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이른바 ‘양승태 행정처’가 연루된 ‘사법 농단’ 의혹의 중추로 여겨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소환되면서 수사의 총구가 ‘몸통’을 겨눌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 한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친 지 4개월 만이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부터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인 기획조정실장과 차장 등을 맡으며 사법 농단 의혹에 깊게 관여했다는 의혹을 지닌 이다. 그는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재판 거래 및 법관 동향 파악,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관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하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사법 농단 의혹에 더욱 불이 붙으면서 임 전 차장이 그동안의 입장을 번복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들의 지시 또는 관여 여부에 관해 밝힌다면 사법 농단 수사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조사를 토대로 윗선의 소환 시기와 조사 여부 등의 방향을 정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의혹의 중심부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차한성·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들에 대한 소환이 탄력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임 전 차장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및 보고와 관련된 질문에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양 전 대법원장도 조사를 모두 거부해 조사단은 당시 윗선의 관여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드러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병대 전 처장도 서면 조사를 통해 원세훈 판결 관련 분석·전망 문건 등을 보고받은 바 있으나 재판부에 어떠한 관여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조사단은 5년 가까이 법원행정처에서 장기간 근무한 임 전 차장이 주도적으로 앞장서 지시를 했고, 행정처 판사들의 수직화·관료화에 따른 과도한 충성과 일탈로 봤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의혹은 몸집을 키운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도 각종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가 진행되지 않고 차장 선에서 모두 이뤄졌다고 보기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갖는다.

파견 판사를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을 쌀피고 부산 법조비리 사건 은폐에도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됐다. 2016년 국정농단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구속되자마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 요청으로 'VIP 관련 직권남용죄 법리 모음' 문건을 제작해 법리검토를 해주도록 지시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 7월 임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해 ‘양승태 행정처’에 몸담았을 당시 작성·보고 받은 문건이 여럿 담긴 USB 등 핵심적인 물적 증거들을 찾아냈다. 지난 9월에는 그가 사무실 직원 지인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사용한 사실도 밝혀낸 바 있다.

임 전 차장 소환에 앞서 검찰은 그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행정처 전·현직 판사 수십 명을 상대로 조사를 펼쳐 사실관계 및 진술 증거 등을 얻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 수사의 '키맨'이 될 임 전 차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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