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 13일 제20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이 결성됐다. 험난한 과정을 거친 만큼 새 의장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5월 29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임기 만료 이후 대략 45일간 비어 있던 국회의장 자리가 문희상 의원 차지가 되면서 제20대 후반기 국회가 ‘식물 국회’의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문 국회의장은 노련한 정치 감각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두루 친분을 지녀 합의를 통해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 낼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지략가’ 평가
45일간 공석이던 국회의장 자리 메우고 식물국회 오명 벗나


이변은 없었다. 지난 13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뒤를 이어 제20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문희상 의원이 선출됐다.

해당 직위는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으로 임기는 2년이다. 대법원장,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와 함께 3부요인으로 꼽히며 헌법기관 국회의 대표라는 명예가 주어지는 자리다. 통상 원내 1당에서 선출된다.

문 의원은 총 투표수 275표 중 259표 득표로 당선돼 2020년 5월까지 무소속 신분으로 국회의장직을 수행한다. 해당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며,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문 의원이 무소속으로 이전한 것은 국회의장은 중립성을 이유로 당적 보유와 상임위 활동을 금하기 때문이다.

2002년도 한나라당 박관용 국회의장이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들며 처음으로 탈당한 후 2004년 김원기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의 탈당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단행해 이듬해인 2005년 현행 국회법에 당적 보유 금지 사항이 명시됐다.

문 의원은 국회의장 당선 인사를 통해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최후의 보루”라고 밝히며 “정치인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역사의 고비마다 나섰던 국민이 선거와 혁명을 통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개작두 리더십’
이번에도 먹힐까


‘뽑힐 사람이 뽑혔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문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문 의원은 지난 5월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진행한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에서 총 116표 중 67표를 얻으며 국회의장 후보로 뽑혔지만 곧바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지는 못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시기와 겹치며 야권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의석수가 가장 많은 원내 제1당에서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것이 관례이나 야당 측이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12개 지역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원내 제1당 자리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며 새 의장단을 꾸리겠다는 민주당 의사에 반기를 든 것이다.

국회의장단 임기 만료 5일전 새 의장단을 선출토록 하는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까지는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이 마련됐어야 하지만 이를 두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5월 30일부터 국회의장 자리를 비워두게 됐다.

하지만 문 의원은 사무총장에 유인태 전 의원, 비서실장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을 내정하는 등 사실상 업무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사다난한 여야 간 합의를 거쳐 문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데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족적과 관련 있다. 그가 ‘협치’의 달인으로 정평 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지방선거 결과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득세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야당의 지원 없이는 지체된 국회 현안들을 처리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범친노(친노무현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여야를 막론한 여러 인물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통합형 정치인’으로 불리는 문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추대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또한 문 의원에게는 과거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재임 동안 계파 갈등을 불식하고자 애썼던 이력도 있다.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 재직했을 당시 비공개 석상에서 계파 이기주의를 막기 위해 “버릇없는 초재선 의원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개작두로 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미 세간에 유명한 이야기다. 이로 인해 그는 ‘여의도 포청천’ ‘군기반장’ ‘개작두 리더십’ 등의 별칭을 얻게 됐다.

이처럼 다소 강한 인상과 강도 높은 발언이 맞물려 불도저 같은 인상을 주기 쉽지만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고 불릴 정도로 사실은 지략가에 가깝다는 평판이다.

실제 문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 ‘숭문당’이라는 서점을 운영한 독특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민주화 운동 전력으로 인해 임용을 받지 못해 서점을 운영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인해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서점 운영 당시 통일 문제와 관련해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던 것이 두 사람 간 만남의 계기가 됐다.

1980년 동교동계로 입문
어느덧 6선·73세 최고령


1980년 정치에 출사표를 던진 문 의원은 DJ 전 대통령의 외곽 청년 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중앙회장을 3차례 맡을 정도로 이른바 ‘DJ 동교동계’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이후 16대부터 20대까지 연이어 당선되면서 어느덧 6선 베테랑 의원이 됐다. 아울러 73세로 더불어민주당 내 현역 국회의원 중 최고령이다.

쓴 잔을 마셨던 15대 총선 시절에는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으나 김대중 정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이후 노무현 정부에는 첫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민정수석으로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했다. 이처럼 동교동계 직계이며 친노계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에 복귀하면서 그해 4월 당의장으로 선출됐으나 같은 해 10·26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취임 6개월여 만에 자리를 내어줬다.

이후 2008년 당내 다수파의 지지로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됐으며 2012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의 이력을 채워갔다. 지난해 5월에는 대통령 특사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조우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다. 일본어를 공부해 적극적인 의원 외교를 추진했으며, 일본 총리를 맡았던 모시 요시로 일본 측 회장 등 일본 정계 인물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았다.

당내 구원투수로 꼽혀
“후반기 국회 협치가 최우선”


문 의원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여러 정계 인사들도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 의원을 향해 신뢰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문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된 것에 관해 “아주 원만하고 경륜이 높고 국회를 협치로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의장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역시 “후반기는 정쟁과 갈등, 반목으로 점철된 국회가 아니라 진정한 상생과 협치의 국회로 좋은 출발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문 의원 역시 “후반기 국회 2년은 협치를 통해 민생이 꽃피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만 한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노력할 것과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10일 원구성 협상을 통해 국회의장은 관례를 따라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맡고 부의장 2명은 2·3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각각 1명씩 맡기로 논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5선의 이주영 의원이, 바른미래당은 4선의 주승용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우리 국회 상징인 원은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잘 모으라는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면서 “선배, 동료 의원 한 분 한 분과 소통을 잘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 의원 역시 “후반기 국회는 4개 교섭단체가 참여한다”면서 소통에 주력할 것임을 피력했다. 새 의장단 구성이 개진됨에 따라 국회의 일처리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문 의원은 2004년 3월 대한항공에 처남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혐의에 연루되며 정치적 잡음을 빚은 바 있다.

자신을 문 의원의 처남이라 밝힌 김승수 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당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문 의원이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김 씨의 컨설턴트 취업 자리를 내줬다고 말했다.

실제 근무를 하지 않았지만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약 8억 원)의 월급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겨레청년단이 이 문제를 두고 2014년 12월 문 의원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2년이 지난 2016년 7월 검찰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 결과 문 의원에 취업 청탁에 개입해서 돈을 받게 된 정황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올해 1월 다시 한 번 이 사건을 두고 “문 의원이 본인의 빚을 탕감하기 위해 대기업의 돈을 갈취한 것”이며 “나는 법을 잘 모르지만 문 의원이 무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무혐의 처분된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이 밖에도 문 의원은 배우 이하늬 씨의 외삼촌이라는 가족 관계 덕분에 젊은 층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꼽힌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