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유하는 향기❶)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로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그리 많이 쓰이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주 익숙한 말이 되었다. 21세기 들어 자연으로의 회귀와 친환경주의 붐과 함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늘어나는 성인병에 대해 현대 의학의 한계를 인식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보완 대체의학의 중요한 한 분야인 아로마 치료에 대한 관심이 전문가와 일반인들 사이에서 증폭된 것도 요인이 되었다. 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여러 의과대학과 대학원에서 아로마 치료가 교과과정으로 신설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반영이다.

아로마 치료는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미용, 의료 등 두루 적용 가능한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치료법으로 치료는 물론 면역 증강을 통한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아로마 치료의 개념부터 살펴보겠다. 아로마는 향기 나는 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최근에는 천연 향기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합성 물질이나 또는 천연향을 모방한 향물질은 엄격히 말하면 아로마라고 부를 수 없다.

아로마 치료는 아로마 테라피라고도 하는데 천연 향기를 뜻하는 아로마와 치료의 합성어로 향유를 이용한 자연 치료를 의미한다. 아로마 치료는 목적에 따라 의료 아로마, 생활 아로마, 미용 아로마로 분류한다. 푸른 숲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허바에서 유래한 허브는 사람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 식물을 말하는 것으로 질병의 치료와 예방, 식용, 미용, 관상 및 염료 등 인간생활에서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아로마 치료에 사용하는 향유는 향기 나는 허브의 잎, 꽃, 씨앗, 뿌리, 나무, 수지 혹은 식물 전체에서 추출한 향의 원액을 말하며 에센셜오일, 아로마 오일 혹은 정유라고 부른다.

아로마 치료는 신이 인간에게 질병과 면역을 증강하여 스스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도록 부여한 대표적인 자연치료 방법이다. 개인의 신체조건, 정신 건강, 생활 습관, 환경, 영혼 상태 등 한 사람에게 관련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질병을 원인부터 결과까지 함께 치료하는 전인적 방법이다. 과거에는 여러 가지 향내 나는 식물 자체를 그대로 먹거나 식물을 끓여서 마시거나 또는 식물을 건조시켜 차로 만들어 마시는 것도 아로마 치료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의 아로마 치료는 오로지 자연향인 에센셜오일만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이전의 질병 치료는 종교와 주술을 이용한 심리요법과 아로마 치료를 포함한 식물, 동물, 광물 등 천연물질을 이용한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의약계는 합성의약품인 항생제를 개발하였고 개발된 항생제는 기계공업의 발달로 인해 대량 생산되어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되었다. 생산자도 소비시장에서 필요한 양을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향유 생산 시 자연조건으로 인한 공급가격의 손해 없이 경제적 이익을 남기게 되었다. 또한 항생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질병의 증세에도 합성의약품의 일원화된 약리 작용으로 사람들을 감염성 질환으로 부터 빨리 벗어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합성의약품의 신속한 효과는 수백 가지의 복합 성분을 갖고 부작용 없이 다양한 약리작용을 하는 향유의 장점을 모두 배제하고 작용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만을 단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래서 생산자와 수요자의 경제적 이익은 자연 조건에 의해서 수요와 공급 가격의 변화가 많았던 향유의 약점이 더욱 드러나게 하였다.

이런 여러 이유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던 아로마 치료는 신속한 결과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자본주의의 원칙인 경제적 이익에 밀려 자연스럽게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아로마를 다시 찾는 이유와 전망

합성의약품은 감염성 질환으로 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하였지만 지구에 인구 폭발 현상을 가져왔다. 이러한 인구증가는 1960년대에 이르러 우리를 경쟁사회 속으로 밀어 넣었고, 이러한 자유경쟁 체제는 남녀 평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책임을 남녀가 함께 나누어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이 생활의 흐름이 바뀌면서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고칼로리, 고지방인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이 개발되었고, 식생활의 변화에 이어 교통 및 생활 수단도 기계화되면서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이 급증하였다. 또한 생존 경쟁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겨 내기 위해서 사람들은 약물, 술, 담배등과 같은 좋지 못한 물질들을 남용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의 결과로 인체의 면역력은 저하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풍부하게 물질을 누리면서도 암,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같은 성인병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다. 발달되는 문명으로 불가능할 것이 없어 보이던 현대의학의 일부 영역에서는 합성의약품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앞만 바라보며 달리던 인류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물질 문명의 한계성과 자연의 고귀함을 깨닫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생겨 났다. 세계 곳곳에서는 자연의 혜택을 누리기 위하여 그동안 물질 문명의 이익을 위해서 파괴했던 자연환경보호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와 같은 욕구는 산업혁명 이후 합성의약품에 밀려 잊혔던 아로마 치료를 사람들 사이로 다시 불러들였다. 아로마 치료가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동안에도 아로마 치료에 관심을 갖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소수의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아로마를 의학계에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게 만든 것도 다시 아로마 치료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잡는 데 커다란 몫을 하였다.

21세기는 자연의 시대며 환경의 시대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아로마 치료는 새로운 의학의 한 분야로서 곧 제도권 내에 진입할 밝은 전망을 갖고 있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향유는 종교, 질병의 치료와 예방, 식품, 미용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생활에 깊숙하게 관여되어 왔는데, 이미 5000년 전에 고대 인도, 메소포타미아 지방 등에서 향유를 사용하였다는 여러 가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사원에서 발향하는 향유의 냄새가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이승과 저승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신에게로 보내는 메시지 역할을 한다고 믿고 향유를 사원에 바르거나 발향시켜서 엄숙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이용하였다. 또한 종교행사에서 악령을 내 쫓는 기능으로 향유가 사용되기도 하였고 제단에 바친 동물의 악취를 제거하거나 죽은 동물의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를 중화 하는 데 쓰기도 하였다, 또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조상을 모시는 의식과 중요한 가정 행사를 할 때는 허브를 씹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분위기를 엄숙하게 하였다고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