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생활부터 30년 진보정치 인생까지…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오전 9시 40분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밖으로 투신해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드루킹 특검팀, 비보에도 수사 강행…누구 겨누나?
노회찬 떠난 빈자리 채우려…정의당, 신규 당원 입당 줄이어

 
노 의원은 앞서 인터넷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 김모씨 측으로부터 2016년 총선 때 불법 정치자금 5000여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000만 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있다.

노 의원은 이와 관련해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회찬, 정치 인생 이목 집중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 따르면 노 의원은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3년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왔으며 당시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는 것을 시작으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1979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으나 노동운동을 위해 1982년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현장에 뛰어들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인천과 부천 지역의 노동운동 단체들을 모아 인천지역민주노동자동맹(인민노련) 출범에 앞장서며 인민노련 중앙위원으로 활동을 주도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1989년 수감됐다.

만기 출소한 이후에도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90년대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대표를 역임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2005년 8월 삼성 X파일(안기부 X파일) 사건(문화방송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과 정치권, 검찰의 유착을 폭로한 사건)에서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내 계파 갈등으로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노 의원은 진보신당을 창당했으며 2010년에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으로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대법원이 떡값 검사 실명 공개에 대해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2013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16년 경남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하면서 의원직에 복귀했고 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원내대표와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민주평화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대표를 역임했다.
 
 
노회찬 떠난 빈자리 채우려…정의당, 신규 당원 입당 줄이어
자발적 분향소 설치, 지지율 10.6%…한국당과 6.1%P차 3위


 
 특히 노 의원은 정의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1%였던 정의당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또 국회의원 특수활동비를 자진 반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거침없고 대중 친화적인 화법으로 인기를 얻으며 진보 진영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50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서 판이 새까맣게 됐습니다. 이제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합니다”라는 그의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정치자금 공여자 수사 계속” 강조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드루킹은 트위터에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가 민주노총을 움직여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려고 하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경고성 글을 올려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도 드루킹이 금전적 지원을 빌미로 정의당 의원들을 협박한 정황 파악에 나섰다.
 
박상융 특검보는 최근 특검 사무실에서 “노 의원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품을 준 사람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안 된다”며 “(금품을 건넸다는) 드루킹의 진술도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에게 금품을 공여한 김씨와 도모 변호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를 계속 이어 가겠다는 취지다.

박 특검보는 “드루킹이 지난해 5월 트위터에 게재한 사실, 그것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한 경위가 무엇인지,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규명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드루킹 김씨는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미리 경고한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특검팀은 트위터에 등장한 심상정·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협조를 얻어 김 씨가 노 의원을 협박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드루킹 김 씨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간의 연결고리 규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수사 기간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아 이제는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차근차근 스피드 있게 준비할 것”이라며 “저희가 (조사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면 관련자에 대한 소환 일정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검팀이 본류에서 벗어난 수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 수사의) 본질적인 목표는 노회찬 의원이 아니었다”면서 “파생된 건데 별건 수사 아닌가 할 정도로 방향이 과연 옳았는가 (생각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 특검보는 “특검은 특검법 수사 대상 안에서 수사했고 경공모 자금 흐름도, 그 흐름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 행위도 특검 수사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진보의 큰 별 지다” 애도 물결

 
온라인상에는 그를 애도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23일 “노회찬 의원님 투신이라뇨? 너무 충격이 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진보의 큰 별이 떨어지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며 충격에 빠진 채 침통해 하는 분위기다.

노 의원이 출연 중이던 JTBC ‘썰전’ 게시판에도 노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제목으로 “몇 번 뵙지 못했는데 많이 안타깝다”며 “잘잘못을 떠나가시는 길 평안하시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가 존경하는 노회찬 의원님의 명복을 빈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도 모두 비통에 잠겼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면서 “방미 일정 중에 전혀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충격적”이라면서 “예전부터 노동운동 출신으로 각별한 인연이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하루 먼저 한국에 들어오면서 미안한 마음에 술을 한잔 살 때만 해도 밤늦도록 노동운동 이야기를 회고하며 아주 즐겁게 마셨다”면서 말끝을 흐리며 아쉬워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미국에서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는데 굉장히 큰 충격”이라면서 “노회찬 의원이 굉장히 불편해 하시니까 방미 기간 동안 우리는 드루킹 특검 수사에 관해 일절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가슴 아파 청문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노회찬 대표의 인격상 무너져내린 명예와 삶, 책임에 대해 인내하기 어려움을 선택했겠지만 저 자신도 패닉 상태”라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애도의 뜻을 밝혔다.

한편 노 의원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추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의 뜻을 잇겠다며 입당·후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21~24일 실시된 여론조사(알앤써치·데일리안)에서 정의당은 지지율 10.6%를 기록했다. 지난달 6.5%에 비해 2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2위인 자유한국당(16.7%)을 불과 6.1% 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은 것이다. 1위인 더불어민주당은 46.5%를 기록했다.

입당 신청자들은 “노회찬 의원의 꿈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 “비보를 접하고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노회찬 의원의 빈자리를 혼자서 메꿀 수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의당 대변인은 “시민들이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당원으로 가입하고, 후원금을 주시는 것은 너무 감사하다”며 “총무팀장과 이를 확인하지도, 공개하지도 말자고 이야기했고, 당내에서도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