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작의 그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일 년 동안 낸 수익의 금액을 계산해 보니 1억 원” “억대 연봉에 달성했다” “부업으로 시작했던 일인데 얼떨떨하다” 이는 재택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로 연봉 1억 원에 달성했다는 내용을 담은 한 블로거의 글이다. 포털사이트에는 이러한 활동의 후기를 담은 글이 무성하다. 그러나 허위 광고를 일삼는 경우가 허다하고 댓글이나 연관검색어 등을 조작하는 행태까지 벌이고 있어 여론을 호도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단계 방식 회원 유치 권장, 통장‧비밀번호 요구도

여러 ‘재택알바’ 후기를 살펴보면 작성자 대부분은 가정주부, 대학생 등이다. 근무 시간이나 장소의 제한이 없어 인기가 많은 상황. 그러나 평범한 주부, 대학생들이 어떻게 월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재택알바 대행업체(이하 업체)마다 수당의 편차는 있지만 모 업체 기준에 따르면 글‧댓글 작성 1~3만 원, 클릭 1~2만 원, 광고 포스팅 건당 2500원, 업체 홍보 글 게시 건당 최대 5000원 등이다.

한 업체에 따르면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활동으로 한 달 10~50만 원 이상, 업무 노하우를 배워 홍보를 할 줄 알게 된다면 한 달 100만 원 이상, 본인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능숙하게 활동하면 한 달에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블로그 작성자에 따르면 하루에 몇 건의 제품 홍보 글과 댓글, 좋아요 등을 누르고 건당 돈을 받는다. 짧은 시간 한 번의 클릭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1초 알바’로도 불린다. 또 다단계처럼 특정 사이트에서 새로운 가입자가 작성자를 추천하게 되면 보너스 수당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업체 측은 “재택알바‧부업 전문 사이트일 뿐 다단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다. 회원과 회사의 1:1 영업방식으로 진행해 안심해도 된다. 1:1 영업방식의 구조는 과거 법원 판결문으로 다단계가 아니라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알바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나 포털사이트 블로그‧카페 등에서 이뤄진다. 블로거들의 후기와 업체의 광고만 보면 이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홍보성 글을 작성해도 방문자 수가 적거나 노출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이 지급되지 않거나 무료회원은 수입이 적다면서 고비용의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일부 업체에서는 정작 글과 댓글 작성보다는 회원 유치 업무(다단계 방식)를 우선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통장번호와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작 가능성 농후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러한 재택알바 자체는 합법이다. 뻔한 광고보다 개인의 사용 후기가 더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알바를 통한 광고성 글들이 난무하는 추세다. 댓글이나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이디 도용 또는 해킹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알바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또 완전한 과장‧허위 내용으로 작성한 경우에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약간의 과장이나 허위가 허용되는 광고의 특성 때문에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확실히 존재한다. 재택 알바에는 댓글을 작성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업체들은 ‘파워링크’ 또는 ‘프리미엄 링크’라는 검색어 광고 시스템의 최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돈만 주면 일명 ‘댓글알바’ 등의 키워드로 검색되는 업체들이 우선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포털 사업자들이 이들 업체에게 돈을 받고 키워드를 팔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뉴스 댓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행적이 포착돼 사회각계, 특히 정치권에서도 예의 주시 중이다. 물론 제품 또는 기업 등의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들과 여론 조작을 하는 댓글알바의 성격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불순한 조작을 목적으로 하는 업체가 있어도 거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분명한 것은 블로그, 카페 등에서 이미 여론 조작을 하려는 댓글알바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업체에 돈을 받은 블로거들은 광고를 후기로 둔갑시켜 소비자를 호도한다.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블로그에 소개되는 음식점을 맛집으로 알고 찾아갔다가 허탕을 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포털사이트 특정 키워드에 연관검색어를 조작하는 대가로 비용을 받는 업체들도 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씨랭 모통검 건바이(by)건/모바일 스트레스 받지 말고 진행해라’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씨랭’이라는 단어는 C랭크를 의미하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키워드라는 뜻이다. ‘모통검’은 모바일 통합검색을 의미하며 모바일 포털사이트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순위를 상위로 올려주는 작업을 뜻한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들이 정말로 사람들을 고용해서 댓글이나 검색어를 조작하고 있다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스스로 조작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댓글알바’라는 키워드를 판매하는 행위 역시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허위 광고 적발 사례도
 
지난 2014년에는 일부 재택알바 업체의 광고가 허위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적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만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재택 알바 사원을 모집하면서 회원 수, 지급수당 등에 대해 거짓‧과장의 광고를 한 2개 사업자에게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총 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하루 2시간 정도만 일해도 월 100만 원 수익’, ‘저희 회원님 중에서는 실제로 한 달에 1000만 원을 버는 분들도 많다’ 등 누구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회원들에게 포털사이트 또는 개인 블로그 재택 알바 사업에 관한 홍보 댓글을 작성하도록 시키고 건당 400~1000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실제 100만 원 이상을 지급한 사례는 없었다.

회원 수를 부풀려 광고하기도 했다. 업체 홈페이지에 가입된 회원까지 포함시켜 정회원이 1만 명이라고 광고하고 일부 언론사 로고를 도용해 언론에 기사로 보도된 것처럼 선전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업체가 모집한 회원 수는 총 2743명에 달한다.

업체들은 이들에게 회원 가입조건으로 휴대폰 개통이나 일정 금액의 회비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과징금 부과 외에도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거짓‧과장광고의 금지 및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을 홈페이지의 6분의 1 크기로 4일간 공표하도록 조치했다.

한편 기업 자체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다가 걸린 사례도 있다. 모바일 숙박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사업자들은 나쁜 후기를 감추고 광고상품을 추천 상품인 것처럼 속이다 지난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최대의 성형 정보 앱에 가짜 성형 후기를 올려 환자를 유치한 성형외과와 광고 대행업체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재택 알바의 허위 광고가 판치고 인터넷 댓글, 순위는 물론 후기 조작까지 성행하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법이나 기술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문기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빈도를 높인다거나 특정 단어가 검색되도록 하는 것들은 온라인 생태계의 정상적인 운영과 건전한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여론 조작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털사업자는 검색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며 “AI(인공지능) 등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체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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