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의 ‘먹튀(먹고튄다)’ 논란이 정치권과 금융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론스타는 지난 2003년 10월 외환은행의 지분 50.53%를 1조4,000억원에 헐값으로 매입한 뒤, 불과 2년 4개월만에 3조 4,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뿐만 아니라 세금도 안 내고 매각을 통해 시세차익만 챙겨 나가려다 발목이 잡힌 상태이다. 문제는 외환은행에서 금융감독원으로 보내 왔다는 5쪽 짜리 유령 팩스가 외환은행 매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외환은행 BIS(국제결제은행 자기 자본율)는 9%이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2%을 낮게 조작해서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외환은행을 굳이 외국자본에 헐값에 넘길 필요가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론스타가 매각하려는 외환은행을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이며, 값을 계속 올려 론스타에 폭리를 더해주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는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주 감사원 감사청구에 합의했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혹1부실정도 정말 심각한가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핵심은 외환은행의 부실화 정도이다.‘2003년 말엔 외환은행 BIS비율이 겨우 6.2%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5쪽짜리 유령 팩스가 외환은행 매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 이 팩스는 2003년 7월 21일 오전 9시 55분에 금융감독원으로 송신되었다는 것.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이 팩스 내용을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것.이 5쪽짜리 팩스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잠재적 대출 손실이 1조 7,000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BIS비율은 6.2%라고 적혀 있다.이 5쪽짜리 팩스는 송수진자를 나타내는 표지가 빠져있어 의혹에 싸여있다. 일부에선 금감원으로 팩스를 전송한 장소가 외환은행의 팩스기 중 한 대라고 주장하나, 지난 2005년 청문회에 출두한 외환은행 인사는 5쪽짜리 팩스는 물론 BIS비율 6.2%추정치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재경위 문서검증반은 금감원에 대한 문서검증에서 2003년말 기준 외환은행의 BIS비율전망치가 7월25일자 문서에서 급격히 하락(9.14→6.16%)하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이에 대하여 금감원은 BIS 전망치의 산출과정에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 등 전제조건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IS 비율 전망치는 금감원의 자체 전망치가 아니고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2003. 7.21자 FAX 5장)를 정리한 것임을 밝히면서 관련 근거자료를 제시했다.금감원이 금감위에, 금감위가 재경부에 제출해 결국 외환은행의 부실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는데 근거가 된 보고서(BIS비율 6.16%), 즉 ‘의문의 팩스 5장’이 누구의 지시로 만들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이 팩스를 보낸 당사자가 허창욱 차장이라고 밝혔으나, 허창욱은 2005년 8월 사망하여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통상적으로 TF팀이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행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이강원 전행장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재문서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허창욱은 당시 TF팀의 정규 직원도 아닌 하위직급의 계약직으로 이런 민감한 사안을 지시 없이 혼자 작성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왜 팩스 문서를 조작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풀 수 있는 실타래이다.심상정 의원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팩스를 활용하여 BIS를 조작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팩스를 받은 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 이상의 조사도 방기한 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금감위에 권고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사전에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아넘길 시나리오를 갖고 BIS비율을 고의로 낮춰 잡았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이강원 전행장(현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이사회 보고서의 10% BIS비율은 희망 목표치일 뿐이며, 외자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BIS비율이 6%, 최악의 경우 4%대까지 떨어질 위기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혹2대안은 론스타 뿐이었나

재경위는 자격이 없는 투기자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시나리오에 맞춰 정부-외환은행-론스타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했다는 의혹이다. 은행법 제5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또는 금융 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국내에서 금융업자로 승인을 얻을 수 없다는 것. 이 법에 따르면 론스타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여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다. 정부와 외환은행은 당시 여러 국내외 인수후보와 접촉했으나 모두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론스타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주장한다.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매각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들과는 달리 론스타에만 경영권 양도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론스타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 사전에 론스타를 인수자로 결정해놓고 매각작업을 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정부와 금융당국·외환은행 전직 임원들을 한데 묶어 ‘불법매각 원흉’이라고 부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의혹3외환은 임원 성공보수 받았나

국회 재경위는 이강원(전외환은행장)-이달원(전부회장)-론스타 간의 고문직 고용 계약과 과도한 퇴직금이 성공보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이강원 전행장은 행장 퇴직금과 함께 3년 계약으로 경영고문직을 맡다가 5개월 만에 그만 둔 뒤 남은 30개월여 기간의 고문료 7억원을 받았다. 심상정 의원은 “계약 내용에 5개월 이후 언제든 고문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옵션을 준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배임 여부는 물론, 매각 당시 매각가격 극대화를 위한 노력 등 신의 성실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와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한 이유 등에 대한 의문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의혹 당사자인 이강원 전행장은 “퇴임 뒤 받은 보수는 행장·고문직 잔여임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받은 것으로 이는 상법상 보장되어있는 것”이라며 배임혐의를 일축했다.

이달용 전부행장도 이강원과 같은 날 경영고문직 계약을 맺었고, 2004년 4월 30일 계약이 해지되면서 남은 고용기간의 잔액인 8억7,500만원을 수령했다.또한 외환은행에서 론스타 인수 작업을 도운 TF팀 6명도 자신의 월 급여 500%에 해당하는 840만원~1,720만원의 특별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한명은 특별 보너스로 250%를 받았는데, 그가 바로 수수께끼의 5쪽짜리 팩스를 보냈다는 허창욱이다. 이 같은 계약은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서비스계약은 외환은행 인수에 협조해준 이강원, 이달용 등에게 외환은행을 통해 대가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2003년 8월 27일 열린 외환은행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같은 달 어느 때 쯤 이사진들은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서 보상을 받기로 하고, 이와 관련하여 론스타와 논의를 나눈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의혹4독자생존 불가능한가

이필상 교수는 “외국자본은 피도 눈물도 없다. 먹이만 보이면 무조건 공격해서 숨을 끊어 놓는 속성이 있다. 이런 의혹을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희생을 당할지 모른다. 우선 정부는 BIS 비율 조작에 대해 감사원 감사의뢰와 검찰고발이 이루어진 상태인 이상 매각승인을 유보하고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현재 외환은행은 이를 인수하려는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보다도 경영상태가 건실하다. 지난해 경영실적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자기자본순이익률이 39.43%, 직원 1인당 순이익이 1억5,900만원에 이른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국민은행의 23%와 7,520만원, 하나은행의 17.8%와 8,019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외환은행은 외국환이나 수출입 분야의 업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독자생존도 가능한 은행이다. 이런 견지에서 독자생존의 방법도 찾을 필요가 있다. 경영실적 수치상으로만 보면 부실은행이 우량은행을 먹기 위해 전력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이필상 교수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환은행 인수에 맹목적 경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에 따라 어떤 경우도 국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국민경제 보호 차원에서 건전하고 공평한 인수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 한국씨티은행노조 ‘태업’ VS 임금 ‘삭감’


한국씨티은행 사태가 사측이 꺼내 든 ‘무노동무임금’이라는 초강수로 인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옛 한미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신규가계대출 취급을 거부하고, 보험, 수익증권 신규판매를 중단하는 등태업을 벌여 왔다. 지난 2월 23일 은행측은 “개인대출계 소속 및 지점의 개인고객 전담 역에 대해 신규대출 판매는 해당자 업무의 일정 비율(예를 들어 40%)을 차지하므로 그만큼의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3월 임금지급일을 분기점으로 노사양측의 대립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여 임금삭감을 하고, 노조는 일방적인 임금 체불(유노동무임금 적용)이라며 강력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씨티은행의 한 지점장은 노조게시판에 글을 올려 ‘하행장 들으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소기업심사부분에서의 강점은 멀리한 채, 오로지 개인대출과 카드부분만 무리하게 키운 결과 2002년 2003년에는 카드부분에서 엄청난 적자를 가져왔다.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2004년 은행을 씨티그룹에 팔아먹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이 글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한국씨티은행이 노조를 탄압하고, 은행 이익금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한 몫 거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이 통합해 지난 2004년 탄생한 한국씨티은행은 이후 극심한 통합 갈등을 겪어왔으며 이에 노조가 지난해부터 게릴라식 파업과 태업을 지속, 영업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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