 원대 불법 대출사건에도 연루됐다. 2015년 7월 20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이 씨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14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김모(55)씨가 김해상의 신협에서 불법 대출받은 돈 가운데 90억 원을 세탁하고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한 혐의를 받았다.
 
또 2014년 8월 자신이 지분을 투자한 모 창업투자사의 법인자금 30억 원을 횡령해 개인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조사 결과 이 씨는 ‘이용호 게이트’ 사건으로 처벌받았지만, 손을 씻지 못하고 또다시 금융 범죄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중(DJ)정부 시절 정치인과 검찰총장 동생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인 이 씨는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1년 구속기소돼 5년 6개월을 복역했으며, 이후 수차례 금융 범죄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 씨와 손잡은 대출사기범 김 씨는 2015년 2월 김해상의 신협 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수백억 원을 대출받았다가 창원지검 특수부에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김 씨는 여러 차명계좌나 위조한 시중은행 지급보증서를 이용해 무려 556억 원을 불법 대출했고, 부실화된 김해상의 신협은 다른 신협에 합병돼 해산했다.
 
이 씨는 김 씨가 불법 대출한 자금 가운데 90억 원에 대해 ‘발군의 옛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범죄 사실이 탄로 나 환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차명계좌에 돈을 수차례 입출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했다. 이 자금은 이 씨가 설립한 유령회사 명의로 2개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 매수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이 씨의 범행은 그가 투자한 창투사의 자금을 횡령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그는 지분 50%를 투자했지만 ‘악명’이 높은 자신의 이름을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제3자를 대표로 앉혔고, 이 회사를 자신의 개인금고처럼 여기고 회삿돈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이 창투사 횡령에 대해 진정서를 접수한 검찰은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이 씨가 김해상의 신협 불법대출금과 연결된 단서를 잡고 혐의를 확인, 그를 구속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 씨를 구속 수사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법원으로부터 주식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처분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다른 재산도 계속 추적해 범죄수익을 철저하게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