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부회장의 딜레마

롯데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정유·석유화학부문 사업확장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다. 신 부회장 등 최고위층이 그룹 주력사업으로 ‘석유화학’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정유·석유화학사업 분야에 대한 ‘몸집불리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정유·석유화학 분야를 확장할 경우, 식·음료 및 유통 등의 분야에서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과거 ‘식·음료 및 유통 명가’라는 이미지를 벗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롯데그룹 변신의 중심에는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있다.

신 부회장은 그간 석유화학분야에 대해 공을 들여왔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 롯데그룹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때문에 신 부회장은 석유화학분야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것.


석유화학부문 강한 애착

신 부회장은 석유화학 부문을 유통과 식음료분야와 함께 롯데그룹의 핵심 3대축으로 생각하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식음료 및 유통 부문은 내수경기 침체에 따라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정유·석유화학 등은 이런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에, 신 부회장이 전략적으로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석유화학 부문의 덩치 키우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석유화학 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은 그간 몸집불리기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2003년 현대석유화학(현 롯데대산유화)을 인수한데 이어 2004년에는 KP케미칼을 인수, 섬유원료사업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도 꾀했다.

최근 들어서 롯데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에 참여하며, 정유산업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측도 “현대오일뱅크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롯데그룹이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 공정의 기본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폭등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석유화학 등 롯데그룹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나프타 등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롯데로서는 ‘국내 정유사 인수를 통해 나프타 등의 원료를 일정부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측이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너지 효과 미지수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현대오일뱅크 인수’ 등을 통한 정유·석유화학 부문 몸집불리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정유·석유화학 부문의 사업확장이 그룹의 주력업종인 식품·유통 사업과 연관성이 크게 떨어져 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오염·환경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식음료·유통 부문이 석유화학부문으로 인해 매출 등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수 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환경 및 오염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업종이다. 또 식·음료 및 유통부문은 환경·오염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반응을 보이는 업종이다”며 “따라서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이미지가 식품 등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수 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식품·유통, 그리고 석유화학 등은 그룹내 각각의 개별적 사업영역부문으로 분류해야지 이를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석유화학부문의 사업 확장과 식품·유통 부문의 수익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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