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아파트 분양광고에 톱 탤런트들이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주목을 끌자 중견업체들도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광고비를 무리하게 지출, 경영난에 봉착한 업체들도 있다. 그러나 중견업체들은 대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분양광고에서부터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출혈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으로 아파트 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건설업계에 ‘스타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LG건설, 대우건설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이영애, 김남주 등 톱 탤런트들을 전면에 내세워 신규 아파트 분양계약과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의 ‘스타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이처럼 아파트 분양광고에 ‘스타 효과’가 빛을 발하자 광고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한화건설 ‘꿈에 그린’ 의 김현주가 7억원, LG건설 ‘자이’ 의 이영애, 대우자판건설 ‘이안’의 김희선은 6억원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또, 대우건설 ‘푸르지오’의 김남주가 5억 5,000만원, 포스코건설 ‘더샵’ 의 장동건과 두산산업개발 ‘위브’의 이미연이 각각 5억원을 받는 등 아파트 광고 모델들의 몸값은 최소 5억원을 상회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비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견 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며 분양전에 뛰어들고 있다.최근 S건설은 탤런트 A양을 대기업 모델료 수준인 5억원을 안기며 광고 모델로 채용했다. 그러나 광고비에 비해 ‘A양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모델료와 광고홍보비를 지출하느라 자금압박까지 받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 S건설은 광고비만 낭비한 셈이다.

S건설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우리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A양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 채라도 더 분양하려면 눈에띄는 광고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고 하소연했다.또, 스타들의 일방적 계약파기나 계약위반 논란으로 전전긍긍하는 건설사들도 있다.B건설의 경우도 탤런트 C씨와 거액의 광고 계약을 맺었다가 ‘계약위반’ 논란으로 소송까지 벌어진 상태. 지난해 3월 C씨와 계약금 2억 5,000만원에 가계약을 맺은 후 일부 아파트의 분양광고에 활용했지만 C씨 사생활 등 문제가 불거지자 B건설은 모든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B건설측은 “C씨가 광고물의 계약기간 중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제품 및 기업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계약서상의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위반하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하며 30억원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여성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이처럼 아파트 분양광고가 탤런트들의 경연장이 된 데에는 분양과 연관이 크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들어보는 소규모 건설사의 아파트도 ‘누가 광고하는 아파트다’ 라며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끌어 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 며 “스타모델을 기용하면 아파트 품질에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스타 모셔오기’ 경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 분석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광고업계 일각에서 톱스타 기용이 반드시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는 모델이 곧 브랜드로 통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톱스타 모델이 우후죽순 격으로 불어나 누가 어느 아파트 모델인지 구별하기도 힘들다. 실제로 아파트 브랜드와 모델의 이름이 연결 지어지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라고 지적하며 “이미 건설업계의 스타 모델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앞으로 거액의 모델료를 지급하고 광고를 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적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견업체들은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다.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 라는 입장이어서 경영난에 허덕이더라도 업체들의 ‘출혈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