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구 세상보기] 제 눈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고재구 세상보기] 제 눈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 고재구 회장
  • 입력 2018-10-05 20:57
  • 승인 2018.10.05 21:01
  • 호수 127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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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요즘처럼 언론인이 주위의 냉소를 받아 본 적이 없지 싶다. 어디 가서 기자를 이야기하고 ‘정론직필(正論直筆)’이나 ‘사회의 목탁’이란 말을 입에 담기가 민망할 노릇이다.

언론이 무엇인가. ‘언치논도(言治論道)’의 준말로 바람직한 치도(治道)를 둘러싼 논의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언론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깝다. 게다가 이제 치졸하기까지 해서 마치 ‘밥그릇’을 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양상으로 비춰지는 지경이다.

우파 성향 유튜브 방송이 빠른 속도로 약진하자 신문과 방송 등 이른바 ‘제도권 언론’이 이들 유튜브 방송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도권 언론’은 유튜브 방송을 ‘가짜뉴스의 온상’이란 프레임을 걸어 연일 공격한다. 좌파 성향 패널들을 출연시켜 유튜브 방송의 폐해를 지적하는가 하면 특집 시리즈를 기획해 유튜브 방송을 ‘가짜뉴스의 뿌리’라고 낙인찍고 있기도 하다.

이에 유튜브 방송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반응이다. ‘제도권 언론’이야말로 그동안 거짓과 왜곡을 일삼았다며 구독자와 시청자가 왜 유튜브 방송으로 몰리는지 자기반성이나 하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일부 유튜브 방송이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여과 없이 양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제도권 언론’이 자기 눈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남 눈의 티만 탓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엄밀히 말해 유튜브 방송은 언론기관이 아니다. 대부분 권력의 눈치나 억압에서 벗어나 서로 자유롭게 소통을 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튜브 방송은 뉴스매체가 아닌 것이며 따라서 이들 유튜브 방송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

그렇기에 최근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유튜브 방송을 방송법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정치권의 발상은 과도한 면이 있다. ‘제도권 언론’이 구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을 유튜브 방송 탓으로 돌리는 행태가 참 딱해 보인다는 얘기다.

북한과 같은 ‘1인 공산 독재국가’도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장에서 구매자들은 누구든지 자기 마음에 드는 특정 상품을 택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생산매체는 구매자 기호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도권 언론’은 천편일률적인 뉴스와 정보만을 제공하는 자신들의 문제는 탓하지 않고 구독자수 감소와 시청률 하락을 유튜브 방송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유튜브 방송도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제도권 언론’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이념이나 방송 성격에 관계없이 팩트에 바탕을 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 특히 ‘자생적 대항 언론’을 표방하는 방송은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조선이 외세에 무방비 상태로 놓이기까지는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기관(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언론기관이 제 기능을 했을 때 왕권이나 신권의 전제(專制)를 막을 수 있었으나 삼사의 언론이 일정한 세력에 의해 이용될 땐 혼란을 면치 못했던 역사가 자명하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한없이 어려운 시기다. 이러한 때에 눈을 부릅뜨고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제도권 언론’이 자칭 ‘대안 언론’과의 힘겨루기 하는 듯한 모양새가 참 볼썽사납다.

고재구 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