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생각한다> 저자 에두아르도 콘 / 역자 차은정 / 출판사 사월의책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인간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과 공유하며 근본적인 관계정립을 해나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여러 학계에서 연구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자연의 본질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도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순수한 방법일 수 있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이 1996년부터 4년간 남미 에콰도르 동부 아마존 유역에서 아빌라 마을을 탐사한 뒤 내놓은 책 ‘숲은 생각한다’는 세상을 온전한 전일체로 파악하려는 홀리즘 시각을 취한다. 사고의 존재인 인간이 생각을 통해 자신을 찾듯 숲은 단순하지만 기호 형식으로 전하는 메시지로 생태계를 유지한다. 

사실 저자는 책 발간 이전까지 국제 학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출간 이후 일약 명성을 얻었다. 브뤼노 라투르, 도나 해러웨이, 나카자와 신이치 등 학계 거물들이 ‘숲은 생각한다’를 상찬할 정도다.자연스럽게 21세기 인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사하며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이란 무엇인지를 밝혔다.

책은 대담한 기호이론을 통해 언어적 존재와 살아 있는 존재들 사이의 낡은 대립을 허물고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취하면서 환원주의나 반인간주의를 고잡하는 방식을 벗어나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숲과 함께 생각해야 하는가? 비인간적 세계의 사고가 우리의 사고를 해방시키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숲은 생각하기에 좋다. 왜냐하면 숲은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숲은 생각한다. 나는 이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렇게 질문해 보고 싶다. 우리 너머로 확장되는 세계 속에서 인간적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숲은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어떤 함의가 있을까?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기도 한다.

책은 인간과 타자, 문화와 자연의 이분론법 구분을 넘어서 존재론적 전회를 이끄는 적확한 이해를 돕는다. 존재론적 전회란 동시대 철학과 인류학을 필두로 하여 사회학과 생태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트렌드로 생태위협, 생명공학 및 인공지능의 부상과 더불어 인간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하려는 경향이다. 브뤼노 라투르, 도나 해러웨이,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등의 대표 학자들은 과학기술, 반려동물, 다수의 자연 같은 주제를 탐구하면서 인간을 특별하고 구분되는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 다른 만물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치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획기적 관점 전환을 일으킨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처럼, ‘인간이 바라본 자연’이 아니라 ‘자연이 바라본 인간’이라는 전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과 타자, 문화와 자연이라는 구별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됨은 당연하다. 책은 숲 속에서 인간 중심적 관점을 넘어 이 기묘하고 낯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적 도구와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문명과 야생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고 숲과 인간, 자연사와 역사의 얽힘을 더욱 생생하게 풀어낸다.

책은 가장 창조적인 의미에서 사고의 도약을 이뤄냈다. 저자와 함께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가 그간 알고 있었던  인류학적 풍경을 다시 그리는 기회를 제공 할 것이다. 

이책을 접한 일본의 철학자, 인류학자인 나카자와 신이치는 “자신이 속한 민족이나 공동체 바깥에서 인간을 이해해 온 인류학은 이제 인간성 바깥에서 인간에 대해 사고하는 학문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숲은 생각한다. 식물이 생각하고 동물이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고에 둘러싸인 채 인간도 자신의 방식으로 생각한다. 인류학과 철학은 지금 한없이 가까운 곳에 서 있다"는 서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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