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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빨간 물결’이 지난 7일 서울 도심에 일었다. 여성들이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조직된 단체인 ‘불편한 용기’ 주최로 3차까지 진행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하기 위해 한 달 만에 다시 결집했다. 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돼야 할 시위가 근본과 끝이 뒤바뀌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극단적인 남성혐오 발언과 “자살하라”, “재기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조롱 등으로 시위의 목적을 가렸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혐오’의 싹이 자라면서 온라인에서도 남녀 성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 자체는 부정적 선입견에 노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 ‘곰’, ‘재기해’ 등 극단적 막말 쏟아져…2차 피해 심각
- 도덕성 결여된 페미니즘?…“시위 본질에 다가서야”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는 낮 최고 온도가 30도에 육박한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지난 5월 19일과 지난달 9일에 열렸던 두 차례 집회와 동일하게 ‘생물학적 여성’만 참석이 허용된다고 못 박은 이번 집회에서는 6만 여명(경찰 추산 1만9000여명)의 20~30대 여성이 몰려들었다.

이 중 800여 명의 여성은 대구, 부산, 대전, 전주 등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상경했다. 지난 1~2차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빨간 옷의 복장과 선글라스, 마스크 등의 소품도 함께였다. 빨간색은 여성들의 분노를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정한 색이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는 지난 5월 발생한 ‘홍대 몰카 사건’이 촉발제가 됐다.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이었다면 수사와 구속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별에 따른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게 시위의 목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차 집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5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지며 피의자 성별이나 사안에 따른 차별이나 불공정은 있을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집회 규모는 더 커졌다. 3차 집회가 열린 혜화역 인근 도로 4차선에서는 “여성을 경찰청장에 임명하라”, “여성 경찰의 수를 늘려 9대 1로 만들어 달라”는 구호가 울렸다.


혐오가 낳은 혐오
본질서 떨어진 시위 목적



혜화역 시위는 결실을 끌어내기도 했다. 정부는 첫 시위가 열린 지 28일 만인 지난달 15일 50억 원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5만여 곳에서 상시로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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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부는 사이버 수사 인력 1200여 명을 활용, 불법 촬영물 공급자 단속에 나섰다. 사이버 유해정보 신고단체인 누리캅스와 시민단체 등이 신고한 사건을 우선 수사해 웹하드 헤비 업로더, 음란사이트 운영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습 유포자 중심으로 단속한다는 명목이다.

여성들의 외침에 정부가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좋아도 그 과정이 본질에서 멀어지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최근 시위 과정에서 등장했던 극단적인 ‘패륜’과 남성 혐오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 시위의 본질을 의심받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난 2차 시위 현장에서는 남성 혐오를 표현하는 과격한 말이 오갔다. 당시 ‘유X무죄, 무X유죄’라는 구호가 나왔는데 이는 남자라서 죄가 없고 여자라서 죄가 있다는 뜻이다.

일부 여성들은 이날 시위를 ‘6.9 소추절’이라고 부른다. 한국 남성의 평균 성기 길이가 6.9㎝라고 남성들을 조롱하는 말이다. 온라인에서 통용되던 용어가 길거리에서 구호로 등장한 순간이다.

최근엔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잡음을 일으켰다. ‘재기해’는 지난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투신해 죽으라”, “쓸모없이 목숨을 버리라”는 의미로 통한다.

이와 관련 시위 주최 측은 “‘재기해’의 재기는 (조롱의 뜻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라고 해명했다. ‘역량을 모아 다시 일어선다’는 재기(再起)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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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도 논란이 됐다. 한 참가자는 ‘곰’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무대 위에 섰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유래된 ‘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인 ‘문’자를 아래위로 뒤집은 것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인격을 모독하는 패륜적 의미다.

문 대통령이 시위대의 표적이 된 이유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홍대 몰카 사건과 혜화역 시위에 대해 “일반적인 (사법)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 더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높았다”,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통은 없고 방식이 문제된
‘영(Young) 페미니즘’



반발은 온라인으로도 번졌다. 극단적 페미니즘·남성 혐오 사이트로 유명한 ‘워마드’(WOMAD)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5월 홍익대 누드 크로키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처음 올라온 곳이기도 한 ‘워마드’에서는 최근 ‘사생놀이’라는 제목을 단 문 대통령의 포르노 합성 사진이 제작·유포되고 있다. 남·여가 성관계를 하고 있는 포르노 사진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그것이다. 다리에서 뛰어 내리려는 사람의 사진에 문 대통령의 얼굴을 넣고 작은 성기를 그려 넣은 사진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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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색을 배제하겠다는 시위 초기의 목적과는 달라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엔 가톨릭 미사 의식에서 사용하는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성체 위로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낙서를 하고 불로 태운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기행을 벌였다.

“천주교는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성체는) 그냥 밀가루를 구워서 만든 떡이다”라는 게 사진을 게재한 이의 주장이다.
성체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도들에게 나눠줬던 빵으로 예수의 육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성체 훼손은 곧 신앙 대상의 모독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동일 선상에서 주고받을 것이 아닌 주제를 자신들의 이해에 맞춰 소비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도리어 반감을 사고 있다. 혜화역 시위에서 외치고자 하는 핵심보다 인신공격, 비방전 등 혐오 분출에만 눈길이 쏠리면서 또 다른 혐오를 낳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미경 예담심리센터 대표는 “시위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 없이 눈길을 끄는 행위에만 집중한다면 반발은 계속해서 공회전할 것”이라며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다음 달 4일 4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집회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규모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불편한 용기’ 측은 3차 시위를 위한 모금을 진행하면서 “남는 금액은 다음 시위에 쓰겠다”고 밝히는 등 4차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권가림 기자  kwon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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