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다’ ‘정권이 바뀌어도 모피아는 건재하다’ 견제를 받지 않는 경제권력의 핵심 ‘모피아(Mofia)’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모피아는 재정경제부(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예산·세수·금융 등 모든 경제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모피아는 DJ정부·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비리, 외환은행 매각 등과 관련 모피아의 대부로 알려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핵심 관료들이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모피아의 핵심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편법 인수하면서 발생한 ‘론스타 게이트’가 ‘모피아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의 핵심 모피아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대차비자금 수사와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가 진행되면서 예고됐다. 외환은행 사건에는 재경부 출신들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면 할수록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모피아의 실체가 드러나며 핵심으로 칼날이 향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2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뇌물)로 변양호 전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구속수감됐다.

이어 모피아의 대부로 알려진 이헌재 전경제부총리 등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핵심인물들이 출국금지됐다. 이 전부총리를 비롯해 이강원 전외환은행장, 이달용 전부행장, 신재하 모건스텐리 전무 등에 대한 계좌 추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03년 7월 15일 론스타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던 10인 비밀대책회의 멤버들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론스타 게이트는 이헌재의 모피아 게이트”라고 규정하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맥을 통한 로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로비의 핵심이 이헌재 사단이다”라고 주장했다.

검찰 ‘칼댄다’

이번 검찰의 수사 초점이 모피아에 모아지는데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의혹은 이헌재 사단이 파워게임에서 밀려났다는 것.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재경부 공무원들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배를 중시하는 노 정권은 ‘이헌재 사단’을 퇴진시키고 진보성향이 강한 학자들을 새 경제팀에 포진시켰다. ‘이정우-김진표’ ‘이정재-이동걸’ 등이다. 이헌재와 KS인맥으로 얽힌 모피아를 해체시키고 새로운 경제팀 체제로 바꾸기 위해 검찰을 동원하여 메스를 가했다는 의혹이다.

두 번째 의혹은 5·31지방선거에 패배한 정권과 여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모피아를 수사한다는 것. 5·31지방선거는 현정권에 대한 탄핵이었다. 경제정책 실패가 패인이 되었다. 새로운 경제팀을 꾸리는 한편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피아에 물었다는 것이다. 이헌재 사단은 DJ정부 시절과 노무현 정부 초기에 경제 정책을 만들고 실행에 옮겼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매각 등에도 참여했다. 특히 요즘 먹튀 문제로 사회적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는 론스타 문제와 관련해 외환은행 매각의 핵심이던 이헌재 사단이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설도 분분하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를 하고 혐의가 드러날 경우 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맥 · 인맥으로 연결돼

검찰의 수사가 이헌재 인맥으로 집중하는 것은 모피아의 특이한 문화 때문이다.모피아는 일반적인 정부 기관과 문화가 다르다. 모피아 출신들 간의 유대 관계는 해병대에 비유될 만큼 강하다. 때문에 해병대처럼 “한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다”라고 부른다. 그 만큼 조직에 충실하고, 상하 조직원간 유대 관계를 중시한다. 이것이 모피아의 문화이다.이번 검찰 수사가 이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인맥을 겨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사단은 K(경기고)-S(서울대)인맥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뭉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관계와 재계, 금융권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헌재 사단이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계의 파워집단인 셈이다. 이헌재 사단의 대표적인 인물은 김영재(칸서스자산운영 회장), 이영회(아시아 개발은행 사무총장), 서근우(하나은행 부행장), 김기홍(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이성남(금융통화위원), 이성규(코레이 최고 지식책임자), 박해춘(LG카드 사장), 정기홍(서울보증보험 사장), 박종수(우리증권사장), 연원형(전자산관리공사사장), 이덕훈(금통위원), 황영기(우리금융지주 회장), 하영구(한국씨티은행장), 강정원(국민은행장)등이다.이밖에 금융권 브로커로 활동한 ‘김재록 게이트’의 김재록이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 오호수 회장 등이 있다.

이 전부총리는 오 회장과는 막역한 친구사이이다. 오 회장은 증권업협회장, 대우증권, LG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다.또한 경기고 인맥으론 현대차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와 김석동(재경부 차관보), 유회원(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사장), 정문수(청와대 경제보좌관), 이강원(한국투자공사 사장), 김규복(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진만(대성그룹 상임고문), 정운찬(서울대 총장), 백영철(건국대 교수)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이강원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당시 외환은행장으로, 유회원은 당시 론스타 자회사인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에 근무하며 외환은행 매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승장구 이면에 ‘구린내’

한편 이번 검찰의 수사를 통해 모피아가 해체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계 전문가들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만큼 그들의 세력이 크며 막강하기 때문이다. 모피아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반 국민들은 정부가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 관료출신들의 투명성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론스타, 미국 정부 의회에 전방위 로비“한국에 압력 가해달라” 주문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 있는 론스타가 미국의회와 정부에 전방위적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프레시안>이 확보했다는 미 의회 자료를 보면, 론스타가 지난 2월 10일 미상원에 제출한 ‘로비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로비사항으로 ‘한국정부와 투자자 조세관계가 제안돼 있는 한미FTA 아래서의 투자자 보호’를 명시했다는 것. 또 로비대상 기관으로 ‘하원, 상원,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재무부를 꼽아 4명의 로비스트가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론스타가 지난해 10월 한국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과 관련, 자사와 한국정부 간 조세분쟁에 대해, 미국의회와 행정부가 개입해 한국정부로 하여금 자사에 유리한 방향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해달라는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뜻이다. 또한 론스타가 국세청에서 부과받은 세금을 회피하거나 줄이는 등의 방향으로 한국정부와의 조세분쟁을 돌파하기 위해 현재 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로비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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