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먹방 금지령’을? 화면 속 ‘먹는 모습’ 찾기 어려워질까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의식주(衣食住). 예로부터 인간 삶을 영위하는 3대 요소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식’은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미디어에는 ‘먹방(먹는 방송)’을 시작으로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쿡(Cook)방’, 맛집 소개 프로그램 등 음식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가득하다.

음식이 쏟아지는 시대, 정부가 이에 브레이크를 걸겠단 방침을 발표한 것을 두고 사회적 공론장이 형성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가이드라인에 거센 비판
보건복지부 “정부가 법적으로 먹방 규제할 생각 전혀 없어” 반박

 
지난달 24일 보건복지부가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부처(9개 부·처·청)와 함께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이하 종합대책)을 두고 여론이 뜨겁다.

해당 종합대책 안에 포함된 ‘폭식 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과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라는 부분 때문이다. 이 대목을 두고 ‘먹방 규제’라 말하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이)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어떻게 먹방에 대해서 규제하겠다는 건지, 또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국가주의) 문화가 오래되고 우리가 그 속에 깊이 잠겨 살았으면 먹방 규제를 하고 원가 공개를 하겠다는 데 대해서 전혀 감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발언해 이목을 끈 바 있다.
 
폭식에는 ‘먹방 시청’보다
심리적 요소 더 큰 영향

 
이처럼 현재 여론은 해당 대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28일 “먹방 규제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먹방은 이미 하나의 문화”이며 “왜 비만율이라는 핑계로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먹방 콘텐츠를 규제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튿날인 지난달 29일에도 비슷한 취지를 띠고 있는 “먹방 규제 취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비판에서도 볼 수 있듯 현재 쟁점은 ‘폭식 조장’이라는 부분이다. 자칫 ‘먹방이 폭식을 조장한다’고 해석하는 되는 것. 그렇다면 먹방을 시청할 경우 식욕이 자극돼 폭식이 야기되는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개인이 한 자리에 앉아 5000~1만 칼로리(kcal) 정도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병리적인 폭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칼로리는 빅맥 10개 정도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관해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임상심리전문가)는 “대부분 심리적인 부분이 폭식 유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먹방 때문에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대부분 폭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정서 조절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데, 폭식은 그중 안 좋은 방법으로 본인의 정서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 교수에 의하면 ‘먹방을 시청할 경우 카타르시스(대리 만족감)를 느껴 오히려 안 먹게 된다’ ‘먹음직스러운 것을 보기 때문에 더 먹고 싶을 것이다’라는 상반된 의견 모두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인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
어린이·청소년에 영향 끼쳐

 
해당 종합대책을 두고 벌어진 ‘먹방 규제’ 논란에 관해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정영기 과장은 “정부가 법적으로 먹방을 규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종합대책에서의 말하는 ‘폭식 조장 미디어’란 맛집을 소개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소비하는 먹방이 아닌 과도하게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섭취하는 등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폭식을 유발할 수 있고, 식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종합대책 취지에 관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과도한 (양의) 식사, 고열량·고지방 식품의 과도한 섭취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며 “방송 주체들이 자발적·자율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송에 대해 어떻게 정할 수 있을지 자율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폭식 조장 미디어·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과 모니터링 체계 구축은 2019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폭식 관련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등 밑그림 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관해 정 과장은 “(관련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와 (콘텐츠를 만드는) 당사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여러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에 의하면 해당 종합대책 관련 협의체 구성원이나 출범 시기는 결정된 바 없으며 방송PD, 방통심의위원회,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투버, 포털 관계자, 의학자, 영양학자 등 관계자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적처럼 상식선을 벗어나는 과한 음식 섭취, 어린아이가 진행하는 과자나 젤리 먹방 등 음식 관련 콘텐츠가 야기하는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서 교수에 따르면 폭식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과도하게 많은 양을 섭취하는 먹방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먹는구나’라고 생각해 본인의 병리적인 부분을 정상적이라 인지하고 허용적인 태도를 가질 가능성에 대해 짚어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행동이나 습관 등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어린 시절 먹방에 노출될 경우 올바르지 않은 식습관을 갖게 될 염려도 있다.

대다수의 콘텐츠가 고당도·고열량의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는 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최근 10년 사이 약 2배가량 증가하는(2006년 4조8000억→2015년 9조2000억) 등 비만 관련 건강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종합대책은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비만 예방·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기 위한 방편이며, 이를 통해 41.5%로 추정되는 2022년 비만율을 2016년 수준(34.8%)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이 종합대책은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 강화 및 건강한 식품 소비 유도 ▲신체활동 활성화 및 건강 친화적 환경 조성 ▲고도비만자 적극 치료 및 비만 관리 지원 강화 ▲대국민 인식 개선 및 과학적 기반 구축을 골자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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