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원장의 뷰티 시크릿] 초정상 자극보다 개인 맞춤형 시술 권장해야…
[한상혁 원장의 뷰티 시크릿] 초정상 자극보다 개인 맞춤형 시술 권장해야…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8-07-09 14:52
  • 승인 2018.07.09 14:52
  • 호수 1262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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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관계 구축하는 안정성 시술 도입 시급
930년대 네덜란드 생물학자 니코 틴버겐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 실험자가 만든 진품을 모방한 모조품에 반응하는 동물 행태를 연구했다. 신기하게도 실험 대상이 된 동물들은 진품보다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비슷한 예로 뻐꾸기의 경우, 항상 자신의 알을 숙주 새의 둥지에 낳는다. 뻐꾸기 알은 숙주 새알보다 크기가 더 크고 색깔도 더 화려해 자신의 알보다 확연히 구분된다. 오히려 숙주 새 어미는 뻐꾸기 알에 더 애착을 가지고 부화에 힘쓴다. 자신의 알보다 가짜인 뻐꾸기 알에 속아 넘어가는 숙주 새의 행태는 인간 연구자에게 좋은 연구 대상이다.

후에 노벨상을 수상한 니코 틴버겐은 이 같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큰 자극을 받거나 뻐꾸기 알을 품는 숙주 새의 행태를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인간에게도 이러한 동물에 못지않은 초정상 자극에 반응하는 심리와 행태가 있었다. 만화에 나오는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눈, 9등신을 넘어 10등신의 비율, 가냘픈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큰 가슴 들이 초정상 자극의 예이며, 매스미디어에 의해 점점 강화되고 PC와 스마트 기기 사용으로 더욱 깊숙이 침투되고 있다. 

성형수술과 시술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흔히 관찰된다. 턱이 충분히 뾰족한데도 더 뾰족하길 바라고, 눈이 충분히 큰데도 더 큰 눈을 원한다. 볼이 빵빵한데도 더 부풀기를 원한다. 병원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왔을때 어떻게 상담해야 바람직할까. 제3자가 보더라도 답은 명확하다. 더 이상 시술을 하면 안 된다. 그러나 많은 병원이 당장의 매출에 눈이 멀어 환자를 상대로 부화뇌동을 조장한다. 이미 초정상 자극에 휘둘려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시술로 돈벌이  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권하는 시술이라면 얼마든지 바로 돈을 내고 시술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자신도  환자에게 시술을 받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설득하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 상담비가 따로 없는 본원 같은 경우 더욱 그렇다. 시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위를 부추겨 시술을 권하기도 한다. 

처음 미용계에 발을 들일 때  내원하는 환자를 진단하면서 양심을 다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월급쟁이 의사로서 꼭 필요하지 않은 시술을 권해야 할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꼭 필요한 것만 권하고 솔직한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는 다짐이 앞선다. 요즘 상담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와서 비슷한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 역시나 업계의 호응은 적었다. 

지난 시절 초기에 환자를 대한 것처럼 어떻게 하면 환자가 더 많은 돈을 쓰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강의실을 채운 업계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진중하게 환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바람직한 치료 방법은 환자가 병원에서 과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벌이와 상황에 맞게 꼭 필요하고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부터 조금씩 자신을 가꾸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치료진도 기분이 좋고 즐겁다. 사실 환자와는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에 환자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사적인 부분까지 감싸 안아 줘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면 치료가 아닌 장사로 본질이 흐릴  수 있다. 여전히 협회나 모임에 가서 이런 취지의 말을 하면 다수에게 비난의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제는 치료진도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할 때다.  

사실 초정상 자극을 따르는 시술의 종류는 날이 갈수록 늘어 나고 있는 추세다. 환자와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맺다 보면 환자의 소비 능력과 안정성을 고려한 시술로 점차 아름다워지는 모습에 만족해 히는 것을 지켜볼 때 이 일에 종사하는 보람을 느낀다.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