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어제와 오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단순히 이름 석 자와 직함만 가지고 봐서는 참여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소개에 앞서 수식어 하나가 붙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이가 눈 깜짝할 사이 참여정부의 ‘뉴스메이커’로 거듭난다. ‘대통령의 남자’, ‘대통령의 후원인’이란 꼬리표가 참여정부 임기 내내 박 회장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눈에 띄게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정·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5년 골프장을 세운데 이어 컨소시엄 형태로 상장 화학기업까지 인수한 것. 이에 일각에선 참여정부의 임기가 가까워지자 마지막 스포트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당시 노 대통령의 정무팀장이었던 안희정씨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태광실업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도 이쯤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대통령 일가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골프장 이어 상장사까지

그러던 그가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오직 신발사업에만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박 회장이 제일 먼저 욕심을 낸 사업은 다름 아닌 골프장 건설.

지난 2005년 10월 박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정산개발(주)를 통해 경남 김해에 27홀 규모의 정산 골프장을 개장, 본격적으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7월 김해시 주촌면 내삼리와 덕암리 일대 151만4000여㎡에 1379억원을 들여 조성된 정산골프장은 각각 9홀로 만들어진 해와 달, 별 3개 코스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박 회장의 욕심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태광실업과 은행, 대한소방공제회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휴켐스(주)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는 태광실업의 성장은 이젠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휴켐스(주)의 상당수 생산 품목이 독점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에서 분할 설립된 휴켐스(주)는 지난 한 해 동안 매출 3009억원에 영업이익 21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휴켐스(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휴켐스(주)를 입찰할 당시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한 4개사 중 가장 높은 가격인 1777억원을 써낸 박 회장이 정작 본 계약에서는 당초 제시한 매입금보다 수백억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두 차례에 걸쳐 처음 박 회장 측이 제시한 1777억원보다 322억원 적은 1455억원으로 깎아주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공개경쟁입찰 과정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경남기업보다도 70억원 낮은 가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애초부터 휴켐스(주)를 박 회장 측에 매각키 위해 박 회장으로 하여금 높은 가격을 제시토록 한 뒤 실사과정에서 가격을 깎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과 박 회장 간에 커넥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정 회장과 노 대통령의 남다른 친분관계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2002년 말 아들 노건호씨의 결혼식 당시 단상에 두 개의 화환만 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정 회장이 보낸 것이었다. 또한 노 대통령의 사돈 배병렬씨가 농협중앙회 계열사인 농협CA투신운용(주)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기도 해 이러한 의혹에 힘을 더했다.


박 회장의 부동산 사랑

박 회장은 사업 다각화뿐만 아니라 부동산 재테크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02년 10월, 그는 경남 김해시 외동 1264번지 부지 2만2527평을 한국토지공사로부터 282억9871만4000원에 매입했다. 현 김해시외버스터미널 부지인 이 땅의 시세는 평당 500만원 상당으로 약 1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김해시 외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 또한 박 회장이 매입한 ‘문제의 땅’에 대해 “평지에다 이만한 규모의 땅은 김해를 통틀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김해시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내외동 신도시 지역”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개업자는 이어 “주요간선도로를 물고 있어 교통환경이 최적인데다 이 땅 주변은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된 곳”이라며 “고층빌딩, 주상복합, 대형 할인점 등 개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이 땅의 대략적 시세에 대해 예의 중개업자는 “구체적인 개발 인·허가까지 받는다면 가격이 얼마까지 뛸지 아무도 모른다”며 “주변 상업지역이 평당 700만원 수준이므로 현재의 개발 잠재력만 놓고 평가했을 때 평당 500만원 이상은 줘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평당 500만원으로 잡으면 박 회장 땅의 현 시세는 1126억원 상당. 이 계산대로라면 토공으로부터 평당 125만원선에 땅을 구입한 박 회장은 앉은 자리에서 844억원이라는 거액을 벌어들인 셈이다.

박 회장의 이러한 ‘부동산 대박’에 가장 ‘배 아파’할 사람은 애초 이 땅을 구입키로 한 김모씨. 그는 지난 2002년 8월께 최초로
토공과 이 땅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었다. 당시 약정금은 5억원.

그러나 최초 약정자인 김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1회차 납입일인 2002년 10월 11일까지 납입금을 마련할 방도가 없었
다. 이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이 부지를 제 3자에게 넘기기로 결심했고, 이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김씨에게 약정금 5억원만 주기로 하고 약정권을 전매 받았다.



#박연차 회장 딸 결혼식 때 유력정치인 대거 참석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셋째 딸 결혼식 날만 봐도 그의 정치적 ‘입김’이 얼마나 쌘 지 알 수 있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인사는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이해찬 전 총리,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신상우 KBO(한국프로야구위원회) 총재, 김혁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등 정치권에서도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지난해 5·31 지방선거 직전 박 회장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이광재·서갑원·이화영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친노 의원들도 하객으로 오거나 화환을 보내 마
음을 전했다.

재계 인사들 중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축하 화환을 보냈으며, 농협 자회사였던 휴켐스(주)를 박 회장에게 헐값으로 매각한 의혹을 사고 있는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의 화환도 있어 눈길을 끌었었다.

또 하객 중에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부산지역 검찰 고위 간부 등 고위 공직자들도 얼굴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이날 결혼식 주례는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장관)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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