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한 세상 거짓말이 진실이 된 세상
웃자고 한 세상 거짓말이 진실이 된 세상
  • 고재구 회장
  • 입력 2018-07-27 19:23
  • 승인 2018.07.27 19:23
  • 호수 126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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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3대 거짓말’이라는 게 있었다. 처녀의 “시집 안갈 거야”,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 노인의 “빨리 죽어야지”가 그것이다.
처녀의 거짓말은 반어적 표현이었고, 장사꾼의 거짓말은 상술이었고, 노인의 거짓말은 관심의 표현이었다. 그저 웃자고 하는 농담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 농담이 진담이 되어버렸다. 지옥과도 같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경쟁 밖으로 밀려난 청년, 자영업자, 노인의 입에서 더 이상 저런 농담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요즘 결혼을 안 하는 청년이 눈에 띄는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해 보인다. 3포, 5포, 7포를 넘어 N포세대가 된 흙수저들은 나날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청년 실업률에 한숨 짓고, 비싼 집값에 절망하고, 턱없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어 결혼은 아예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결혼은 이제 부모 잘 만난 금수저들한테나 어울리는 단어가 돼버린 듯하다. 많은 처녀들이 진심으로 시집을 안 가겠다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비명소리는 처참할 정도다. 안정적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세자영업으로 밀려난 이들은 무한정 늘어나는 공급 때문에 치열한 가격 경쟁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자 정말 물건을 밑지고 팔아야하는 지경까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자금 운용을 위해 때로 물건을 좀 밑지고 팔아도 ‘인건비 따먹기’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갈 수는 있었다. 그런 것이 갑작스런 최저임금 실시로 그나마 ‘인건비 따먹기’도 할 수 없게 됐다.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의 거짓말이 진실이 된 건 벌써 1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5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악이다. 자살 이유는 거의 50%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역시 OECD 회원 국가들 중 1위다. 2위인 아이슬란드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이 11.4%라는 사실에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일을 하고 싶어 해도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노후를 지내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터다. 고령화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세계에서 경제 성장을 가장 빨리 이룬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어쩌다 처녀의 “시집 안 가겠다”는 거짓말,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 노인들의 “빨리 죽어야지”라는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 됐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제아무리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책을 마련한다 해도 정치권이 분열하고 협조를 하지 않으면 선제적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음이 상식이다. 
솔직히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지금도 그렇다), 정치권은 허구한 날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 따른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정권에 따른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위기를 증폭시켜 온 게 사실이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늘 야당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발목 잡기에 혈안이 돼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 경제가 정치의 핵심인 것은 사실이나, 위기 시에는 결국 정치가 경제의 핵심인 게다.
지금은 엄중한 위기다. 국회가 그동안 어떻게 무위도식하고 있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웃자고 한 세상 3대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이 기막힌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동력이 작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