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갤러리 ‘a miissing policeman’展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지난 2015년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바 있는 쥐 안치 감독은 중국의 실험영화에서 인상 깊은 작품을 남긴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변방의 시인' 이라는 작품으로 단순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예술성 있는 감독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2월 9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주관하는 ‘a miissing policeman’전시는 쥐 안치의 개인전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쥐 안치의 이번 개인전은 실험적 영상을 통해 비판적 시각으로 현대 사회를 사유해 온 작가의 대표 영상 작품 4점을 선보인다. 쥐 안치 작품의 형식적 특징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를 오가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연출 방식과 거침없는 카메라 움직임에 있다. 내용 측면에서는 현대 사회를 다양한 은유적 소재를 통해 비추며 그 틈에서 발생하는 현대인의 공허함과 삶의 아이러니,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 개인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의 첫 작품 '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2000)은 북경 거리를 헤매며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밀레니엄을 앞두고 급격히 변화면서 동시에 전혀 변함없어 보이는 북경의 일상, 나아가 중국의 현실을 과감히 포착했다.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20여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중국 실험영화의 이정표가 되었다.

2002년 감독이 배우와 단 둘이 40여 일 간 중국 신장을 횡단하며 촬영한 'Poet on a Business Trip'(2014)은 신장 지역으로 떠난 한 시인의 고독한 여정을 담아 냈다. 이 영화는 2002년에 촬영되었지만 10년 후 편집을 시작해 2015년 마침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발표된다. 현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대본 없이 진행되는 제작 방식을 통해 전달되는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은 작품에 다큐멘터리적 매력을 더한다. 현대인의 독립과 자유, 소통의 갈망을 솔직한 감수성으로 담아낸 ‘Poet on a Business Trip’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5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장편 영화상, 같은 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 2016년 자그레브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사회구조에 대한 쥐 안치의 비판적 시선은 작품 ‘Big Characters’(2015)에서 두드러진다. 영상은 신장 동부의 무인지대 근처에 돌로 쌓은 거대한 문자들을 비추며 시작하는데, 이 문자들은 1968년 문화 혁명 당시 비밀 군사 공항을 위한 항로 표지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문화혁명의 구호들을 담고 있다. 현재 구글 지도를 통해 선명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이 문자들은 유토피아를 향한 당시의 갈망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기이한 을씨년스러움과 함께 과거의 상처를 전달한다. 영상은 이 문자들이 1968년 당시 세계를 휩쓴 일련의 사건들의 영상들과 함께 서서히 파도에 겹쳐지며 잠식되는 형상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사회에 내재된 유토피아의 환상에 대해 비판한다.

한편 1975년 중국 신장에서 태어난 쥐 안치는 1999년 북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첫 작품 'There’s a Strong Wind in Beijing'이 제5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발표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상하이 PSA 미술관(Power Station of Art),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CCA)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프랑스 퐁피두센터(Pompidou Center)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영화계를 넘어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뉴욕 링컨 센터(Lincoln Center), 중국 즈 미술관(Zhi Art Museum), 호주 화이트 래빗 센터(White Rabbit Gallery)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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