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12년 투쟁 끝 얻어낸 ‘반쪽’ 복직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12년 투쟁 끝 얻어낸 ‘반쪽’ 복직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07-27 19:04
  • 승인 2018.07.27 19:04
  • 호수 1265
  •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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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채용으로 복직 처리됐지만 승무직 아닌 ‘사무 일반직’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 21일 KTX 해고 승무원과 한국철도공사 사이 정규직 전환 합의가 이뤄졌다. 장장 12년 만이다. 지난한 싸움에 비춘 빛에 많은 이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정미정 총무 “정리해고 후 고통 받는 이들에게 우리가 희망이 됐으면”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 안 하면 ‘다람쥐 쳇바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하 철도공사)는 이달 21일 KTX 해고 승무원들을 특별 채용 방식으로 통해 복직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공사는 특별 채용 대상자를 ▲기타 철도공사 내에 해당하는 자회사 취업 경력이 없는 자 ▲철도공사에 취업하기를 희망한 자로 한했다. 여기서 ‘철도공사에 취업하기를 희망한 자’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뜻한다. 이에 해고된 승무원은 대략 290여 명 정도지만, 180명 정도가 복직 처리될 예정이다.

채용은 올해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지만 철도공사 측의 인력 상황에 따라 불가피할 경우 2019년은 2회로 나눠 하반기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12년 동안 이어온 긴 투쟁으로 얻은 결실을 두고 각처에서 호의적인 눈길을 보냈지만,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정미정 총무는 “사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철도공사가 건넨 제안은
‘선 복직 후 전환조치’ 형식
 

오롯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해고 KTX 승무원들은 승무직이 아닌 ‘사무영업직’으로 복직 처리된다.

정 총무는 “원래 주장했던 KTX 승무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고비 넘겼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라면서 “다들 축하해 주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마냥 축하받기는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해고된 자리에서 복직 (처리가) 돼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싸울 수 있단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무영업직으로의 복귀는 철도공사 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선 복직 후 전환조치’ 형식이다. 정 총무에 따르면 사무영업직은 승무직, 역무직, 수송직 등을 포함한 넓은 범위의 직렬이다.

즉, 해당 직렬 안에 승무직이 포함돼 있어 이후 승무원에 대한 직접 고용이 이뤄질 경우 신청해 순서대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정 총무는 “싸움이 십수 년 동안 길게 이어졌고, 해고된 승무원 33명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며 “우선 복귀해 (승무직이) 직접 고용될 때 까지 기다려 달라는 철도공사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 조금 아쉽고 민망한 생각이 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처럼 철도공사의 승무원 직접 고용에 관한 문제가 남은 해결 과제 중 제일 핵심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2004년 입사 당시 이들은 철도공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되는 것이라 알고 있었으나, 이듬해 2005년 승무 업무는 신설된 자회사 한국철도유통(현 코레일유통)으로 넘겨졌다.

하지만 그해 12월 한국철도유통이 승무 업무 수탁 중단 선언을 하며 KTX관광레저(현 코레일관광개발)이 해당 업무를 이어받았다. 승무원들은 이같은 처우에 반발하며 철도노조에 가입해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했다. 이에 코레일은 2006년 5월 280여 명에게 해고 통보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이 완전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직접 고용 문제가 합의되지 않는다면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총무는 “우리가 ‘해고 승무원’인 상태로는 우리 의사가 반영될 수가 없다. 전문가 위원회에서 직접 고용 부분을 논의할 때 우리 의사는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와 더불어 선 복직 후 전환조치라는 철도공사 측의 제안에 관해 “(직접 고용 문제 때문에) 이때까지 싸웠고, 이 부분을 계속 제기해 왔다”며 “이후 전환 조치가 되도록, 약속이 지켜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당초 교섭 단계서부터 KTX 해고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에서 승무직을 직접 고용할 것을 전제로 교섭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직 후에도 직접 고용 문제를 위해 계속해서 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정 총무는 현재 코레일관광공사 소속 승무원들도 이를 두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KTX 해고 승무원의 복직 후에는 직접 고용 문제를 논하는) 주체가 우리(해고 승무원)보다는 코레일관광공사 (소속) 승무원들이 될 텐데, 우리는 항상 함께하고 지금까지처럼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연대 의사를 표했다.

현재 철도공사 측은 이 사안을 두고 노·사·전문가 중앙협의기구를 꾸려 논의 중이다.
 
‘사법 농단’ 의혹 대두돼
다른 장기 투쟁 사업장은?

 
KTX 해고 승무원 사태를 두고 ‘사법 농단’을 의심하는 의견도 나왔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2010년 8월 26일)과 2심(2011년 8월 19일)에서는 불법 파견 판결로 해고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는데 2015년 2월 26일 대법원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파기 환송을 하며 전세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해당 판결로 인해 한 조합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 총무는 “이 문제가 대법원에서 뒤집어지지 않았으면 다른 직종으로 돌아가지 않고 KTX 승무직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던 부분을 (대법원이) 뒤집는 바람에 문제가 더욱 커졌다”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KTX 승무직 직접 고용이나 사법 농단 관련 책임자 처벌 들은 남아 있는 과제”라며 “복직 후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규명(을 요구)하고 싸워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일요서울과의 통화 내내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던 정 총무는 “아직 어깨와 마음이 많이 무겁다”며 “해고된 모든 승무원들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 결국 남은 사람들이 있다. 이분들에게 아쉬운 마음도 굉장히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KTX 해고 승무원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 밖에도 여러 장기 투쟁 사업장이 남아있다. 파인텍은 2006년부터 13년째 분쟁을 이어오고 있으며, 기타 제조업체 콜트콜텍은 2007년부터 시작돼 12년에 돌입했다.

콜트콜텍의 경우 정리해고 무효 소송의 항소심은 승소했지만 2014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뀌어 KTX 해고 승무원들의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관해 정 총무는 “정리해고된 사람들이 이번처럼 직접 고용되고 복직되는 사례가 없었는데 이에 선례가 된 것”이 유의미하다며 “(다른 장기 투쟁 사업장에서도) 해고 후 고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