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집권 여당의 사법부 및 검찰 개혁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해 국회에 넘겼다. 또한 ‘검찰 저승사자’로 불리는 박영선 의원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등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에 나섰다. 코너에 몰린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관련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통해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시에 김 지사에 대한 수사에 강도를 높이면서 경찰의 ‘부실수사’를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경찰은 이재명 성남시장 관련 수사에 집중하면서 맞서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찰이 국회 입법절차만 남은 공수처 설치 및 수사권 조정안에서 우위를 점하고 집권 여당의 검찰개혁을 완화시키기 위해 ‘빅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의심도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검찰의 운명을 건 ‘檢의 전쟁’이 시작됐다.
 

- 檢, 警 수사권 조정 ‘우위 전략’ 드루킹 특검 ‘활용’
- 與 ‘檢 저승사자’ 박영선 사개추 맡기며 검찰 개혁 박차

 
검찰과 문재인 정부의 악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검찰의 ‘망신 주기’ 수사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게 집권 여당 내 주류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사법개혁 공약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서처 설치(이하 공수처)를 내세운 것은 이에 대한 반감이 녹아 있다는 데 토를 다는 여권 인사는 없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이 지난 올해 6월 21일 검찰의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을 골자로 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수사권 조정안? 드루킹 특검으로 경찰 ‘망신 주기’
 
합의안은 검찰과 경찰이 지휘와 감독이라는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수사의 공소 제기, 공소 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재설정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부여됐다.
 
또한 검찰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경찰이 적법한 압수, 수색, 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했다. 수사권 조정 정부안은 정기국회 입법절차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검찰은 국회 통과를 앞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찰 부실수사 논란을 키우고 있다. 허익범 특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 조작 사건을 경찰로부터 인계받아 검찰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청와대 인사까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을 밝혀 검찰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1차적으로 검찰은 검경 수사권의 한축인 경찰의 부실수사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허익범 특검은 앞선 경찰 수사를 두고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미진한 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 경찰은 드루킹 김모씨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의 회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USB를 확보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네이버·다음·네이트 등에 대한 자료 보존조치를 진행했다. 이후 추가 수사를 거쳐 드루킹 일당의 110만여 건의 댓글에 대해서 8600만 차례 조작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담긴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특검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어 재차 포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또한 경찰이 3월초 압수수색을 한 드루킹 일당의 사무실 산채 역시 재차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산채의 현장조사를 통해 사무실 1층 쓰레기더미에서 휴대전화 21개와 유심카드 53개를 추가로 발견해 내며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을 부각시켰다.
 
또한 특검이 김 지사를 두 차례 소환할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가 추가로 발견된 USB 메모리다. 이는 경찰 수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압수수색한 지 3개월이 지난 후였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 커졌다.
 
무엇보다 경찰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에게 대선공약과 정책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내용의 시그널 메시지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하는 데 그쳤다. 특검이 김 지사를 참고인 신분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문재인 정부 핵심 측근에 대한 수사에서 ‘정권 눈치 보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댓글조작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향해 “대한민국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며 “서울경찰청은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면서 늦장수사, 부실 수사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이 김 의원은 “드루킹과 상당히 공범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의혹이 짙은 정권 실세 정치인을 두둔했다는 게 시중의 평가였다”며 “정권 눈치 본 것 아닌가”라고 이 청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초동 일각에서는 경찰 역시 수사에 소홀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나오면 특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험악한 말도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를 앞둔 경찰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검 김경수 꼬리 자르고 검찰개혁 ‘빅딜’?
 

한편 특검은 야당으로부터 ‘김경수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이 일자 수사를 확대해 청와대 관련 인사들까지 소환조사했다. 야권에서는 김경수 지사만 옭아매고 관련 청와대 및 집권 여당 인사에 대해서는 ‘빅딜’을 위해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는 의혹을 보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지사를 두 번째 소환 조사를 한 후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인배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송인배 비서관은 2016년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했다. 백원우 비서관은 올해 3월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청탁한 도모 변호사를 면접차 면담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현직 청와대 근무자들까지 소환해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인사는 “결국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빅딜’용으로 청와대 관련 인사까지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며 “김경수 꼬리 자르기로 끝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검이 드루킹 수사에 올인하는 사이 경찰 역시 수사권 조정 여론에 우위를 점하고 무너진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수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찰은 이재명 지사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의혹을 부인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성남시장 권한을 남용해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 지사가 자신의 형을 강제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이재명-김부선 스캔들’ 사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 경찰서는 8월6일 배우 김부선 씨의 경찰 출석을 위해 김 씨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미 7월초 고발인 신분으로 김영환 전 의원을 7월말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방송인 김어준 씨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불러 조사했다. 이에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재명 지사와 김부선 씨만 남은 상황이다.
 
이 밖에도 경찰은 이 지사 관련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고발한 ‘혜경궁 김씨’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전 의원은 트위터 계정인 ‘혜경궁 김씨’가 전 의원과 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선관위에 고발했고 선관위는 경찰에 넘겼다. 일각에서는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의 부인 영문 이니셜과 같다는 이유 등으로 의심을 보내고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김경수 지사 사건 이후 대권 주자인 이 지사에 대한 수사가 재차 부실수사나 권력 눈치 보기로 비춰질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여론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이 지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에 대한 힘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내세운 공수처 설치를 위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박영선 의원을 내정했다. 박 의원은 당초 8.25전당대회에 당대표 경선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검찰 개혁을 위해 불출마했다고 말할 정도로 사법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박 의원은 4선으로 19대 국회에서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원장을 맡으면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는 내용의 검찰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사개특위 박영선 ‘공수처 설치’ 후 입각 가능성
 

박 의원과 함께 조국 민정수석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을 도출한 조 수석은 검찰 개혁 공약을 만드는 데 일조했고 최근까지도 국회에 “공수처는 국회의 선택만 남았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역시 검찰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역대 정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시도가 있을 때마다 대정치권 로비나 수사를 통해 유야무야 시켰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재까지도 공수처안은 국회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검찰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판사블랙리스트, 재판거래, 재판개입 의혹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 농단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싸늘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1년이 조금 넘은 상황으로 권력의 서슬이 무뎌지지 않은 상황이다.
 
사개특위 위원장 내정자인 박영선 의원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 일을 완수하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여차하면 박 의원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검찰과 사법부를 긴장케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생존을 건 검의 전쟁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김경수 지사관련 댓글조작사건을 통해 대통령 핵심 측근과 청와대와 전면전을 펼치면서도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대해서는 집권 여당의 눈치를 봐야 한다. 또한 수사권 조정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경찰과 치열한 수싸움까지 펼치고 있다. 검의 전쟁의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지 여의도와 서초동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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