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위태로워져 가는 여론조사
[외고] 위태로워져 가는 여론조사
  •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
  • 입력 2018-08-10 15:56
  • 승인 2018.08.10 15:56
  • 호수 1267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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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다수의 여론조사 업체는 유·무선 비율 중 무선번호의 비율을 기존보다 더 늘리고 있다. 유선조사에서는 얻기 어려운 20~30대 응답자를 획득하기 위함이기는 하나, 그 비율을 균형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구성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 보급률과 함께 앱 기술의 발달로 무선 조사 역시도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스마트폰 앱 중 자동으로 스팸 처리를 해주는 앱들이 최근 많이 보급되었고, 또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해당 기능이 선탑재돼 있는 제품들도 있다. 문제는 이 어플리케이션이 응답자 기반으로 발신번호를 설명하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위한 번호임에도, ‘보험 판매’, ‘휴대폰 판매’ 등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있고, 여론조사에 응답할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앱 이외에 통신 3사에 의한 발신번호 차단 또한 무선조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특정 발신번호에 대한 수신거부율 또는 스팸처리율이 급증할시, 통신 3사에서는 해당 발신번호를 자동 스팸처리하여 번호 자체가 통신 가입자에게 가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결국 조사업체는 사전에 자사의 발신번호를 차단하지 말라는 공문 요청을 할 수밖에 없고, 이 또한 확인 받는데까지 길게는 이틀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 거부자가 발생하고 있고 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조사 업계는 무선번호의 규모 자체를 기존보다 늘릴 수밖에 없다.
 
강제적 거부자 외, 자발적 거부자의 증가 역시도 문제다. 일부 조사업체들에 의한 문제가 조사업계 전체의 문제로 호도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하락하고 있다. 결국 정치 고관심층이 아니면 여론조사에 적극 임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여, 정치 중·저 관심층의 민의는 여론조사에 충분히 담아 내지 못하고 있다.
 
자발적 거부자, 강제적 거부자의 증가는 결국 응답자 구성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 고관심층으로 분류되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비율이 증가하고, 여성 응답자는 감소하여 응답자 구성의 비대칭율이 증가하고 있고 모집단의 틀 자체가 틀어져 버리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심화되면, 종국에는 공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여론조사를 해도 공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론조사 업계가 시작된 이래 유·무선 RDD(random digit dialing)번호 생성에 대한 알고리즘은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고, 인구 비례 당 추출에 대한 정확도는 더 정밀해 지고 있다. 조사업계는 더 정확하고, 올바른 민의를 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의 어려움은 해가 지날수록 증대되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는 선거가 끝날 때마다 업체에 조사 개선점에 대해 묻고 있으나 여기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모집단의 특성이 무너지면 여론조사의 객관성 역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감시·관리 강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조사 업계가 모집단의 특성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민의를 충분히 담은 여론조사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