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남 전사장은 주변에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는 말을 남긴 뒤 집을 나가 한강에 투신했다. 투신 사건으로 야권내 탄핵 찬성여론에 힘이 실렸고, 결국 마지막까지 반대의사를 보이던 의원들마저 탄핵찬성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다음날인 12일 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남 전사장에 대한 유감·위로 메시지를 남겼다. 노 대통령은 “잘잘못을 떠나 죄송하게 생각하며 남 전사장 투신에 대해서는 가슴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발언으로도 ‘남 전사장의 자살과 탄핵안 가결’상황을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남 전사장을 죽음으로 몰고 간 ‘대우비자금 및 인사청탁 사건’의 검찰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일까.남 전사장은 30년간 대우건설과 운명을 같이한 ‘대우맨’이었다. 지난 74년 대우에 입사, 97년 전무로 승진할 때까지 20여년간 공사현장에서 보냈다.
서울역 앞 대우 본사도 그가 현장에서 감독했다.그리고 대우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두달 전인 99년 7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대우건설은 3년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됐고, 남 전사장은 경영수완이 탁월한 경영인으로 부각됐다.하지만, 남 전사장은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및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강원랜드 건설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가 포착됐고,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특히 조사과정에서 남 전사장이 비자금 조성 등에 깊숙히 개입한 혐의를 잡고, 지난 1월 7일 남 전사장을 긴급체포하기도 했다. 검찰은 남 전사장의 수사를 통해 대우건설이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조성, 여야 정치권에 수십억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이 대우건설로부터 3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도 대우건설로부터 1억7,5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의 법률특보인 서정우 변호사도 대우건설로부터 15억원의 자금을 제공받은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외에 남 전사장은 구속된 열린우리당 송영진 의원과 한나라당 박상규 의원, 민주당 한화갑의원 등에게도 억대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곧 사법처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인사청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 전사장은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사실 남 전사장은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사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러 잡음에 휘말렸다. 당시 남 전사장이 권력 실세층에 청탁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측이 특정 인사를 사장에 앉히려고 한다는 등 ‘청와대 로비설’얘기도 흘러나왔다. 검찰은 최근 노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소문이 일부 사실이었음을 밝혀냈다. 남 전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건네며 로비했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이다.
건평씨와 남 전사장은 민씨를 통해 알게 됐다. 병원 인수 및 사업실패 등으로 자금난을 겪던 민씨는 지난해 8월 건평씨에게 부동산 투자회사인 조선리츠 대표 박모씨와 이사 방모씨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대우건설 전무 박모씨도 참석했다.민씨 및 박씨와 방씨, 그리고 대우건설 전무 박모씨 등은 지난해 8월 경남 김해 진영읍 건평씨 자택으로 찾아가 선물로 가져온 최고급 양주를 나눠 마시면서 남 전사장의 유임 청탁을 했다.그리고 며칠 뒤 남 전사장은 서울 특급호텔에서 건평씨를 직접 만나, 식사대접을 하며 인사 청탁을 했다. 이어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5일 남 전사장은 박씨 등을 통해 현금 3,000만원을 건평씨에게 전달했다.그러나 남 전사장의 연임은 무산됐고, 건평씨는 지난해말 3,000만원을 되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 전사장의 인사청탁 사건은 지난 11일 노 대통령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려졌고, 남 전사장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