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능가할 차세대 주식부호 돌풍

그는 사무실도 없다. 물론 책상도 없다. 출근해서 일 하는 모습을 본 직원도 많지 않다. 직원들에게 어디 계시냐고 물어보면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가시지 않았을까 라고 반문한다. 취미생활도 다양하다. 언젠가는 야근하는 직원들을 격려차 방문했다가 경비원이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해 방문자용 자리에 주차했고 직원들로부터는 접근금지구역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다. 사장인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직원이 드물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황급히 자리를 떴다. 주인공은 얼마전 400개 비상장사 최대 주주의 보유지분 가치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건희, 이재용, 최원석, 신동빈 등 재계 총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12위에 오른 김정주 넥슨 홀딩스 대표이사다. 또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재산총액 5494억원으로 25위를 차지했다. 넥슨 재팬의 기업 공개가 올해 이뤄진다면, 내년 한국 부자 순위에선 김 대표가 10위권에 들 것은 확실하다. 일부에선 1위(이건희 삼성 회장 2조 5649억원)를 누를 것이라는 예상에 이견을 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임업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김정주 대표. 경비원도 얼굴을 몰라 쫓겨나기도 한 김 사장이 최근 전세계 시장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막 속에서 은둔경영을 하고 있는 남자. 그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좇아가 본다.


“너는 공부스타일이 아니니까 일치감치 그만둬라.”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입학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1993년 초 국내 인터넷 대부로 불리는 전길남 교수로부터 이러한 충고를 받는다. 완곡한 표현으로 충고였지만 실은 박사과정을 포기하라는 낙제선고였다. 당시 함께 공부하던 그의 동기들은 모두 쟁쟁했다. 그와 같은 과정(SA랩)에는 허진호(아이월드네트워킹 대표이사), 박현제(전 솔빛미디어 대표이사), 정철(전 삼보컴퓨터 대표이사) 등 내로라하는 미래의 IT인재들이 즐비했다. 6개월만에 박사과정을 접어야했던 김 사장. 하지만 그는 6년만에 96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 형태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 상용화해 대박을 터트렸다. 또 정확히 14년만에 아버지에게 빌린 6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5000억원대의 재산가가 됐다. 향후 수조원의 주식평가액을 올릴 기대주로 떠올랐다.


“박사과정 그만 둬라”

그러나 처음부터 성공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을 처음 상용화했을 당시엔 천리안을 통해 9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직원들의 월급을 맞추기 위해 다른 회사의 개발용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능력 있는 직원들이 회사를 등지고 떠나는 일이 빈번했다. 더더욱 함께 창업을 시작한 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송재경 씨의 퇴사는 극복하기 힘든 좌절이었다.

그러나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바람의 나라’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이후 ‘카트라이더’, ‘메이플 스토리’, ‘마비노기’, ‘퀴즈퀴즈’ 등이 연속 히트를 쳤고 인터넷 오락실 게임인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는 70만명이 동시 접속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에 넥슨은 최근 매출액이 2003년 657억원, 2004년 1110억원, 2005년 2177억원 등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는 매출액 1967억원, 영업이익 810억원, 당기순이익 539억 원으로 국내 게임업계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또한 넥슨은 은행 빚이 제로다. 외부투자를 받지 않은 100% 순경영을 고수하고 있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회사 넥슨 및 넥슨 재팬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NHN)의 1대주주, 실질적인 최대 주주인 김 사장은 넥슨, 넥슨 재팬, 지주회인 넥슨 홀딩스 지분 47.49%를 보유해 평가액 121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넥슨이 글로벌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의 기업공개 성공여부다.


넥슨 홀딩스
10조원 기업으로 성장하나


이미 넥슨은 넥슨 재팬을 지주회사로 넥슨 홀딩스를 설립해 조만간 기업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넥스 재팬의 가치에 대해서 최소 5조원에서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김정주 사장과 특수 관계인들이 수조원의 자산가로 변신해 부호 1위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엔 북미서비스를 위해 미국 LA에 넥슨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이를 위해 김정주 사장은 미국에 거주하면서 미국시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77조원 규모의 전 세계 게임시장. 그곳을 쟁탈하기 위한 넥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조만간 게임시장은 100조원대 규모로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넥슨 홀딩스의 은둔의 경영자인 김정주 사장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부호로 떠오르는 야심찬 세계정복시리즈가 성공으로 연착륙할지 그의 발빠른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1968년 2월 22일 서울 생)

취미: 여행, 스쿼시

주량: 소주 1병(사실은 그 이상)

존경하는 은사: 전길남 한국과학기술원(KAIST)전산학과 교수

친한 CEO: 이해진 NHN 전략담당임원(서울대 동기)

혈액형: B형

학력: 광성고(86년), 일본 조치(上智)대 국제학 과정 수료(88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91년), 카이스트 전산과 석사(93년) 및 박사 수료(96년)

사업경력: 넥슨 창업(94년), 넥슨 미국법인 설립(97년), 넥슨 일본법인 설립(99년), 모바일 핸즈 설립 대표이사 (01년), 넥슨 대표이사 사장(05년), 넥슨홀딩
스 대표(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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